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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미 Dec 05. 2024

아들아, 네 선택이 정답이다!

오늘도 엄마로 살아가는 나의 인생

로드맵.

학령기 아이로 접어드는 순간 참으로 많이 접하는 단어다.

순수 공부뿐만 아니라 경험, 활동, 예절 등 교육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로드맵이 있는 시대다.

선배들이 추천하고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그 로드맵에 아이들을 올려놓고자 나름 애쓰고 애썼다.

미리부터 차근차근하면 그래 다 잘할 거야.

다들 그랬겠지만.          



생각보다 우리 집 둘째는 잘 따라와 주지 않았다.

내가 노력해서 목표를 성취해야지 하는 마음인 것만큼 진심이었던지라

로드맵을 입수하고 나서 아이를 잘 키워보고자 설레었던 마음에는 어느덧 좌절, 상실, 분노, 아쉬움이 자리 잡았다.

나만 느끼는 감정일까.

대다수 엄마들이 느끼는 똑같은 감정 중 하나일까.     



열심히 알아보고

고심 끝에 결정하고

공들이고 또 공들여보았어도

아이는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젠장.



 

6살 즈음.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는 종이접기 크리에이터 네모아저씨였다.

네모아저씨는

세상의 모든 입체를 평면화시켰고,

평면인 종이를 입체화시켰고.

단순한 종이를 화려하게 변화시켰다.

네모아저씨의 손길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은 초롱초롱했고,

당연하다 싶을 만큼 아이의 꿈은 네모아저씨가 되었다.

닉네임은 동그라미아저씨로 명명하며.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어쩌겠는가.

어미로선 1000장 묶음의 색종이와 종이 접기와 관련한 도서들을 나를 수밖에.

성취감은 맛보는 게 좋다고 하니.


    

눈만 뜨면 네모아저씨의 세계에 살다가 잠들곤 했던 1년여의 시간을 거쳐,

초등학교 2학년 땐 큐브에 빠졌다.

굵디굵은 기네스북에서 단 두 페이지에 불과한 큐브 기록에 홀딱 반한 것이다.

기네스에 오르고 싶다는 황망한 꿈을 안고,

그렇게 2년여를 미친 듯이 큐브를 했다.

이번에도 아이는 눈만 뜨면, 식당에 갈 때도, 학교에 갈 때도, 놀 때도 큐브큐브큐브였다.

급기야, 엄마 입에선


징글징글하다 이놈아!!!



그러면서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접을 수 없겠고.

큐브대회를 놓치지 않게 등록을 하고, 큐브매장에 vvip 고객이 되도록 열심히 서포트했다.  

스스로 목표를 만들고 이루어내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은 돈 주고 살 수도 겠다는 나의 합리화에 힘입어.        



몇 년을 아이의 취미를 위해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이는 취미에 대한 성향이 강했다.

엄마 눈에 더 재밌어 보이는 것도

유행이 많이 되고 있다는 것도

좋아하는 친구가 하는 것도

마다했다.     



그런 아이가, 최근 2년 진심으로 꽂힌 건 야구다.

엄마와 함께 보면서 즐기자 했던 야구가, 야구선수로의 꿈을 키워왔었다.

책을 보며 투구법에 따라 공을 쥐는 방법을 공부하고

영상을 보며 던지고 배팅하는 모습을 흉내 내고

수비를 위해 수도 없이 몸을 날려도 보고 슬라이딩도 해보고

매 경기를 분석하며 자신의 포지션을 고민해 오는 시간을 가지면서

아이는 꼭 한번 선수를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져왔단다.

운동 잘하는 유전자를 물려주지 못한 부모로서는 뜯어말리고 말리고 말렸지만 아이는 말했다.     


“엄마, 제가 운동하기에 좋은 유전자는 없지만 꼭 잘해서 유전자 없이도 할 수 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지난 시간들과 마찬가지로 아이는 눈만 뜨면 야구고, 눈감을 때까지 야구다.

그래, 이번에도 너의 선택이 정답일 거야 하며 나는 아이의 고집에 꺾인다.

결국 오늘도 나는 아이가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아보고 있다.

아이 덕분에 다양한 신세계를 경험하며 내 삶이 지루할 틈도 없이 흘러가고 있다.



온갖 준비된 로드맵은 정리하여 필요한 이에게 나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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