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지훈련 중 (3)

by 미미

어느덧 훈련 기간의 반을 넘어서 3주째 훈련에 들어갔다. 아이의 목소리는 현지 생활에 완벽 적응했는지 편안하다. 나 역시 아이가 없는 생활에 적응을 한 모양이다. 큰 아이 스케줄로 하루 일과가 돌아가는가 하면, 어지르는 사람이 없어 이틀에 한번 꼴로 청소를 하고, 줄곧 챙겨 먹는 이가 없어 장 보는 횟수도 줄였다. 초반의 외롭고 쓸쓸한 절간 분위기도 이제는 익숙해져 아이의 책상에 앉아 스탠드를 켜고 나만의 시간을 갖는 작은 즐거움도 생겼다.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은 채, 아이를 챙겨야 한다는 조바심도 까맣게 잊은 채.



이제 남은 기간은 10일. 세 번째 당번 어머니가 입국하시고서는 연락이 왔다. 아이가 잘 지내긴 하는데, 음식이 물려 먹는 것을 힘들어하고, 아침에도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 보인다고. 연이은 강도 높은 훈련이 계속되고 있으니 근육통에, 피곤이 쌓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하지 싶다. 이번 주말 마지막 휴일이 있으니 그때 재충전을 하는 것으로 기다릴 수밖에. 무엇보다 20일 동안을 타국의 밥으로, 한 호텔에서 돌리고 돌리는 메뉴로 먹었다면 나라도 힘들었을 것 같다. 다행히도 내일이면 근처 다른 지역으로 숙소를 옮기니 좀 낫겠지. 어찌 됐든 집이 그리울 거고, 엄마가 해준 밥이 최고라고 느낄 테니 좋은 경험하고 있는 걸로 생각하려 한다.



어제 훈련이 끝나고 전화가 왔다. 다음 주에 들어갈 나의 일정이 신경이 쓰이고 있는 눈치다. 엄마가 보고 싶고, 빨리 와주었으면 하는 게 아니라 엄마와 같은 방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유는, 아무래도 엄마가 잔소리를 할 테고 그렇다면 서로 감정이 상할 거니 훈련에 영향을 미쳐서는 좋을 게 없다는 거다. 맙소사. 엄마 말 잘 들을 생각을 하기는커녕 잔소리 듣는 건 확실한 거고 그러니 굳이 감정소모 하지 말자고 이렇게나 배려를 한다. 엄마가 없는 곳에서 훈련하고 씻고 와서 틈틈이 쉬는 동안에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하루 2~3시간 인스타그램을 보았던 재미에 홀라당 빠져 있었으니, 내가 가면 옆에서 가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것이다. 사전에 어떻게든 막고 싶은 그 심정, 지금 그쪽 생활이 힘든 훈련으로 고되기는 하겠지만 엄마의 눈을 피해 자유자재로 핸드폰을 할 수 있다는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이 또한 끝이 점점 다가오니 조용히 아이에게 진정한 자유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 그래, 방은 따로 쓰는 걸로.



체중 40kg을 찍고서 먹는 것에 조금 속도가 붙었나 보다. 하루는 코치님께 용돈을 받아 편의점에 가서는 1000엔에 14개 하는 요구르트를 잔뜩 사가지고 왔었다. 어떻게든 먹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 어떤 간식도 사지 않고 오로지 본인 입에 맞았던 그것만을 쟁여왔더랬다. 엄마 없이 입에 맞는 것도 고를 줄 알았고, 주어진 용돈을 모두 채울 정도로 사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또한 순수하게 스스로 결정한 것을 보면 전혀 생각 없이 지내고 있는 건 아니었다. 엄마의 손길이 매사 닿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이번 훈련 기간을 통해 나 역시 깨달은 바다.



반복되는 훈련으로 다들 많이 지친 모양이다. 휴일에는 아무도 외출을 하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쉬고 있다고 했다. 물론 잠만 자는 것은 아니겠지만 침대에서 뒹굴뒹굴하며 핸드폰도 봤다가, 게임도 했다가, 다시 잠도 들기도 하며 체력적으로 재충전을 했다고. 아이도 역시나 쇼핑이고 관광이고 하고 싶어 하지 않았고 방이 지상낙원이었던 것 같다. 쉬는 것 또한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쉬는 방법도 다양하겠지만 우야동동 체력적으로 리프레시할 수 있기를.



올해부터 아이는 야구일지를 써보기로 했다. 다행히도 매일 저녁 미팅 시간에 모두가 모여 일지를 썼다. 덕분에 아이의 일지 쓰기가 계획대로 진행될 수 있었겠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고, 더욱이 코치님이 한 명 한 명의 일지를 검사하여 일지 쓰는 방법까지도 코치를 해주셨다고. 하루하루 오늘의 훈련을 되돌아보고 지킬 수 있는 내일의 목표를 정하는 것이 반드시 들어가게끔, 그렇게 꾸준히 쓰면서 아이들마다 성장의 과정을 고스란히 남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여태껏 공부 유튜브에서 본 스터디플래너 쓰는 방법과 결코 다르지 않았다. 많이 반성하고 배울 수 있는 지점이었다. 공부도 마찬가지였는데, 지난 시절 엄마 욕심으로 과한 리스트를 작성한 것이 못내 걸렸다. 운동도 공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이렇게 시시때때로 깨닫는다.



오늘 우연히 가끔 드나들던 온라인 카페 글의 제목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재능이 없는데 아이가 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제목만으론 내 얘기였다. 주 내용은 아이가 재능이 없다고 판단해서 어릴 때 싹을 자르는 유일한 나라는 우리 대한민국 뿐이라고, 그리고 아이의 재능과 무관한 공부를 시키려 한다고, 재능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임을 알아야 하며, 재능 없는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며 얻은 그 버티는 힘이 바로 재능이라고. 지금의 상황에 후회가 없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