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전지훈련 중 (2)

by 미미

1년 6개월 전쯤이려나. 축구 아카데미에서 한창 골키퍼로 열심일 때 오사카로 3박 4일 동안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그때의 기억이 아이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남아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엄마 없이 친구들과 동생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이 꽤 좋긴 좋았던 모양이다. 그럴 기회가 있으면 꼭 한번 더 가고 싶다는 얘기를 종종 했었다. 그랬기에 이번 전지훈련 일정이 확정되는 순간, 아이는 진즉 김칫국을 마시고 있었다. 내심 알고는 있었지만 겨울 방학 동안 한국사 시험 준비와 밀린 독서를 하리라 마음을 먹었기에 전지훈련은 선수하는 형들이 가는 것으로 정리를 했었다. 그 이후 한 주 한 주 아이의 운동 과정을 지켜보면서 남편과 나는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기회가 되면 집중적으로 실력을 키우고 체력을 보강하면 좋겠다고 말이다. 워낙 마른 체격인 남편은 아이가 자신처럼 빼빼 마른 체형이 되지 않길 바랐기에 집중 훈련 기간이 한 달이나 되니 그 기간을 이겨낸다면 체력은 물론 좋아질 것이고, 야구 진로도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지금 아이가 했으면 하는 공부들이 당장 하면 좋겠지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때를 놓치는 것은 전혀 아니므로 몸과 마음이 더 단단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전지훈련을 가기로 뒤늦게 결정을 내렸다. 아이는 환호했고, 함께 운동하는 형들과 그 소식을 나누기에 바빴다. 형, 전지훈련 나도 같이 가~~



오늘은 아침부터 기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몸무게 40kg 달성! 이제 45kg 목표로!"

카톡 알람이 울리고 메시지를 확인하는 순간, 주어를 재차 확인했다. 내 아들이 맞는 건지. 한국에 있는 동안 그렇게 신경 써서 먹였건만 0.5kg 늘리는 것도 힘들던 일이 2주 만에 1.5kg를? 그렇게 힘들게 훈련하는데?

지금 훈련장에 계신 어머니 말씀으로는 살을 찌워야 하는 친구들은 먹는 것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살을 빼야 하는 투수조 형님들은 운동량을 늘린 탓에 많이 날씬해지고 있다고 했다. 다들 각자의 목표대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에 신기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고, 고생스럽다는 생각에 짠하기도 하다. 사실 몸무게는 정말 기대하지 않았다. 산타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쁘다.



틈틈이 보내오는 사진과 영상에서도 확연히 달라진 아이의 모습에 매번 놀라고 있다. 여태껏 볼 수 없었던 투구 자세, 무너지지 않는 타격 자세며 연속하여 배트를 휘두르는 체력 소모가 큰 훈련도 무사히 소화하는 모습에 체력 또한 많이 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훌륭한 지도자분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과 힘들다는 내색 않고 열심히 훈련에 임하는 아이의 태도가 단기간에도 큰 성장을 이끌어 올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통화에서도 아이는 해맑게 "힘들었어~" 내뱉는다. 그래도 그 목소리에는 이제 그 상황을 즐기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난다.



훈련도 훈련이지만, 합숙의 묘미는 뭐니 뭐니 해도 훈련 외에 함께 하는 소소한 이벤트들이 아닐까 싶다. 훈련 후 온천을 하고 쉬면서 함께 침대에 뒹굴거리며 모바일 게임도 하고, 매일 저녁 모든 일정을 소화하고서는 미팅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 시간에는 정확히 무엇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가볍게 모두가 모여 함께 시간을 나누는 모양이다. 며칠 전 미팅에는 영단어 퀴즈를 내기도 했고, 오늘은 야구 퀴즈를 내고 맞추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힘들고 지치는 가운데 마음의 휴식시간이 유쾌하게 가져지리라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멀리 보내놓고도 걱정 없이 나의 주어진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대표님이 새삼 더 감사하다. 당연할 수 있지만 당연한 게 당연하지 않은 일들이 너무 많기에 순조롭고 평안한 이 상황에 더욱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번 전지훈련에 참가한 초등학생은 총 4명. 중학교 야구부 입학이 확정된 6학년 형 3명은 일찌감치 전지훈련을 확정했고 세 분의 어머님들이 미리 상의하여 돌아가며 10일씩 아이들을 서포트하기로 했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나는 어머님들의 수고에 혜택을 보고 있다. 두 번째 당번 어머님이 입국하시는 시점, 슬슬 현지 음식이 물리는지 김치 요구가 시작되었다. 아무리 일본에도 김치가 있다한들, 고국맛이 최고지. 두 번째 당번 어머님은 김치와 컵라면 등 향수병을 일으키는 K먹거리를 잔뜩 싸서 입국했다. 출출할 때 하나씩 먹는 컵라면이 얼마나 꿀맛일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는다.



미야자키 현지는 최저 5도, 최고 20도의 날씨. 일교차가 너무 커서 그런지 다들 살짝 감기를 거치고 지나간 듯하다. 다행히도 크게 아픈 선수들이나 지도진들이 있다는 소식은 없다. 우리 집 아이를 제외하고는 모든 선수들이 중, 고, 대학교 야구부에 소속된 정식 선수들이다 보니 전지훈련 기간 동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참가했다. 이번 30일 동안 몸을 잘 만들어야만 새 학기에 좋은 이미지로 한 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니 감기나 부상으로 훈련을 쉴 수밖에 없는 상황은 당연히 반길 수가 없다. 지금과 같이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되어 너무나 다행스럽고, 이 기간 동안 선수들 모두가 각자 세운 목표를 반드시 달성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하고 있는 이들의 내일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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