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마음은 다시 어떻게 살아나는가?

당신의 마음은 다시 살아납니다.

by 신정희 해피제이

11장.

회복은 큰 변화가 아니라

작은 감각에서 시작된다.

사람들은 회복을 떠올릴 때

대개 극적인 장면을 상상한다.
어느 날 갑자기 기운이 나고,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모든 것이 달라진 느낌.
하지만 심리학에서 말하는 회복은

그렇게 시작되지 않는다.

회복은

눈에 띄는 변화보다

아주 작은 감각의 변화로

먼저 찾아온다.
조금 덜 피곤한 아침,

예전보다 덜 거슬리는 소리,

사람의 목소리가

아주 조금 부드럽게 들리는 순간.
이 변화들은

의욕이나 긍정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감각의 강도에서 먼저 달라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신경계의 안정(regulation)

과정으로 설명한다.
마음이 오래 긴장 상태에 있었을 때,

신경계는

늘 대비하고,

경계하고,

준비한다.
이 상태에서는

감정도,

생각도,

관계도 모두 거칠게 느껴진다.
그래서 회복의 첫 신호는

행동 변화가 아니라

자극에 대한 반응이

조금 낮아지는 것이다.

예전에는 신경 쓰이던 말이

조금 덜 아프게 느껴지고,

사소한 소음이

조금 덜 피곤하게 들린다.
이 변화는

“괜찮아졌다”는 느낌으로

오지 않는다.
오히려 “아까보다는 괜찮네”라는

아주 미세한 차이로 다가온다.
문제는

우리가 이 신호를

변화로 인정하지 않을 때 생긴다.

“이 정도로는 회복이라고 할 수 없지.”

“아직 예전 같지 않은데.”

이 평가들은

회복의 흐름을 눈치채지

못하게 만든다.
심리학적으로 보면

회복은 비선형적 과정이다.
앞으로 갔다가,

잠시 멈췄다가,

다시 아주 조금 움직인다.
그리고 그 움직임의 대부분은

감각 수준에서 먼저 일어난다.
몸이 먼저 알고,

마음이 나중에 따라온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하지 않는다.
대신

‘이미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알아차리도록 돕고자 한다.


지금의 당신에게 이런 순간은 없었을까?

예전보다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아주 조금 줄어든 날.

혼자 있는 시간이

덜 불안하게 느껴진 날.

아무 이유 없이

창밖을 오래 바라본 순간.

이 모든 것은

아직 이름 붙이기 어려운

회복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회복은

갑자기 살아나는 일이 아니라,

다시 느껴지기 시작하는 일이다.
그리고 느껴짐은 아주 조용하게 돌아온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회복을 서두르지 않는다.
작은 감각 하나를

붙잡으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미 지나가 버렸을지 모를

미세한 변화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할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은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아직 작동하고 있다.”

그 인식이

나를 조금씩

유동적인 모습으로 작동시킨다.

회복은

갑자기 괜찮아지는 일이 아니라,

조금 덜 아파지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회복은

인생을 바꾸는 사건이 아니라,

다시 느껴지기 시작한

아주 작은 감각에서 출발한다.”

“조금 덜 무디게 느껴진 오늘이

이미 회복의 첫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