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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지킴이K Dec 14. 2017

8살 아들의 첫 위기, 초등학교 적응

새로운 곳에 간다는 것, 규칙이 많아지고 의무가 많아진다는 건?

                                                                                                              

꼼꼼하고 성실해서 밖에서 늘 칭찬 받는 딸내미와 달리 우리 둘째는 늘 자유로운 영혼이다. 늘 해피하고 늘 즐겁고 호기심과 사랑 많은 그런 아이였다.

그런데 초등학교를 입학한 아들과 늘 전쟁이다. 자기 물건, 해야할 일, 준비해야 할 것...스스로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진 것이 화근일까? 적어도...유치원때는 엄마가 놓치는 상당 부분을 선생님께서 채워 주셨고 준비물이 필요한 경우는 일 년에 서 너번? 매일 해야하는 일들도 없었기에 고요한 유년 시절을 보냈던 것 일까? 급한 마음에 채근하고, 잔소리 해대도 늘 느긋하고 해맑은 아들은 엄마의 속을 터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울 아들이 너무 예쁘다고 생각하는 담임쌤을 만난 덕에 (세상에서 지금 담임 선생님이 제일 예쁘단다....엄마보다 더 ㅠㅠ....그래 엄마는 이제 늙고 뚱뚱해지긴 했다.)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으려니 했는데...

어느 날 오늘 학교를 마친 아들에게 울면서 전화가 왔다. "...엄마....흑...나 특공무술 안 가고 그냥 집에 가면 안돼??" 깜짝 놀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다니기 시작한 특공무술 도장을 아들은 매우 좋아한다. 원래 한 타임만 하고 와야하는데 자꾸만 두 타임씩 뛰고 와서 교육비를 더 내야하나 고민이 될 정도로 아들은 특공무술을 좋아한다.


전화를 받는 순간 오 만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어제 관장님한테 혼났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혹시 실례를 해서 빨리 집에 와야 하는 상황인가? 급한 마음에 학교로 뛰어갔다. 아들내미는 엄마가 출발한 집과 가까운방향으로 온다는 것을 그 반대 방향으로 가서 (공간지각 능력이 애미 닮았나 보다 ㅠㅠ)만나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다행하게도 아들은 눈 주변이 벌건 것 이외에는 괜찮아 보였다. 특공무술에 가기 싫은 이유도 딱히 없었다. "엄마 나는 그냥 주말만 좋아요. 매일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서 앉아만 있다가 특공무술만 가고...그냥 그래서 오늘은 특공무술 가기 싫어요."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뭔지는 알 것 같다. 이 아이는 아직 매일매일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의무가 버거울 수도 있다. 심지어는 그게 재미도 없다. 엉덩이 가벼운 저 아이에게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을 자리에 꼼짝없이 앉아서 궁금하지 않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교생활은 지겹기도 할 것 같다. 나에게도 학교는 큰 매력은 없었으니깐...덩달아 좋아했던 특공무술 조차 매일매일의 일상의 하나로 여겨지니 급작스레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겠지?

진짜 다 이해가 갔다. 그럼에도...나는 엄마라서 화가 났다.아들내미의 마음을 알 것 같지만 지금 이 순간....그 마음을 인정 해주고 달래줘야 하는 것인지...앞으로는 더 많은 규율과 의무가 생길 것이기에 채찍질을 해야하는 것인지 갈피를 잡을수가 없었다.

결국 난 후자를 선택했다.이성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었다. 그냥 그 동안에 조금 힘이 들면 투정부리고 어리광 부렸던 아들에 대한 염려와 삭혔던 울분이 터져나왔다.

"세상에 자기 할 일만 하고 살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어? 너도 이제 컸으니깐 하기 싫어도 해야하는 일은 점점 많이 생길건데 그럴때마다 이럴거야? 아빠는 회사 가기 싫고 피곤해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회사 가는거고 엄마도 밥도 하기 싫고 청소도 귀찮고 너희들 따라다니며 챙기는 것도 다 힘들어. 그래도 살려면 다 해야데. 그러니깐 너도 그냥 해야되는 건 지금부터 왜냐고 묻지말고 다해. 안하면 안돼니깐 다 하라고 하는거야. 단순히 하기 싫다는 이유로 학원이든 학교든 빠지면 안 돼는거야"

다다다다....저 길고 긴 대사...울 아들이 얼마나 알아들었을지는 모르지만...집에와서 아이스크림 한 컵 먹으며 오늘만 아무것도 안 하면 안되냐던 아들은 풀이 죽어 다음 타임의 특공무술 차량을 탔다.




창밖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아들내미의 뒷모습을 보며 짠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분은 덜 풀렸었다.

                                                                                                         

일 년?? 고작 몇 달?? 아들은 초등학생이 된지 얼마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엄마는 빨리 적응 못 하고 자기 앞가림 제대로 못하는 아들이 못 마땅할 뿐 아들의 스트레스와 컨디션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냥 왜 적응 못하냐고 왜 성실하지 못하냐고 왜 자기 물건 하나 못 챙기냐고 닥달만 했다. 도끼눈을 뜨고 째려보고 화를 냈다.

두 달 가까이 뭔지도 모르고 해야하나 보다 지냈던 날들이 문득 싫증나고 다 귀찮아졌을 수도 있다. 특히나 비염때문에 컨디션이 매우 좋지 않다. 숨도 쉬기 힘들고 눈도 못 뜨겠다. 그런데 또 꼭 해야하는 일과가 정해져 있다.아마도 아들내미는 그랬겠지? 그냥 만사가 귀찮고 쉬고 싶었던 마음?


다만 혼자 쌓인게 많은 엄마는 아들의 상태를 살피기 전에 그동안 쌓인 울분을 터뜨리는 반응이 먼저였던거고...참...나처럼 자기 중심적이고 무딘 엄마란...


그래도 좀 쉬고 밥 먹고 약 먹고 코 세척 하고 컨디션이 조금 나아진 아들은 요런저런 그림과 이야기를 꾸며 

엄마에게 보여주기 바쁘다.내가 뭐라고...아직은 엄마만 보는 요 아이들...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내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가장 큰 이유이자 나의 존재의 가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적어도 이 아이들이 자라 엄마보다 중요한누군가나 의미를 찾기 전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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