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2학년 딸내미 병뚜껑 준비물을 챙기며
지난주 받아온 초등학생 2학년의 주간 계회 표에서부터 딸아이 준비물은 인지하고 있었다. 납작한 병뚜껑 4~5개. 처음 봤을 때는 그저...'납작하다는 의미가 뭐지? 병맥주나 병 콜라 (유리) 그 병뚜껑인ㄱㅏ? 요즘에 어디서 구해?' 하다가 아쉬운 대로 집에 생기는 병들의 뚜껑이라도 모아 보내야겠다고 생각만 했다.
준비해야지 하면서도 늘 너무 바빴다. 드디어 오늘 아침...병뚜껑을 가져가야 한다. 내가 이 아침에 어디서 병뚜껑을 구해...결국은 유치원 아들내미와 딸내미에게 EBS 보고 있으라고 말하고 재활용장을 뒤졌다.
문득...내가 뭐하는 짓인가? 생각이 들었다.
결혼 전 나도 내로라하는 기관에서 아이들 가르쳐 봤다면 가르쳐 봤고 내 새끼가 태어나면 이렇게 키우겠다는 포부도 넘쳤다. 그런데 그때의 내 포부는 온데간데없다. 당시 초등학생 아들 준비물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놀이터에서 요구르트 열병을 원샷하고 배탈이 났다는 선배의 말을 들으며 얼마나 비웃었던지....미리 챙겨야지 직장은 핑계이며 만약 엄마가 못 챙겼어도 초등학생 되었면 스스로 챙기게 둬야지 엄마가 너무 돌봐주어서 그런다며... 속으로 혀를 끌끌 차곤 했다.
이래서 울 조상님들이 겪어보지 않았음 말을 하지 말라고 하셨나 보다. 누구는 몰라서 못하나. 알지만 현실은 다르고 안 챙길 수도 없고 4살이나 9살이나 아직도 어리고 엄마의 손이 필요하다는 것을....내 시대의 울 엄마가 못 챙겨주던 내 준비물은 내 자립심을 키워주기 위함이라 여겨졌으나 내 딸 세대의 못 챙겨주는 준비물은 엄마의 무관심으로 여겨지는 것을....!!!
이렇게 나도 이 시대의 엄마가 되어간다. 나를 비난해도 좋으다. 다만 예전의 나처럼 새파랗게 어린 20대의 어쭙잖은 유아 지식을 가진 누군가의 충고는 사양한다. 너도 키워 보라고, 초등학교 보내보라고... 일단 다 해본 엄마가 되어보고 말하라고. 지금의 나는 요구르트 10병이 아니라 100병도 마실수 있는 그런 엄마가 되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