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지킴이K May 19. 2016

선생님의 사생활은 소중하니까

아이 선생님, 카카오스토리 친구 신청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


오랜만에 친구를 만났다. 늘 활발하고 매사에 적극적인 성격으로 사귐성도 참 좋은 친구다. 한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문득 스마트 폰을 보며 생각난 듯 말했다.

"아..우리 선생님...내가 카카오스토리 친구 신청을 몇 번이나 했는데...기분 나쁘네..."

"야야...선생님한테 뭐하러 카스 친구 신청을 해? 아무리 그래도 학부형인데...사생활이 가득한 공간 공개하기 쉽지 않지..."

"아니..뭐가 어때서?? 그렇게 따지면 우리 집 사생활도 공개가 되는 건데...난 그냥 우리 아이 집에서 노는 모습도 보여드리고 싶고...선생님이니깐...그래서 신청한 건데..."  


언뜻 보면 더 친해지기 위해 서로의 사생활을 어느 정도는 공유한다...라고 좋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그건 엄마 입장이고...과연 선생님도 그런 사생활 공유가 그렇게 달갑고 편안할까? 연예인이나  정치인처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공공연한 공인은 아니지만 내 아이의 선생님...적어도 나와 내 아이와 같은 반 혹은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작은 울타리 안에서 우리들만의 공인이라 여겨진다. 그런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힘들 때도 있고, 우울할 때도 있고, 애인이랑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친구들이랑 술도 한 잔 할 것이고...본인과와 친구들에게만 하고 싶은 이야기도 따로 있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이나 내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을 내가 보여주고 싶은 사람들에게만 보여줄 작은 자유쯤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보여주고 싶은 사람만 콕콕 찝어 선별하고 사진이나 글을 올린다 하여도 매번 그렇게 하기도 번거로운 노릇고 아무리 친하다고 하여도 선생님과 학부형으로써의 적당한 거리 유지와 사생활 보호는 필요하지 않을까?





스마트 폰을 처음 가졌을 때 가장 먼저 깔았던 어플이 카카오톡~~이라는 무료 채팅이었다. 그런데 이 카톡은 내가 원하는 친구들만 친구 등록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상대나 나의 전화기에 전화번호가 저장이 되어있으면 무조건 친구 추천으로 떴다. 처음에는 신기하고 편했다. 한참 전에 핸드폰을 분실하여 연락처를 알 길이 없던 반가운 친구들과 연락이 되었을 땐 경이롭기까지 했다. 그런데...어느 순간...세탁소 아저씨, 아이들 소아과 의사 선생님, 보험회사 아줌마 심지어는 단골 옷가게 주인, 심지어는 치킨집 사장님까지 모조리 친구 추천으로 뜨기 시작하고 간혹 추천도 없이 그냥 친구로 등록되어 있어 뉴규(??) 하며 정리하기도 했었다. 당연히 아이들 유치원 선생님을 비롯 원장님과도 카카오톡 친구가 되었다. 자동으로 어느 순간.


언젠가 놀이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던 후배가 남자친구와 싸우고 카카오톡 프로필을 전투적으로 바꿨다. 그리고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후배가 일하는 놀이학교로 예민 맘의 항의 전화가 왔다고 한다.

'엄마들 보란 듯이 선생님이 카카오톡 프로필을 바꾸었대나...뭐래나... '

그 뒤로...후배는 늘 아이들 사진만 카카오톡 프로필에 올린다. 누구 한 아이만 올리면 또 그 아이만 편애한다고 항의가 오기에 꼭...반 아이들 전체가 있는 사진으로 '사랑하는 나의 천사들...' 이런 식의 문구를 넣어서 말이다.





내가 가장 즐겨하는 SNS는 몇 년째 카카오스토리다. 트위터도 해보고 페북도 해보고 인스타도 손 대봤지만 수시로 들여다보고 간혹 몇 글자 끄적이기도 하며 관리하는 SNS는 카스가 유일하다. 굳이 친구를 맺지 않아도 글이나 사진을 올릴 때 사진에 비공개를 걸지 않으면...나와 친구가 아닌 사돈의 팔촌까지도 내가 올린 사진들을 다 볼 수 있다.


딸아이의 오후 차량을 타시던 선생님과 나는 서로 연락처를 공유하고 있었다. 언제 카카오톡 친구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그냥 친구가 되어 있었다. 카톡 친구가 되어있으면 클릭 한 번으로 쉽게 카카오스토리를 타고 넘어갈 수 있다. 어느 날 우연히 선생님이 카카오스토리에 공개로 올리신 사진을 보게 되었다.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서 찍은 듯한 사진이었다. 커플의 기념일 사진인듯 한데...키스하는 사진이며 야한 게임을 하는 사진 등등...아마도 친구공개로 올릴 사진들을 깜빡 잊고 체크하지 않았을 듯했다.

20대 초반, 한창 놀 어린 나이이니... 뭐... 그럴 수도 있다. 문제는 그 사진들을 나만 본 것이 아니라...다른 맘들도 모두 보았고...'민망했다, 주의를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 선생님 이상해 보인다. 원에 항의 전화하려다 말았다..'라는 식의 뒷말이 생긴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보는 사람, 듣는 귀, 하는 말이 많아지는 1: 다수의 관계는 더 문제가 생길 요소가 많았고 말은 또다시 말을 낳았다.  





카카오스토리 친구를 맺지 않았어도 자칫 실수하면 치명적으로 사생활이 노출되는 판에 더 친근감을 느끼고 싶고 내 아이를 더 보여주고 싶다는 것은...엄마의 욕심일 뿐...늘...아이들 챙기고 엄마들 눈치 보느라 바쁜데 근무시간 외의 시간까 내 개인 공간에 엄마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과 사진을 올리며 눈치를 봐야 한다면 선생님들 너무 가엾지 않나?


'곤란하면 거절하면 되지??' 거절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다. 때로는 거절해도 눈치 없이 계속 신청하는 엄마들도 있다. 혹은 거절한다고 기분 나빠하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친구 맺었다가 평일 밤낮은 물론 주말, 명절 울리는 '까똑' 소리에 후배는 아예 카톡과 카스를 탈퇴했다. 참 희한한 일이다. 문자는 그렇게 수시로 시시때때로 보내게 되지 않는데 왜 유달리 카톡에서는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가버리걸까? 어쨌든...이젠그 친구랑 연락을 하려면 문자로만 가능하다.


물론 선생님들도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서 활발하고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지 않으신 분들도 있지만 그럴땐 알아서 신청하겠지...! 내 소중한 아이를 지도하시는 한 선생님의  사생활을 지켜드리고 스트레스를 줄여드리는 것은 선생님과 내 아이에 대한 작은 배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안일함을 새삼 깨달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