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막 남친, 정승환

콘서트를 다녀왔다

by 아이만 셋

큰딸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엄마, 토요일에 정승환콘서트 있는데 가실래요?

친구가 티켓팅 실패했다고 표 좀 구해 달라고 해서 구하는 김에 엄마 것까지 구했어요.

막내에게 물어보고 막내가 시간이 되면 막내랑 같이 가고 안된다고 하면 나랑 가요."

다행히 막내가 함께 가자고 했어요. 동서울 터미널에서 막내랑 만나서 콘서트를 보러 가기로 했어요.

헤어진 지 며칠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만나니 너무너무 반가웠어요.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들은 꼭 잡은 내 손을 놓지를 않아요.

참 다정한 아들이에요.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도 않고 더구나 황금 같은 휴가 기간에

정승환 팬도 아니면서 엄마를 위해 콘서트에 동행해 준 고마운 아들이지요.

엄마를 위해 콘서트 티켓을 선물한 딸도 물론 고맙지요.

만약 막내가 갈 형편이 안되면 딸은 토요일은 저랑 보고

일요일은 또 다른 정승환 팬인 친구랑 한번 더 본다고 하더라고요.

다행히 막내가 간다고 해서 딸은 이틀 연달아 콘서트를 가지 않아도 되었어요.


콘서트 가기 전에 이른 저녁을 먹고 가자며 아들은 주변에 있는 맛집을 검색해서 왔어요.

브레이크 타임이 있을 수 있으니 차선책까지 미리 다 준비해 온 아들은 'J'입니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에 스크린에 비친 정승환의 뽀얗고 동글동글한 얼굴을 보고

제가 아들의 귀에다 대고 '애기다, 애기'라고 속삭였어요.

그런데 뒤에서 누가 '애기다, 애기'하고 똑같은 소리를 해서 웃었어요.

정승환이 애기로 보이는 엄마 팬들이 많이 왔나 봐요.

정승환의 첫 팬미팅에도 온통 아줌마 팬이 와서 정승환이 살짝 실망했었다는 소문도 있었지요.

정승환콘서트는 더할 나위 없이 정말 좋았어요. 노래를 잘하는 가수라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없지요.

근데 댄스가수를 해도 되겠더라구요.

샘 스미스의 'Unholy'를 얼마나 잘 소화하는지, 잠깐 졸고 있던 막내가 눈을 번쩍 뜨고 '대박'을 외치며 콘서트에 집중을 하더라구요.

말도 조곤조곤 잘하고 게다가 진행 솜씨도 어찌나 매끄러운지 깜짝 놀랐어요.

이렇게 콘서트를 즐기고 아이들의 집으로 왔어요.

거실에 배달음식이랑 생수 페트병들이 어질러져 있어 좀 치우고

화장실도 정리를 좀 하고 있으니 딸이 물어요.

"엄마, 콘서트 어땠어요? 사진 좀 보여주세요."

시간을 딱 맞추어 콘서트 장소에 도착해서 포토존에서는 사진을 못 찍었고

공연장 안에서는 촬영금지라서 또 기회를 놓쳤지요.

공연 후에는 다른 팬분들이 줄을 길게 서 있어서 사진 촬영을 못했어요.

"사진 못 찍었어." 딸의 실망하는 표정을 놓쳤어요.

"엄마 T 지?"라고 하며 방으로 들어갔어요.

"아니 나 F 야"라고 대답은 했지만 '나 T 인가?'하고 잠시 헷갈렸어요.

정승환은 저의 고막 남친 중 1번이에요.

2번은 성시경이었는데 다들 알고 있는 그 이유로 2번은 지웠어요.

사실 롯데 면세점 Family Concert도 갈 수 있었는데.....

혼자 사랑하고, 혼자 이별하고 지금은 고막 남친이 1명밖에 없어요.

제 아들은 곧 전역을 하고, 고막 남친은 얼마 전 입대를 했어요.

젊은 시절을 뚝 잘라 군대에서 보내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요?

하지만 그 속에서 또 얻는 게 당연히 있을 거라 봅니다. 이 말은 군인들이 싫어하겠지요?



2014년 9월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 K6에 출연,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으며 슈퍼위크까지 진출했지만 아쉽게 탈락했어요

하지만 같은 해 11월 sbs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K팝 스타 시즌4에 재도전해 준우승을 차지했어요

는 정승환을 K팝 스타 시즌4에서 처음 보았어요

당시에 만 18세 정도의 여드름 자국이 선명한 그야말로 어린 청소년이었어요

나이를 무색하게 만드는 굵은 고음과 섬세한 감정표현은 경선 곡이 한 곡 한 곡 추가될 때마다 정승환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어요.

심지어 '대낮에 한 이별'을 같이 부른 '수지'까지 좋아하게 되었어요. 아들이 경선 곡을 전부 다운받아 내 휴대폰에 저장을 해주었어요. 낮에는 하루 종일 블루투스 스피커로 듣고, 자기 전에는 이어폰 끼고 듣고.....

이어폰이 좀 불편해 보였는지, 남편이 헤드폰을 사서 머리에 씌워주었어요. 그렇게 내 귀에서 하루 종일 머물렀어요. 우리 집에서 정승환이 나의 고막 남친으로 불리는 이유랍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시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