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준비하지 못한 이별이라 애달프다

by 아이만 셋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역대 최다 수상 기록을 가진 스포츠 기자인 저자가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대학 은사 모리 슈워츠 교수를 매주 화요일 찾아가 인터뷰 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김지수가 이 책처럼 매주 화요일 투병 생활을 하고 있는 이어령 교수를 인터뷰하고 나온 책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다.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 전분야를 걸쳐 이어령의 해박한 지식을 풀어놓은 '백과사전'이라면,

'모리'는 인생, 가족, 사랑, 삶, 죽음을 저자의 경험과 모리 교수의 얘기를 적당히 섞은 '수필집'이다.

성경으로 비유하자면 마지막 수업은 '구약'이다. 전지전능한 무서운 '하나님'이 딱 떠오른다.

반면 모리는 '신약'이다. 끊임없이 사랑하고, 용서하는 '예수님'의 이미지이다.


모리는 우리에게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며, 죽음은 생명을 끝내지만 관계까지 끝내는 건 아니라고 알려준다. 사랑을 나눠주는 법, 사랑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역사회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타인에 대한 완벽한 책임감을 경험하고 싶다면, 그리고 사랑하는 법과 가장 깊이 서로 엮이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자식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도 알려준다.

모리에게서 우리는 어떻게 죽어야 할지를 배운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도 배운다.


모리와 이어령은 오랫동안 죽음을 준비한다. 가족들도 소중한 이를 떠나보낼 준비를 함께한다.

우리 가족은 남편과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

'걱정하지 마, 아이들 내가 잘 키울게.' 이 말도 못 했고, '사랑한다.', '고맙다' 이 말도 못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아직 남편을 보내지 못했다.


꿈에 한 번도 나오지 않았으니 잠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남편은 늘 내 머릿속에 머물러 있다.

장을 볼 때도, 운전을 할 때도, 영화를 볼 때도, 커피를 마실 때도, 음악을 들을 때도....

그래서 외롭지 않다. 싸웠던 기억은 없고 좋았던 기억만 있다.

살아생전 마치 우리가 열렬히 사랑한 것처럼 들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극히 평범했다. 싸우고 화해하고를 반복하고 그러면서 또 모든 것을 함께 했다.

여느 중년 부부와 다른 점은 아이들이 자라고 우리 둘만의 시간이 많아졌을 때

그 모든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이다. 함께 보낸 시간의 길이만큼 추억할 것들은 늘어난다.

나는 잊으려고도, 기억하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남편은 내가 그를 빨리 잊기를 바랄까?

아니면 영원히 함께하기를 바랄까?

어느 날 갑자기 맞이하는 죽음이 나을까?

아니면 오랫동안 준비하는 죽음이 나을까?

모리 교수나 이어령 교수처럼은 아니어도

단 하루만이라도 우리에게 죽음을 준비하는 시간이 주어졌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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