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와서 오늘은 걷기 운동을 할 수 없다.
운동을 할 수 없어 아쉽다. 하지만 비가 와서 좋다.
나는 모든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만물의 소생을 알리는 봄비 내리는 날.
안개비가 내리는 날.
폭우가 쏟아지는 여름날.
소나기가 내리는 오후.
낙엽과 함께 우수에 젖는 가을비 내리는 날.
스산한 겨울비가 내리는 을씨년스러운 날.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는 비 오는 날을 싫어하게 되었다.
비가 오면 아이를 데리고 밖에 나갈 수가 없다.
유모차를 밀고 나갈 수도 없고, 조금 더 커서는 놀이터에도 갈 수 없고,
롤러블레이드도 탈 수 없고, 자전거도 탈 수 없다.
취학 후에는 아이들이 행여나 비에 젖어 불편할까 그렇게 또 비 오는 것이 싫었다.
아이들이 다 커서 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날부터 나는 다시 비 오는 날이 좋아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비 내리는 것을 바라보는 걸 좋아한다.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비 오는 것을 마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때로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 가서 비 오는 창가에 앉아 음악에 취하는 것도 즐겼다.
아주 늦은 밤에는 드라이브를 갔었다.
차창을 두드리는 빗소리는 또 다른 행복함을 선사한다.
남편은 비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 동행해 주었다. 어떤 때는 먼저 제안할 때도 있다.
'안여사, 비 오는데 나가야지?'
비가 오는 오늘, 그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