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많이 가는 이웃

그게 바로 접니다

by 아이만 셋

얼마 전에 이웃들이랑 화단 정리를 하던 중 벌에 쏘였다.

처음에는 벌인 줄 몰랐고, 송충이 같은 벌레가 얼굴에 붙어 있는 줄 알았었다.

따끔한 아픔이 처음과 같은 강도로 계속 되니 당연히 얼굴에 계속 붙어 있다고 생각했었다.

너무 무서워서 울음이 터졌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었다.

'언니, 얼굴에 아무것도 없어. 벌에 쏘였어. 말벌 새끼야.'

우선 119에 전화부터 했다.

움직일 수 있고 의식이 있으면 구급차는 보내줄 수 없고, 택시 타던지 자차로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문자로 진료 가능한 병원 리스트를 보내주면,

그 병원 중에 내가 병원에 직접 전화로 진료 가능한지 확인하고 방문해야 한다.

리스트 맨 위에 있는 대동병원으로 전화하니 응급 처치 가능하다고 한다.


이웃의 차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신호 대기 중에 이웃이 '어디 보자. 많이 가라앉았다. 언니도 많이 늙었네.'라고 한다.

'그럼 늙었지. 나도 이제 곧 60인데...'

'언니가 벌써 60이야? 아이고 그래도 이쁘다.‘

늙었다는 말을 수습하기 위해 실없는 소리를 한다.

'말이라도 고맙네.'

'아니 근데 언니 애도 아니고 왜 주저앉아서 울고 난리야?'

'나도 몰라 왜 울었는지...'

'하여튼 손이 참 많이 가는 이웃이야!!'


병원 도착해서도 이것저것 알아서 처리해 준다.

나이가 나보다 6살이나 어린 이웃사촌.

우리가 이웃으로 지낸 지 벌써 13년째다.

가스불을 껐는지 안 껐는지 헷갈릴 때 전화해서

'어디야? 우리 집 가서 가스 불 좀 확인해 줄래?'

아이들만 두고 여행을 가서도

'막내가 전화를 안 받네.

우리 집에 가서 막내 깨워 학교 좀 보내 줄래?'

그렇게 현관문 비번을 알려주고도 서로 안심할 수 있고,

마음 편히 부탁을 할 수 있는 이웃이다.

가끔씩 현관문고리에 만두도 걸려 있고, 직접 구운 빵도 걸려 있고, 죽이 있을 때도 있다.

나도 가끔 맛집을 방문하거나 하면 포장을 해오거나

귀한 먹거리가 생기면 나눔을 한다.

나는 하나님을 믿지만

이웃의 믿음을 위해 팔공산 갓바위에도 한 달에 한 번 1년 넘게 기꺼이 동행을 해주었다.


그렇지만 서로 선을 넘지는 않는다.

시도 때도 없이 집에 들락날락하지 않으며 시시콜콜 사적인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오래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오래오래 좋은 이웃으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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