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침의 연속

삶이란 원래 그래!

by 아이만 셋

막내가 군대에서 휴가를 나오고, 시누이가 보살피던 시아버지를 전적으로 내가 보살펴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아침 8시 반부터 저녁 8시 반까지 정말 엉덩이 땅에 붙일 시간이 없었다.

게다가 하루는 저녁 8시 반에 집에 오니 뒤 베란다 문이 고장 나 있었다. 문이 닫혀 있고 손잡이는 헛 돌아서 문을 열 수가 없었다. 뒤 베란다에 전자레인지도 있고, 세탁기, 건조기가 있으니 일단 문을 열어야 한다. 방을 통해서 베란다로 들어가 손잡이를 돌리니 역시 손잡이가 헛돌았다. 이럴 경우 신용카드를 문틈으로 넣어서 연다고 하는데 우리 집 문은 그렇게 할 수 없는 구조이다. 신용카드가 들어갈 틈이 없다. 이럴 때는 네이버에게 물어봐야 한다. 페트병을 오려 틈 사이에 넣어서 하는 방법이 있다고 친절히 알려 준다. 일단 그 방법으로 문을 여는 것은 성공했다. 혹시 또 닫혀 버릴까 걱정이 되어서 손잡이를 분해해 놓고 쿠팡으로 손잡이를 주문했다. 로켓 배송하면 다음 날 바로 받을 수 있다. 씻고 누우니 새벽 1시가 훌쩍 지났다. 녹초, 떡실신, 초죽음, 기진맥진 뭐 이런 단어가 절로 생각나는 하루였다.


다음날 배송된 새 손잡이로 교체했다. 내친김에 앞 베란다도 손잡이 교체를 했다. 이런 건 또 내가 선수다. 설명서 보지 않고도 5분 만에 뚝딱 설치할 수 있다.


어떤 날은 밤에 집에 도착하니 현관 도어락이 고장 나 있었다. 집 안으로 들어오면 자동 잠금이 되어야 하는데 되질 않는다. A/S 센터에 전화하니 자꾸 건전지 교체를 얘기한다. 건전지 교체해 보지 않고 A/S 센터로 전화부터 하는 사람이 있을 턱이 있나? 새 건전지로 교체해야 한다고..... 그럼 새 건전지로 교체하지 쓰던 건전지로 교체하나?

내가 멍청한 건지, 저쪽이 멍청한 건지 분간이 안 가는 상황이다.

'내가 볼 때 고장이 분명하니 부품 챙겨서 와 주세요. 건전지 문제면 출장비 2배로 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주소 보내주시면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원인을 밝히느라 이것저것 테스트해 보더니 메인 보드가 나가서 아예 새 제품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도 씻고 누우니 거의 12시였었다.


하루는 한밤중에 선풍기가 고장이다. 아들이 휴가 나와 집에 있으니, 선풍기는 꼭 있어야 한다. 신일 선풍기는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A/S 센터가 정관에 있다고 한다. 너무 멀다. 수리 기간도 1주일은 걸린다고 한다. 그럼 뭐 새로 사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또 쿠팡에 주문했다. 어쩔 수 없이 자꾸 쿠팡을 이용하게 된다.

나는 이과형 인간이다. 소형 가전을 절대 그냥 버리지 않는다. 일단 분해, 해체해 기계 속의 생긴 모양을 한 번 보아야 한다. 고장 난 선풍기를 그냥 버릴까 하다가 증상을 네이버 검색하니 분해해서 W-40을 뿌리면 해결된다고 한다. 밑져야 본전이지 않은가? 일단 시키는 대로 분해해서 W-40을 뿌렸다. 날개가 돌아간다. 옆에서 보고 있던 둘째가 '헐, 대박. 엄마는 도대체 못 하는 게 뭐야?'라고 한다.

내가 대답한다. '요리’


너무 한꺼번에 일이 벌어져 사실 글을 쓸 시간적 여유가 없어 초조했었다. 하지만 또 그런 와중에 글감이 생겨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인생은 늘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걸 새삼 느끼며 ‘도망간 곳에는 천국이 없다’고 하니 당분간은 이 힘든 상황 속에서 도망가지 않고 어떻게든 견뎌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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