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와플

기다림

by 아이만 셋

팬케익가루로 와플을 구웠다.

처음 만든 한 장은 색깔도 적당히 노르스름하고, 겉바속촉으로 성공했다.

블루베리와 향긋하고 달콤한 메이플 시럽을 듬뿍 뿌리고 슈거파우더도 솔솔 뿌려 데코도 예쁘게 했다.

커피도 한 잔 내려 우아하게 먹으려는 순간 둘째가 달려든다.

"우와! 맛있겠다. 나 다이어트하는데 우짜지?"

"맛있으면 0칼로리지. 반죽 남았으니 다시 한 장 더 구우면 돼. 일단 먹고 어서 나갈 준비 해."

둘째에게 와플을 양보하고 다시 한 장을 구웠다.

예열되지 않은 와플팬에 반죽을 부었다.

망했다.

예열하지 않으면 팬과 사이좋게 반띵해야 한다.

내가 반 먹을게
그럼 팬도 반 먹겠지
분리 세척 할 수 없는 와플팬, 청소하는 데만 30분 걸렸다.


산산조각이 난 와플을 볼에 쓸어 담아 메이플 시럽을 뿌리고, 블루베리도 토핑하고 표는 나지 않지만 슈거파우더도 뿌려서 맛나게 먹었다. 우리 집엔 코팅 팬이 없다. 스테인리스팬으로 전이나 달걀프라이를 하려면 기다림에 익숙해져야 한다. 반드시 팬을 예열해야 한다. 상대의 마음(팬)이 예열됐을 때, 내 마음(반죽 혹은 달걀)을 부어야 한다. 그리고 밑면이 다 익을 때까지 또 기다려야 한다. 그다음에 뒤집어야 팬 바닥에 달라붙지 않고 매끄럽게 떨어져서 쉽게 뒤집을 수 있다. 성급하게 뒤집으면 안 된다. 그렇다고 또 너무 오래 두면 타게 된다. 예열되지 않은 팬에 반죽을 붓거나, 충분히 익기 전에 뒤집으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처참하게 부서진 결과물을 마주하게 된다. 혹은 시간을 놓쳐 새까맣게 태우기라도 하면 설거지하기는 더 힘들어진다. 요리도 인생과 같이 기다림과 타이밍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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