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어려운 영화,
'순응자'

영화의 전당을 가다

by 아이만 셋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늘 눈에만 담던 '영화의 전당'에

드디어 발을 디뎌 그 속으로 들어가 영화를 봤다.

'순응자'

'The Conformist'

'마지막 황제'로 잘 알려진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다.

'장-루이 트린티냥', '스테파니아 산드렐리', '도미니크 상다' 주연의 영화로 장르는 누아르다.

'장-루이 트린티냥'을 제외한 나머지 출연 배우들은 내게 정말 생소했다.

미리 검색을 해서 공부하고 갔음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쉽지 않은 영화였다.

특히 초반 도입부는 지나친 메타포로 더욱 이해하기 어려웠다.

파시즘, 무솔리니, 로마, 파리 등의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배경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의 얼굴을 익히면서 자막으로 스토리를 따라가야 하니

한 번의 관람으로 영화 전체를 이해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세계적인 촬영 감독이 만들어 낸 전 세계가 극찬하는 미장센을 즐길 여유가 내겐 없었다.

등장인물 얼굴 익히랴, 자막 읽으랴 눈도 바빴지만,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 대사는 들리지도 않았다.

덕분에 놀고 있는 귀는 사운드트랙을 제대로 즐기는 기회를 얻었다. 배경 음악이 정말 좋았다.


정신질환을 앓는 아버지와 불륜을 저지르는 어머니 밑에서 외롭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주인공은

정상적인 삶이라는 것은 다수의 무리에 속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여긴다.

평범하고 정상적인 삶을 위해 사랑 없이 중산층의 여자와 결혼하고 파시스트의 비밀 요원이 된다.

아내가 될 여자는 자신이 어릴 적 삼촌으로부터 지속해 성폭행당했음을 고백한다.

정상적이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일이다.

아내를 사랑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사실이 정상적인가 아닌가에 대해 고민한다.

정상적으로 살고 싶은 자신의 욕구에 대치된다.

정상적이고, 평범한 여자가 겪은 예기치 않은 '경험'이라고 여기며 주인공은 결혼을 감행한다.

인간과 경험을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어린 시절 '리노'라는 동성애자가 등장하고, 그를 살해하고, 죄책감에 시달리며 주인공은 자신의 폭력성에 괴로워한다. 주인공이 체제에 순응해서 비밀경찰이 되는 것은 이해가 가나 평범하게 살기 위해서 선택한 직업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이 생긴다. 정치와 이데올로기와 섹스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뜬금없는 정사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 감독의 다른 영화에도 특히 동성애자가 자주 등장한다고 한다.


주인공은 암살 지령을 받고 찾아간 옛 스승의 아내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 여성은 동성애자이며 그녀는 주인공의 아내에게 또 첫눈에 반한다.

한국의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전개가 이어진다.

옛 스승과 그의 아내를 살해하고 로마로 돌아온 그의 가족은 아이도 생기고 정상적이고 평범한 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솔리니의 체제가 무너지고 반파시즘이 대중의 지지를 받으며 다수가 된다.

그 와중에 자신이 죽인 줄 알았던 '리노'를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살인에 대한 죄책감으로 자신이 비정상적이라 생각하며 평범한 삶을 갈구한 주인공은 혼란에 빠진다.

다수와 정상적이라는 것이 사실은 실체가 없는 얼마나 허무하고 의미 없는 것인지 모른다.

군중들에게 리노를 파시스트라 알려주고, 주인공과 함께 거리를 거닐던 지인마저 파시스트라 고발하며

반파시스트의 대열에 합류한다.

다수가 지지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두 정상일 수도 없고, 다수가 가는 길이 다 옳은 길이라는 보장도 없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누가 정하며, 평범은 또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물음표를 던진다.

참으로 어려운 영화였다.

글쓰기 수업을 같이하는 회원 중 시간이 되는 7명이 함께 영화를 보고 영화평을 썼다.

아는 만큼 보고, 듣고, 느낀다. 그리고 표현한다.

7명이 각자 다른 시각으로 영화를 보고, 각 자의 생각을 담아 쓴 글을 함께 평하며 또 많은 것을 배운다.


주인공 '장-루이 트린티냥'이 출연한 영화 중에 '아무르'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다.

인간으로서의 존엄이 사라진 노년의 우리 삶에 대해서 생각할 거리를 주는 울림이 있는 영화다.

한 번쯤 보기를 추천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떠나고 싶지 않은 금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