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J는 이 노래를 언급했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했는데, 나는 그녀 생각을 하면서 볼륨을 올린다. 모임 장소를 헷갈려하며 단톡방에 엉뚱한 곳을 찍어 올리는 그녀를 보며 Y는 귀엽다고 했다. ‘귀엽다고?’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다음 달 모임 식사 자리에서 학습부장이 또 그녀를 귀엽다고 했다. 그날 그녀는 자신에 대해 많은 얘기를 했고 처음으로 나도 그녀가 무척 귀엽게 보였다.
동화 구연을 하는 분은 수채화 같다.
길을 걷다가 들꽃을 보면서도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는데 나는 '예쁘다'는 것으로 끝이다.
아무리 생각의 폭을 넓히려 해도 더 이상은 되질 않는다.
자연을 보며 사고의 폭을 확장하는 법을 꾸준히 알려주는데 내가 잘 따라가지 못해 답답해한다.
이미 작가의 경지에 오른 듯 삶이 글에 녹아 있어 가볍게 읽어 넘길 수 없는 글을 쓰는 회원도 있다.
회원 중에는 어디에도 선생님의 이미지가 없는 ‘멋지다’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전직 선생님도 계신다.
이목구비가 오목조목 인형 같은 얼굴로 단톡방과 카페에서 우리들의 글에 대해 신속한 피드백과 첨삭을 해 주시는 회원, 엉뚱함의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출구가 없는 회원 등등 모두가 보석 같은 존재들이다.
회장님은 청일점이다. 여성 회원들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음을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쉽지 않은 재능 기부를 하고 계신다.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나는 라디오 프로를 들어도 청취자의 사연은 집중해서 듣지 않는다.
진행자의 이름도 모른다.
음악과 음악에 대한 정보에만 귀가 열린다.
체중이 이번 여름에 5kg이나 줄었다는 말에
‘다이어트를 하는 나는 왜 살이 빠지지 않을까?’하고 나에게 집중했는데
다른 분들은 체중이 줄어든 원인을 물으며 건강을 염려해 주었다.
에세이를 쓰기에 나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스란'에서 모든 회원을 스승으로 삼아
감성을 키우고, 사고의 폭을 확장하고, 글쓰기 근육도 늘릴 야무진 계획을 세우고 실천 중이다.
11명, 결석이나 지각은커녕 대부분의 회원이 30분 일찍 도착해 담소를 나누거나 책을 읽고 있다.
글쓰기 숙제를 해 오지 않는 회원도 없다.
한 달에 2번 글을 쓰고, 합평하고 그중에 한 번은 저녁 식사를 함께한다.
식사 모임에도 빠지는 회원이 없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시대 문인 유한준의 말이다.
유홍준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제1권의 서문에 구절을 좀 고쳐 ‘아는 만큼 보인다.’라고 했다.
이는 문화유산을 보는 자세에 대해 말한 것이다.
비단 문화유산뿐만 아니라 사람을 보는 자세에도 적용되는 말일 것이다.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주어진 행운 중에 가장 큰 행운은 좋은 인연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더구나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결이 맞는다.’라는 것이 취미나 성향이 비슷함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나 미래를 바라보는 방향, 관계를 생각하는 마음이 비슷한 것을 말한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의 특성을 알아보고, 함께 하기 위해 손 내밀어 주고,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마음이 드는 것임을 의미한다.
지금의 ‘고스란’이 그렇다.
우리는 각자의 책 출간을 목표로 만난, 흔히 말하는 시절 인연이니 언젠가는 이별을 고할 것이다.
하지만 결이 맞는 좋은 인연으로 맺은 회원들이 글을 통해 서로를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이해하고, 미처 알아보지 못한 모습을 발견하여 더 소중한 인연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