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제 극복해야지?

by 아이만 셋

막내가 네다섯 살 때다.

남편이랑 나랑 나란히 앉아 있으면 꼭 가운데 끼어든다.

둘이 알콩달콩한다 싶으면 또 여지없이 달려든다.

"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가 심하다고, 엄마는 내 거야. 아빠 저리 가!!"

어이가 없어서 우리 부부는 한참을 웃었다.

일찍 한글을 뗀 막내가 누나들이 즐겨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책을 읽고 하는 말이다.

셋 중에 겁이 가장 많다.

중학생 때도 남편이 출장 가서 집을 비우면 '아빠 안 계시니까 무서워, 함께 자자.' 하며 내 침대로 오곤 했다.

게다가 셋 중에 감수성이 가장 뛰어나다.

아주 어릴 때도 졸리면 '나는 엄마 아빠랑 보내는 시간이 가장 짧아, 너무 슬퍼.' 하면서 운다.

우리 가족은 일제히 시계를 본다. 밤 8시 전후다. 막내가 잘 시간이다.

재우러 들어가면 내 빰을 양손으로 잡고 '엄마, 사랑해'하면서 뽀뽀를 한다.

책을 몇 권 읽어 주고 나오면 혼자서 잔다.

매일 같은 레퍼토리를 무한반복한다.

엄마를 가장 사랑하지만 그렇다고 신뢰하지는 않는다. 아프면 아빠를 찾는다.

일과성 고관절 활액막염(일시적으로 고관절의 활액막에 염증이 생긴 것. 어린 남자아이에게 빈번히 발생하며 성장통과 혼돈하여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진단을 받았을 때도, 움직이면 더 심해지는 극심한 통증으로 울면서도 엄마는 자신의 몸에 손도 못 대게 했다.

화장실이 급하면 '아빠'를 부른다.

아빠 목에 매달려 가면서 '아빠, 고마워요'는 하면서도 '아빠, 사랑해요'라고는 하지 않는다.

졸리면 '엄마'를 부르며 책을 읽어 달라고 한다.

사랑 고백을 절절히 한다.

낮에 나를 홀대한 반대급부이리라.

'괜찮아, 잘하고 있어' 속으로 되뇐다.

아픈 아이가 껌딱지처럼 내게 붙어있으면 얼마나 고역인가?

둘째도 아프면 아빠를 찾는다. 참 눈치 빠른 녀석들이다.


그 어렸던 막내가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믿음직스럽지 못한 내게 연습에 동행해 주기길 부탁했다.

T자 주차 연습을 위해 한적한 무료 공영주차장에 데리고 갔다.

내가 걷기 운동을 위해 둘레길을 갈 때 이용하는 주차장이다.

주차연습 중에 카톡이 울린다.

'쌤, 다섯 시 이후에 볼 수 있나요?'

'오늘 무지 바쁨요. 8시 이후에나 가능해요.'

이런 대화가 오고 간다.

'엄마를 누가 쌤이라고 불러요?'

'글작가반 동아리에서 서로 쌤이라고 불러'

주차 연습을 하다가 '엄마, 이런 주차장을 어떻게 아셨어요?' 하고 묻는다.

'여기 주차하고 엄마가 운동하러 가지.'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엄마, 남자친구 생기면 나한테 비밀로 하고 만나세요. 나는 궁금하지도 않고, 알고 싶지도 않아요.'

'왜? 엄마한테 남자 친구가 생기면 기분이 안 좋아?'

'그럼 내가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어요?'

녀석이 아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 못했군.

생기지도 않은 엄마의 가상의 남자 친구에게 질투를 하다니....

집에 돌아와서 둘째에게 이 황당한 얘기를 하니

'아빠 생각이 나서 그렇겠지. 나도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아. 아빠 생각이 나서...'라고 한다.


며칠 지난 후 그렇게 오해한 이유를 물어보았다.

숨쉬기 운동도 하기 싫어하는 엄마가 매일 아침 눈 뜨자마자 운동하러 나가고

만나자는 카톡이 오고 가고

와중에 창밖을 보니 주차장에 차 두대가 들어오고

차에서 내린 운동복 차림의 중년의 남녀가 같이 운동하러 가는 모습을 보아서

엄마도 남자친구랑 운동하러 가는 줄 알았다고 한다.

민해경의 '내 인생은 나의 것'이 귓가를 맴돈다.

부모가, 남편이 이제는 자식이 내 인생에 개입을 하는구나.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에 개입할 경우

가장 아름다운 것을 연애라 하고

가장 더러운 것을 폭력이라고 한다.(안도현)

나는 아들과 연애를 하고 싶은데 아들은 폭력이라 하네

2016년 여름 인스타그램에 내가 올린 게시물의 내용이다.

아들아, 엄마의 삶에 대한 너의 개입을 폭력이라 하지 않고 연애라 부를 테니 부디 배신하지 말기를 바란다.


사랑하고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나의 작은 연인, 아들아!

'사랑한다, 아들. 네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이라는 사랑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어떤 상황에서도 너를 믿고 지지하고 응원해 주던 아빠가 이제는 우리 곁에 없다.

우리가 힘을 합해 한 번에 운전면허 시험을 통과한 것처럼

이제는 엄마가 너 곁에서 무한한 응원을 해줄 테니

엄마를 믿고 함께 이 힘든 세상을 헤쳐나가 보자꾸나.

근데 너 아직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극복하지 못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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