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해요

이승에서 저승까지

by 아이만 셋

국화 한 송이 들고 당신에게 갑니다.

당신 없이 보내는 추석이 벌써 4년째입니다.

비어 있는 옆자리를 견디기 힘들어 제일 먼저 침대를 처분했습니다.

당신을 떠올릴 만한 모든 것을 치웠습니다.

잠들고 나면 헤드폰을 벗겨줄 당신이 없어 잠자리에서 음악도 듣지 않습니다.

너무 책망하시지 말기를 바랍니다.

내가 당신 없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으니까요.


당신의 사랑스러운 막내는 다음 달 전역합니다.

당신의 자랑스러운 첫째는 원하는 직장으로 이직에 성공하였습니다.

당신의 마스코트 둘째는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열심히 잘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기질을 가장 많이 물려받아 스포츠 광인 첫째는 둘째까지 데리고 오늘도 야구를 보러 갔습니다.

아마도 다음 이직할 직장은 야구에 관련된 곳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봅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한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은 일입니다.

우리가 늘 부러워하던 삶을 첫째와 둘째는 살고 있습니다.

나의 기질을 가장 많이 물려받은 막내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아 자리를 잡으면 저의 임무는 끝이지 싶어요.

그러면 당신 곁으로 정말 홀가분하게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죽으면 합장하자는 말에 '이승에서도 지겨운데 저승까지 가서 같이 있자고? 싫다'라고 하여 당신 섭섭하게 해서 미안해요. 그래도 다시 태어나면 '당신과 결혼은 한다'라고 했잖아요. 당신과 결혼해야 보석 같은 우리 아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으니까. 당신과 당연히 합장할 거예요. 마음에도 없는 말로 당신에게 상처 줘서 많이 후회하고 있어요. 우리 잘 지내고 있으니 당신도 그곳에서 잘 지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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