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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옥미 Jun 09. 2021

자전거 시대

할 수 없는 일들을 만나면 포기가 아니라 도전이란 용기를 낼 수 있기를.



처음 시도가 참패였을 때 다시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중학교 2학년 옆집 자전거를 빌려서 처음 페달을 밟았다. 뒤에서 잡아주고 몇 번의 시도에 직진으로 겨우 혼자 타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다 보니 속도가 나기 시작했다. 순간 속도감으로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브레이크를 잡는 것은 생각도 못 할 정도의 초보는 그만 보도블록에 부딪히면서 날아가 땅바닥에 패대기쳐졌다. 여기저기 멍투성이가 됐다.  그 이후 자전거를 배울 기회도 없었고 바쁜 삶에 치어 내 인생에 자전거는 무용지물인 그림의 떡이었다.


작년에 수원에 모바이크라는 공유자전거를 보고 자전거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좋아하는 화서문 내리막길에서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사람을 보았다. 멋있었다. 처음으로 자전거를 못 타는 내 자신이 루저처럼 느껴졌다. 한강을 놀러 갔었다. 한강 자전거 길에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며 유유자적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함께 간 사람 중에 나만 자전거를 못 탔다. 내가 자전거를 탈 줄 알았다면 함께 간 사람들과 한강라이딩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자전거를 배워보자!’ 작년에 여러 가지 일들을 만나면서 버킷리스트 1번에 올려놨었다. 바람과는 달리 코로나로 위축되었던 작년의 시간은 무엇을 시도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었다. 설상가상 모바이크는 사라져버렸다.


올해 초 새로운 공유자전거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다. 밤에 걷기 위해 나갔다가 말로만 듣던 수원에 공유자전거인 타조를 만났다. 크기도 아담하니 만만해 보였고 바로 탈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 정도면 탈 수 있겠는데?"

앱을 깔고 결제 카드도 등록하고 나서 얼떨결에 큐알코드를 인식시켰다.

'철컥’' 감옥의 쇠창살이 열릴 때 이런 소리가 날까?

큰소리를 내며 자전거 잠금이 풀렸다. 내 마음도 쿵!!.

당황했다. 큐알코드를 인식시키자마자 돈은 결제가 됐고 만만해 보였던 타조는 내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경외감마저 들게 했다. 반납하는 것도 몰라서 설명을 찾아서 잠금장치를 잠갔다. 아무것도 못 하고 5백 원만 날리고 쓰디쓴 패배의 잔을 마셨다. 기필코 자전거를 배워야겠다는 각오를 한 날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배우겠다고 하니 남편은 운전하면 되지 왜 이 나이에 위험하게 자전거를 배우느냐고 난리가 났다.

"60에 배우는 것보다 지금 배우는 게 낫잖아"

내가 할 수 있는 말 전부였다.

더 나이 먹으면 육체적으로 시도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줄어들 거란 것을 현실로 자각하고 있다.

무엇이든 혼자 결정하고 혼자 해결했던 일들이 예전 같지 않은 체력과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처럼 주저하는 낯선 내 모습을 종종 대면한다. 그리 좋은 기분은 아니다. 인정하고 건강하게 나이 듦을 받아들이고 싶었다. 받아들임이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은 객기 부리듯 오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도전해보려 했다. 남편의 극렬한 반대에도 딸과 사위의 격려, 내 자전거 인생의 길을 열어 준 자전거 샘의 도움이 시작됐다.

사람만 보이면 달리다가도 서버렸고, 작은 장애물에 벌벌 떨었고, 약간의 커브 길에도 핸들 잡은 손은 벼랑 끝에 매달린 사람처럼 온 힘을 다 쏟았다. 20~30분 정도 타면 기진맥진이다. 모든 에너지를 담아 힘을 준 손가락과 손목은 너덜너덜해진다. 운동장을 달리다 속도감에 무서워 넘어졌고 핸들에 부딪혀 입술이 터져 피도 많이 났다. 종아리는 멍투성이였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못 했던 것을 배우는 과정에 이 정도는 아파줘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정당성으로 받아들였고 또 달리고 싶은 기회로 삼았다.

 

시작했을 때 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불안하고 무서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탈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매일 기록경신한다고 칭찬해주며 옆에서 뛰어주었던 자전거 샘 덕분에 버킷리스트 1번을 달성해 가고 있다. 

하루건너 10km 이상을 달렸다. 사람을 만나도 멈추는 것이 아니라 핸들을 잡은 손이 올림픽 역기선수만큼 힘이 들어가 있지만 따르릉을 울리며 긴장과 쫄깃함으로 지나갔고, 페달을 마음껏 밟으며 바람을 가르는 신나는 라이딩도 경험했다.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달리는 이 맛에 자전거를 탔겠구나 싶었다. 이 좋은 걸 이제야 할 수 있게 되다니. 이제라도 경험할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한밤 중에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아파트 현관 앞에서부터 패달을 밟기 시작해서 근처를 자전거로 누비기 시작한다. 엄두도 못 냈던 곳을 벽돌 깨듯 하나씩 정복해 나갔더니 좁은 오솔길도 능숙하지는 못해도 통과를 했다. 무엇보다 아무도 없는 자전거도로를 혼자 누비며 다닐 때는 세상 부러운 것이 없다.


나의 자전거 시대를 응원한다. 60대도, 70대에도 무엇인가를 시도하고 도전할 신나는 할머니 문옥미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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