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옥미.. 내 이름이다. 딸은 "옥미~ 옥미~" 내 이름을 친구 부르듯 한다. "엄마 이름을 막 부를 거야!!!" 투정 섞인 한마디 하지만 속으론 딸이 부르는 내 이름은 친근하고 따뜻하고 다정하다.
어릴 적에 이 이름이 그리도 싫었다. 구슬 옥(玉)에 아름다울 미(美).. 달동네 출신답게 촌스럽고 까무잡잡하고 콧물을 달고 살았던 동그란 구슬 같은 옥미. 마음 여리고 소심하고 자신감 없었던 작은 아이였다. 문제는 내면의 옥미는 끓고 있는데 외면의 옥미는 그것을 분출시킬 힘이 없었다. 내면의 옥미와 외면의 옥미가 갈등하며 싸우고 있으니 힘에 겨워했고 원치 않았지만 얼굴과 마음에서 삐짐의 방식으로 삐죽 새어 나오면 더 주눅 들어하는 바보 같은 옥미가 그 자리에 있었다.
어릴 적 나의 이런 소심하고,내성적이고,자신감 없음을어디 화풀이할 곳 없을 때 적당한 것을 찾듯이 내 이름 탓을 했다.
"이름이 너무 여성스러워."
"옥미가 뭐야!! 이름이 너무 소심하게 생겨서 내 성격이 이런 거야!!"
그럼에도 내 이름을 잘 못 부르면 상당히 불쾌해했다.특히 미옥이란 이름은 한 반에 한 명씩은 꼭 있었는데 친구든, 선생님이든 내 이름을 문미옥이라고 잘 못 부를 때가 많았다. 괜히 미옥이란 이름을 미워하기까지 했다.(미옥 님들 죄송합니다) 상당히 불쾌하고 기분이 나빴지만 그걸 표현할 용기도 갖지 못했다. 그저 씁쓸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아마도 어릴 때 MBTI 검사를 했다면 I형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내성적이고 소심했던 나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 믿지를 않을 만큼 적극적인 발랄한(?) E형이다. 지금은 뭐든 시도하고 열정을 다해 사는 모습 때문인지 나의 어린 시절을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다. 너무 씩씩하게 잘 사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이든 앞 뒤 가리지 않고 무조건 몸이 먼저 가서 일하고 있고, 꿈틀거리며 가슴이 콩닥거리는 일이 생기면 거의 시도해보고 도전하는 삶을 살았다. 내면의 소심함은 가끔 주춤하게 만들고 마음 상함으로 다가올 때도 있지만 무엇이든 시도했다면 칼로 무를 자를 정도의 열심을 내며 살았다.
도전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에 용기를 얻는다고 청년들이 피드백을 해줬다. 어떻게 보면 극성떠는 사람처럼 보이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어쩌다 이렇게 바뀌게 되었을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 과정에서 난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다.
결혼 후 28살에 나은 첫째 딸이 태어난 지 두 달 반 만에 망막아 세포종이라는 안구 암에 걸렸고 내 인생에서 폭풍처럼 시린 날들을 보냈다. 이렇듯 자식의 아픔을 바라보며 살아야 하는 어린 엄마는 무조건 살아내야 했고, 견뎌내다보니 단단해졌고, 조금씩 성장해 나갔다.
내게 필요한 것은 이름이 씩씩해야 할 것도 아니었다. 사실 용기도 아니었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삶이 나를 만들어 갔다. 그저 하루하루 버티고 견디며 살다 보니 세상 무서울 것 없는 씩씩함으로 무장하게 했다.
그렇다 그 삶이 날 만들어갔고 내 이름을 만들어 갔다. 문옥미!!
그래 난 누구보다 씩씩한.. My name is 문옥미이다!!
최근 들어서도 잘 아는 분이 내 이름을 문미옥이라고 핸드폰에 저장한 것을 알 게 되었다.
음.. 아무리 그래도 내 이름을 문미옥이라고 부르는 것은 못 참겠다.. “빨리 이름 바꿔서 다시 저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