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바리스타님들이 있는 카페에 컨설팅을 갔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한 복지재단에서 운영하는 카페였는데 저에게 컨설팅 의뢰가 들어온 것이지요. 12명의 할머니 바리스타님들과 4명의 운영자 선생님이 있는 곳이었습니다. 재단에서는 총 4개의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고, 저는 그중 2곳의 카페를 컨설팅하게 되었죠.
카페 한 곳은 재단 건물 안에 있었고, 다른 한 곳은 동네 수영장 지하 1층에 있었습니다. 수영장 지하에 있는 카페는 꽤 넓은 공간이었습니다. 40평쯤 되었을까요? 카페에 들어가자마자 제 눈에 보이는 것은 책상마다 올려져 있는 커다란 아크릴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메뉴판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안내문이었습니다.
‘외부 음식 절대 반입 금지!’
책상마다 올려져 있는 아크릴판을 보면서 운영자 선생님께 물어보았습니다.
“고객님들이 외부에서 음식을 엄청 많이 가져오시나 봐요?”
“아~ 꼭 그렇지는 않아요. 과일이랑 김밥 같은 것을 가져오시기는 하죠.”
곧 컨설팅이 시작되었습니다. 모여있는 바리스타님들께 물어봤습니다. 일하면서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 때가 언제인지 물어봤죠.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입을 모아 여러 명의 고객이 들어와서 인원수에 맞지 않게 커피를 주문할 때 가장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즉 4명이 들어와서 커피 2잔을 시키면 마음이 불편해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봅시다. 정말 마음이 불편해지는 걸까요? 하나씩 잘 따져봅시다. 일하는 바리스타 입장에서 생각해봅시다. 4명의 손님이 카페에 들어와서 1잔을 시킨다고 자신의 급여가 줄어드나요? 아닐 것입니다. 그럼 4명의 손님이 들어와서 음료 4잔을 시키는 것이 더 일을 많이 할까요? 아니면 1잔만 만드는 것이 더 많은 일을 할까요? 당연히 1잔만 만드는 것이 일을 덜 하는 것입니다. 직원 입장에서는 마음이 불편해질 일이 하나도 없는 것이라는 것이죠. 그럼 오너의 입장에서 생각해 봅시다. 4명의 손님이 와서 1잔을 주문하면 어찌 되었든 그만큼의 이익이 발생합니다. 4명의 손님이 그냥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고 카페에 들어오지 않으면 수익은 0입니다. 하지만 4명의 손님이 들어와서 1잔이라도 주문하는 순간 수익이 생긴다는 것이죠. 그럼 오너의 입장에서도 손해가 아닙니다. 그런데 왜 바리스타들은 이런 상황에서 기분이 나빠지는 걸까요?
많은 이들이 자기 생각이 아닌 남이 주입해준 생각으로 살고 있습니다. ‘이러이러하면 기분이 나빠야 해. 이러면 잘못 된 거야. 이건 에티켓에서 벗어나.’ 이런 식의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고, 그런 상황이 되면 기분이 나빠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물론 에티켓 상 그리고 카페 문화라는 관점에서 볼 때 1인 1 메뉴는 어찌 보면 당연하죠. 하지만 그 에티켓을 어긴다고 해서 근무하는 바리스타가 기분이 나빠질 이유는 없다는 것이죠.
근무 중 기분이 나빠지면 과연 누구 손해일까요? 손님일까요? 아니면 근무하는 바리스타일까요? 어떤 택시를 탄 적이 있습니다. 택시를 타자마자 기사님은 불평과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경제 이야기를 시작으로 정치 이야기까지 말이죠. 그러던 중 앞쪽에서 차 한 대가 갑자기 끼어들었습니다. 택시 기사님은 당연히 급브레이크를 밟았습니다. 앞에 껴든 차는 뒤에 택시가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끼어든 차는 그냥 쌩하니 가버렸죠. 택시 아저씨는 갑자기 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한국말 중에 그런 말이 있었는지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다행히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저를 내려주는 그 순간까지도 택시 기사님은 욕을 계속했습니다.
저는 택시에서 내려서 강의장으로 가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저 기사님이 하는 욕은 누가 들을까?’ 우선 앞에서 끼어든 차는 못 들을 겁니다. 차 안에서 아무리 욕을 한다 해도 들리지 않을 테니까요. 그럼 승객으로 있는 제가 들을까요? 저는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기에 저는 그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물론 소리는 들었지만 말이죠) 그럼 그 욕은 누가 들을까요? 바로 택시 기사님이 들을 겁니다. 자기가 욕하고 자기가 듣는 거죠. 욕을 하면 할수록 그 욕이 자신에게 들릴 테고, 기분은 더더욱 안 좋아질 것입니다. 흔히 말하는 ‘일진 안 좋은 하루’가 되는거죠. 그럼 내일은 과연 일진이 좋은 날이 될까요?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아마 기사님은 자기 전에도 그 날 있었던 일로 기분이 좋지 않을 테고, 다음 날 아침에도 그 생각을 하면 기분이 나쁠 테니까요.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이면 일 년이 됩니다. 그런 일 년 일 년이 쌓이면 십 년이 되겠죠. 그렇게 모인 시간을 우리는 인생이라고 부릅니다.
자 다시 본론으로 돌아옵시다. 그럼 4명의 손님이 들어와서 1잔을 주문할 때 어떻게 생각하는 것이 좋을까요?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자신의 기분이 좋아지는 생각을 하는 것이 좋겠죠. 자기 자신을 위해서 말이죠. 저는 그런 상황일 때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선 4명이 와서 1잔을 시키는 상황이라면 ‘와~ 우리 카페의 음료가 얼마나 맛이 있기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와서 드시나!’라고 생각하죠. 맛이 없으면 들어오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러고 나서 나머지는 마케팅 기회로 봅니다. 4명이 1잔을 시키시는 고객님에게 더 친절하게 대하는 기회이자 마케팅으로 보는 것이죠. 4명이 1잔을 시키면 1잔의 음료와 3잔의 빈 잔을 같이 나가는 겁니다. 그럼 4명이 1잔을 시킨 고객님들은 대부분 놀라죠. 저는 이런 것이 진짜 마케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좋은 마케팅이죠. 우선 별도의 돈이 따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에 반해 매우 효과는 뛰어나죠.
바리스타가 하는 일은 서비스업입니다. 성공적인 서비스란 결국 고객의 기분이 좋아지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고객의 기분이 좋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자신이 기분이 좋아야 합니다. 이번 한 달 나의 기분의 변화를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기분 좋은 선택을 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