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카페는 겨울이 비수기다 (카비르 이야기)
카페는 겨울이 비수기이다. 특히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카페 같은 경우에는 더욱더 말이다. 지혁은 3달 전인 9월에 동네 골목에 작은 카페를 열었다. 처음 카페를 열었을 때는 소위 말하는 오픈빨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3개월이 지나고 12월 찬바람이 부니 저녁 시간에 손님이 뚝 끊겼다.
‘이래서.. 선배 사장님들이 겨울나기라는 표현을 썼구나..’
지혁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포스기의 매출을 보았다. 어제 매출은 12만 원, 엊그제는 7만 원. 매출을 보니 다시 가슴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2년 전 지혁은 우연히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30살 청년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사장만 되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2년이 지나고 막상 사장이 되보니 생각과는 너무나 다른 상황이 지혁의 눈 앞에 벌어졌다. 적어도 직원일 때는 손님이 없으면 미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가슴이 막히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저녁 6시. 어느 카페든 가장 한가해지는 시간이다. 그나마 있던 손님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갑자기 카페가 휑해졌다. 지혁은 행주를 손에 쥐고 테이블을 닦으로 나갔다. 13평의 카페. 7개의 테이블이 있었다.
“오늘도 글렀군.”
아무도 없는데 혼잣말을 뱉어본다.
지혁은 바테이블에 앉아서 읽던 책을 펼쳤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책을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지혁은 원래 작가가 되고 싶었다. 그런데 삶은 그런 지혁은 이리저리 몰고 다니다가 카페라는 일을 던져 주었다. 그래도 지혁은 막연히 언제가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책에서는 인도의 사상가이자 시인인 카비르의 이야기가 나왔다. 카비르는 천을 짜는 직공이었다. 그런 그가 깨달음을 얻은 후 많은 추종자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천을 짜면서 생활을 했다. 제자들도 많이 있었다. 그 중에는 작은 나라의 왕들도 여럿 있었다. 바라나시의 왕 또한 카비르의 제자였다. 바라나시의 왕은 스승인 카비르에게 이제 그만 직공 일과 시장에 나가서 천을 파는 일을 그만 두어달라고 요청을 했다. 이유인 즉 제자들의 체면이 상한다는 것이다. 바라나시의 왕은 카비르에게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이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에 카비르가 답했다.
“그래. 나는 그대들의 어려움을 이해한다. 그러나 나의 유일한 재능은 아름다운 천을 짜는 것이다. 내가 이 일을 멈추면 누가 이일을 하겠는가? 그리고 나는 매주 시장에서 각각 다른 얼굴과 다른 육체로 나타나 나의 천을 사주는 신을 만나고 있다. 그러니 내가 어찌 이 일을 안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내 천을 사는 모든 손님들을 나를 찾아오는 신으로 만나고 있다. 내가 달리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나는 지금 천을 짤 수 있고, 노래를 부를 수 있고, 춤을 출 수 있다. 나는 지금 이 삶에 크게 만족하고 있다.”
지혁은 카비르의 일을 읽으면서 몸에 전율을 느꼈다. 카비르는 시장에서 만나는 모든 고객들을 자신을 만나러 오는 신이라고 했다. 이건 새로운 생각이자 접근법이었다. 카비르에게 천이 있다면 지혁에게는 커피와 카페가 있었다.
지혁이 커피를 업으로 생각을 한 것은 한 노숙자 손님 덕분이었다. 지혁이 아직 아르바이트생으로 있을 때 한 노숙자 손님이 카페에 찾아왔다. 술도 많이 취해 있었고, 욕도 많이 하는 그 손님을 지혁은 웃으면서 대했다. 그러자 그 노숙자 손님이 지혁에게 자네 같은 사람이 장사를 해야 된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 날 이후로 지혁은 커피를 업으로 삼게 되었다.
아르바이트로 커피를 시작한 지혁은 2년 동안 매니져와 점장을 거치면서 일을 했다. 어려울 것이 별로 없었다. 손님을 대하는 것도 즐거웠다. 커피를 내리는 일이나 고객에게 응대하는 일에 대해서 특별히 어렵다고 느낀 적도 없었다. 창업도 자신 있었다. 레시피도 알고 있고, 재료를 받는 업체도 많이 알고 있었다. 매장 관리 하는 법도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창업을 해보니 자신이 했던 일은 빙산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장의 눈으로 바라보는 장사는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일은 해도 해도 끝나지 않았다.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면 다른 문제가 생겼다. 그 모든 것을 혼자서 해야 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니 카페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겨울이 되면서 매출이 반토막이 나면서 아르바이트 때에도 걱정하지 않았던 돈걱정을 하게 된 것이다. 지혁은 사장님들은 모두 많은 돈을 가지고 가는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장사를 하고, 운영을 해보니 버는 만큼 가져가는 것이 아니었다. 월세를 내고, 재료비를 내고, 이것저것 내고나면 수중에 남는 돈은 거의 없었다. 그나마 월급을 받을 때는 예산이라는 것을 세울 수 있었는데, 사장이 되고 나니 예산이라는 것을 세우기는커녕 마치 하루살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가 방법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 방법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기에 더 답답한 지혁이었다. 장사가 잘 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무엇을 해야 되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늘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정확하게 뭔지를 알 수가 없었다.
‘내가 꿈꾸던 삶은 이런 모습이 아닌데.. 대체 무엇을 더 해야 되는거지? 카비르에게 찾아온 고객의 모습을 한 신이 나에게도 필요해.. 뭔가 방법이 필요해..’
어느새 거리는 깜깜해졌다. 시계는 저녁 8시를 향해 빠르게 가고 있었다. 창 밖으로 바람 소리가 들렸다.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마치 사람들이 사라진 행성 같아 보였다. 그때 카페 문이 열리면서 한 남성 고객과 외국인 여성 고객이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지혁은 반갑게 인사를 건내면서 주문을 받기 위해 포스기 쪽으로 걸어갔다.
“어!”
손님과 동시에 탄성이 나왔다.
“혹시 강쌤 아니세요?”
“지혁~ 여기에 웬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