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강쌤에 대한 기억
지혁이 강쌤을 처음 만난 것은 중학교 3학년 때였다. 강쌤은 지혁과 지혁 친구들의 그룹 과외 선생님이었다. 강쌤의 수업 방법은 조금은 특이했다. 아이들에게 이번 학기 동안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그때는 PC방이 유행이었기에 아이들은 모두 PC방에 가서 놀기를 원했다. 강쌤은 부모님들에게 자신을 믿어달라고 설득한 후 아이들과 한 달 내내 PC방에서 놀았다. 첫 주에는 모두 의아해하면서 같이 PC방에 갔다. 한 달 동안 매일매일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은 강쌤과 PC방으로 갔다.
한 달이 지나가자 오히려 아이들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뒤면 중간고사가 시작되는데 과외 선생님이라는 사람은 공부는커녕 매일 게임만 시키고 있는 것이었다. 한 달하고 한 주가 지나가면서 아이들은 이제 공부를 해야 되지 않냐고 강쌤에게 물었다. 하지만 강쌤은 씨익 웃으면서 괜찮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다. 중간 고사가 이제 2주일 남은 시점이 되었다. 아이들은 더 조급해졌다. 친구들은 이제 슬슬 시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강쌤은 여전히 지혁과 그 친구들을 데리고 PC방에 가고 있었다. 이제 아이들은 강쌤에게 제발 공부를 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하지만 강쌤은 조금만 더 놀자고 말을 할 뿐이었다. 이제 PC방에 가는 것이 전혀 즐겁지 않은 아이들이었다. 어떤 친구는 PC방에서 몰래 문제지을 풀기도 했다. 강쌤은 그런 친구의 문제집을 빼앗기도 했다. 게임에 집중하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드디어 시험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아이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아이들은 강쌤에게 제발 공부를 하게 해달라고 애원까지 할 지경이었다. 강쌤은 너희들이 그렇게까지 애원한다면 오늘부터 딱 일주일만 공부를 해보자고 했다. 그 날 저녁부터 지혁과 친구들은 수업이 끝나면 모두 강쌤네 집에 모였다. 강쌤은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가르치지 않았다. 강쌤은 짧은 시간 동안 높은 효과가 나는 공부법에 대해서 매일 30분씩 강의를 했다.
밤 10시가 되면 하던 공부를 모두 중지시켰다. 그리고 나서 지금 공부하고 있는 시험 범위의 목차를 마인드 맵을 이용해서 그리게 했다. 그리고 그 마인드 맵 아래 생각나는 모든 것을 적게 하였다. 그렇게 하자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와 무엇을 모르는지를 스스로 알게 되었다.
또한 무엇인가를 외울 때는 머리 속에 있는 집에 들어가서 그 안에 기억을 저장하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잘 안 외워지는 것은 눈을 감은 뒤 자신의 집을 그리게 한 후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간 후 상상 속의 위치에 넣는 방법이었다. 만약 수학 공식을 외워야 한다면 그 공식을 상상 속에서 종이에 적은 다음 집에 들어가서 자신의 책장 첫 번째 서랍에 넣어 두는 식이었다. 그 다음에 문을 닫고 나온 후 눈을 뜨는 것이었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눈을 감고 상상 속의 집에 들어가서 상상 속의 책장 첫 번째 서랍을 열면 그 공식이 거기에 있고, 그 것을 그냥 보라는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이렇게 하니 정말 많은 공식들을 외울 수 있었다.
강쌤은 또한 제자들에게 잠을 깊게 잠드는 방법도 알려주었다. 편하게 누운 다음에 우선 호흡에 집중한 후 의식적으로 정수리 끝부터 발끝까지 이완하는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강쌤이 제자들을 모두 자리에 눕게 한 후 가이드를 해주었다.
“편하게 호흡에 집중해봐. 들이 마시고.. 내쉬고.. 들이 마시고.. 내쉬고.. 들이 마시면서 좋은 에너지가 몸에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내쉬면서 피곤이 나간다고 생각하는거야. 다시 들이 마시고.. 내쉬고.. 들이 마시고.. 내쉬고..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머리가 맑아지고 있어. 들이 마시고.. 내쉬고.. 그 다음부터 내가 말하는 부분을 이와해보는거야. 정수리 끝, 이마, 눈썹, 눈, 코, 뺨, 입, 턱에 힘을 천천히 빼는거야.. 목.. 어깨.. 가슴.. 팔..팔목.. 손.. 가슴.. 배.. 허리.. 허벅지... 무릎.. 종아리.. 발.. 발가락.. 아주 편안해지고 있고 점점더 편안해질 거야. 다시 호흡에 집중을 해봐..”
강쌤의 가이드에 어떤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잠들기도 했다. 강쌤은 자기 전에 항상 일어날 때 활기차게 일어나는 상상을 하라고 했다. 눈을 감고 실제로 상상 속에서 아침을 맞이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으로 일어나는 상상을 시켰다.
그리고 원하는 시험 점수를 종이에 쓰게 했다. 그 다음 원하는 만큼 시험 점수가 나오면 어떤 기분일지 물었다. 그리고 상상으로 그 기분을 충분히 느끼게 하였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아이들은 강쌤과 함께 중간 고사를 대비하였다. 너무 많이 논 탓인지 공부를 하면서도 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치 모아온 에너지가 한 번에 방출되는 것 같았다. 강쌤은 게임과 공부는 본질상 같은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실제로 강쌤은 PC방에 가기 전에 학교 공부를 아이들과 한 것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강의를 아이들에게 해주었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자원을 모으고, 적을 섬멸할 수 있는지에 대한 강의였다. PC방에서 나온 후에는 그 날 있었던 게임에 대한 피드백을 해주었다. 잘 한 부분과 조금 더 개선해야 될 부분에 대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 할 수 있을까를 늘 연구했다. 또한 적들이 놀라운 전술이나 전략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분석을 했다. 아이들은 신나서 강쌤과 함께 연구를 했다.
강쌤은 그때 연구했던 그 방법을 공부에 적용해보라고 했다. 공부는 게임이며, 점령해야 되는 적진이라는 말을 했다. 모르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비밀의 열쇠를 누구보다도 빨리 찾아야 된다고 했다. 또한 강쌤은 아이들끼리 일주일 동안 게임의 노하우를 서로 나누듯이 자신만이 아는 공부의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수학 공식은 이렇게 하면 빨리 외울 수 있어. 이 영어 단어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금방 외워져. 이 문제는 이렇게 하면 풀 수 있어. 수많은 노하우들을 지혁과 친구들은 게임하듯이 개발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드디어 중간 고사가 되었다. 지혁은 문제를 처음 받았을 때 놀랐다. 거의 모든 문제가 자신이 알고 있는 문제였던 것이었다. 지혁과 친구들은 그 중간 고사 때 정말 놀라운 경험을 했다. 반에서 30등이었던 지혁은 중간 고사 때 반에서 12등을 하였다. 딱 일주일만 공부를 했을 뿐인데 정말 놀라운 결과였다.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반에서 20등 이상 성적이 올랐다. 부모님들은 모두 놀라워했다. 그렇게 강쌤은 지혁과 친구들을 9개월 정도 가르쳤다. 겨울 방학이 되면서 강쌤은 자신이 늘 꿈꾸던 미국에 간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
그렇게 16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