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되면 그다음에는?

by 조성민 바리스타

1-3 만약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잘되면 그다음에 나는 무엇을 할까?


강쌤은 지혁에게 반갑게 인사를 했다. 같이 온 외국인 여성분을 지혁에게도 소개를 시켜 주었다.

“지혁. 여기는 안젤리나. 내가 미국에 있을 때 도움을 많이 주신 분이셔. 이번에 한국에 놀러 오셨어. 안젤리나. 여기는 지혁.”


지혁과 안젤리나는 서로 인사를 나눴다.


“지혁. 우리 밀린 이야기는 잠시 뒤에 하자. 우선 안젤리나와 잠깐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올게. 음료는.. 음.. 뭐가 좋을까? 우리 지혁 사장님이 추천 좀 해 줘.”

“음.. 라떼 어떠세요?”

“그래. 라떼 좋겠다. 안젤리나도 라떼?”


안젤리나도 좋다는 의미로 고객를 끄덕였다. 강쌤과 안젤리나는 카페 창가 쪽에 가서 앉았다. 지혁은 능숙한 솜씨로 라떼 2잔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쪽은 하트를 다른 한쪽은 튤립을 그렸다. 2잔의 라떼를 쟁반에 담아 강쌤이 있는 테이블로 가져다 주었다.


“와우~”


원래도 표현력이 뛰어난 분이었지만 미국에서 살아서 그런지 한국인과 다른 리액션이 나오는 강쌤이었다.


“지혁. 너무 맛있다.”

강쌤의 칭찬에 지혁 사장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두 분 좋은 시간 가지세요.”

“땡큐. 지혁. 우리의 밀린 이야기는 이따가 하자. 오늘 몇 시까지 해?”

“오늘은 밤 11시까지 해요.”

“그래. 알았어.”


강쌤과 안젤리나가 들어온 다음부터 손님들이 같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마치 강쌤이 손님을 몰고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손님들이 들어왔다. 갑자기 분주해진 지혁이었다. 주문을 받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강쌤은 안젤리나와 이야기가 끝났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젤리나는 지혁에게 인사를 한 후 카페를 나갔다. 강쌤은 밖까지 배웅을 하고 다시 카페에 들어왔다.


“지혁. 저녁 먹었어?”

“아뇨. 아직 못먹었어요.”

“그래? 그럼 빵이라도 사다줄까?”

“네. 좋죠.”


강쌤은 지갑을 챙겨서 다시 밖으로 나갔다. 지혁은 바를 한 번 정리를 했다. 잠시 뒤 강쌤이 빵을 한다발 들고 카페에 들어왔다. 바에서 가까운 테이블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지혁은 우유를 2잔 컵에 따라서 테이블로 가져왔다.


“쌤. 미국에 계신거 아니였어요?”

“미국에 있었지. 미국에 있다가 한 2년 전에 한국에 들어왔어.”

“그럼 앞으로 계속 한국에 계신거에요?”

“아니야. 잠깐 쉴려고 들어왔어. 우선 지혁 배고플테니까 빵부터 먹어.”

지혁은 빵을 집어서 먹기 시작했다.

“그나자나 어떻게 이런 멋진 카페를 차리게 된 거야?”


강쌤의 질문에 지혁은 그동안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강쌤은 경청에 능한 사람이었다. 신기하게 자꾸 속에 있는 이야기를 하게 만드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16년 만에 보는데도 마치 어제 본 사람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지혁은 대학 시절 이야기부터 군대 이야기, 서울로 상경해 취직한 첫 직장에서 3개월 만에 도망쳐온 이야기, 도망친 곳이 아프리카였고 6개월 동안 그곳에서 선교사님과 지낸 이야기. 한국에 돌아와 지방에 한 디자인 회사에 취직해서 2년 동안 일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카페 아르바이트를 시작으로 지금의 카페를 창업한 이야기까지 풀어냈다. 그렇게 훌쩍 2시간이 지나갔다. 골목은 더 깜깜해졌고, 거리에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쌤. 아메리카노 리필 한 잔 해드릴까요?”

“좋지.”


지혁은 새로운 머그컵에 따끈따끈한 아메리카노를 리필해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자리에 앉으면서 지혁은 긴 한숨을 쉬었다.


“왜? 지혁, 요즘 힘들어?”


강쌤의 질문에 지혁은 힘없이 웃었다.


“현실이 녹녹치 않네요.”


지혁의 그 말에 강쌤은 말없이 아메리카노를 한 입 마셨다.


“솔직히 아르바이트할 때에는 사장만 되면 게임 끝인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사장이 되고 나니까 어째 더 힘들어진 거 같아요. 사장하고 알바의 차이점은 세무서에 가느냐 마느냐의 차이밖에 없더라고요. 그나마 오픈했을 때는 손님이 조금 있었는데, 찬바람이 불고 나니까 저녁때는 손님들이 집 밖에 나오지를 않는 거 있죠. 이러다 망할 거 같다는 생각도 자주 해요. 뭔가를 해야 되는데 그게 뭔지를 모르겠어요. 사실 길을 잃은 기분이에요.”

실없는 넋두리를 뱉는 지혁이를 보며 강쌤은 잠시 가만히 있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강쌤이 지혁에게 물었다.


“그럼 지혁이 원하는 건 뭐야?”

“제가 원하는 거요?”

“그래. 지금 지혁이 원하는건 뭐야? 방금 이야기는 지혁이 원하지 않는 것만 말했잖아. 손님이 오지 않는 것과 그러다 망하는 것이 지혁이 원하는건 아니지?”

“당연하죠. 그걸 원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렇지. 그럼 지혁이 지금 원하는건 뭐야?”

“장사가 잘 되는거겠죠?”

“그래. 장사가 너무 잘되면 그 다음에 지혁은 뭐를 할꺼 같아?”

“장사가 너무 잘 되면요?”

“그래. 장사가 너무 잘되면 그 다음에 지혁은 뭐를 할까? 카페 평수를 넓힐까? 아니면 다른 매장을 하나 더 낼까? 그것도 아니면 다른 일을 할까?”

“글쎄요.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럼 지금 생각해볼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너무 잘 되면 나는 그다음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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