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존재가 먼저이고 현상은 나중이다

by 조성민 바리스타

1-6 존재가 먼저이고 현상은 나중이다


지혁은 테이블 위에 놓인 구멍이 뚫린 2장의 종이를 바라보았다.


“그럼 어떻게 하면 이미 그것을 이룬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지혁의 물음에 강쌤은 카페 책장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지혁.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이 출판되고 나서 작가라는 존재가 된 것일까? 아니면 이 책이 출판되기 전에 작가라는 존재가 된 것일까?”

“당연히 책이 출판되고 나서 작가가 된 것 아닐까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 그럼 한 번 생각해보자. 이 책이 나오려면 먼저 출판사에서 책을 출판을 해야겠지. 그리고 그 전에 이 책의 원고를 이 작가 다 써야 될테고.”

“그렇죠.”

“그럼 그 전을 생각해보자. 이 작가는 이 원고를 처음 쓴 날이 있을 거야. 즉 이 책의 첫 문장을 쓴 날이 있었겠지?”

“그렇겠죠.”

“그럼 그때 이 책의 저자는 작가였을까? 아니면 작가가 아니였을까?”

“책을 쓰고는 있지만 책이 아직 나온 것은 아니니까 작가는 아니지 않을까요?”

“그래. 책이 아직 없으니까 사람들은 이 사람을 작가로 보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책의 첫 문장을 쓰면서 이미 스스로 작가라는 존재가 되어서 이 책을 썼을 거야. 그렇지?”

“그러네요.”

세상의 모든 일들은 항상 어떠한 존재가 먼저 되고 난 후에야 그에 따른 결과가 나타나게 되어 있어. 이것은 비단 책뿐만은 아니지. 4,000억의 재산을 가진 부자가 있었어. 이 부자가 처음부터 4,000억을 가진 것은 아니었어. 오히려 가난했지. 사업을 하다가 망하기도 했어. 빚이 많아서 집에 빨간 딱지가 붙기도 했고 말야. 그러던 어느 날 부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날이 있었어. 그 결심한 날의 상황은 돈이 많지 않았을 때지. 아니 오히려 빚이 많았어. 하지만 그는 부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 날부터 부자라는 ‘존재’가 되었어. 그리고 그 날부터 이미 부자로 살아가기 시작한거지. 부자의 존재가 된다고 해서 돈을 펑펑 쓴다는 것이 아니야. 진짜 부자의 존재가 되어서 부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부자의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을 말하는거지. 부자‘처럼’ 산다고 결코 부자가 될 수 없는 법이야. 부자‘처럼’이 아니라 진짜 부자로 살아가야 하는거지. 중요한 것은 현재의 상황이 아니야. 진짜 중요한 것은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명확하게 그리고 그 존재로 살아가는거지. 그럼 지혁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해야 될까?”

“그럼 저는 이미 랜드마크 카페의 오너이자 작가로 살아가야 되는거겠네요.”

“그렇지! 몇 년뒤, 혹은 몇 십년 뒤 그런 존재가 된 지혁을 지금 이 시점에 데려다 놓고, 다시 카페를 운영하라고 한다면 어떻게 운영을 할까?”

“음... 우선 조급증을 버리고 여유롭게 운영할 것 같아요. 어차피 랜드마크도 될꺼고 작가도 될테니까요.”

“그래. 그러고?”

“랜드마크가 되면 하고 싶었던 일들을 지금 이 카페에서 시작할꺼 같아요.”

“예를 들면?”

“음.. 독서모임이라던지, 도서관 같은 느낌의 카페라던지, 아트마켓 같은 것도 재미 있을꺼 같아요.”

“그리고?”

“그리고 시간이 있을 때 이미 작가라면 책을 보고 글을 쓰겠죠.”

“그렇지. 만약에 지혁이 지금 이 순간부터 그렇게 매일매일의 시간을 보내면 어떻게 될까?”

“정말 그 꿈들이 이루어지겠죠.”

“그래. 그거야!”
“갑자기 선명해진거 같아요.”

“그래. 목적지가 있어야 방향이 잡히고, 속도에 의미가 생기는거야. 지금 이 종이를 보면 2개의 구멍이 있잖아. 하나는 현재 지혁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그것을 이룬 지혁의 모습이지. 지금처럼 지혁이 원하는 생각에 집중을 하면 어떻게 될까?”

“원하는 것이 더 빨리 이루어지나요?”

“그래. 이렇게 생각해봐. 지금 지혁이 원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저기 멀리 있는 저 점이 현재 이 점을 향해 끌어당겨지는거야. 원하는 생각을 할 때마다 지혁의 이미지는 이미 그것을 이룬 존재와 동일해지니까 말야. 저기 있는 점이 여기로 끌어당겨지면 어떻게 될까?”

“종이가 접히겠죠.”

“그렇지. 이렇게 종이가 접히겠지.”

강쌤은 ‘100만 광년 떨어진 별=랜드마크 카페 & 작가’가 있는 점에서 현재를 향한 곳을 접기 시작했다. 종이는 접힐수록 구겨지고, 많은 주름이 생겼다.

“우리는 항상 현재만을 살잖아.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면 지금 현재가 바뀌는 것이 아니야. 항상 미래의 타임라인선 가장 끝단부터 접히는거지. 접혀오면 거리가 짧아지겠지. 거리가 짧아지면 그것이 이루어지기까지의 시간이 짧아진다는 소리야. 그리고 미래부터 접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한 방법을 알 수 없는거지.”

강쌤은 계속해서 종이를 접었다. 2개의 점은 어느덧 가까워졌다.

“지혁. 그럼 이 접힌 부분을 현재 시점에서 바라보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글쎄요.”

“상상력을 이용해봐. 저기 끝에 나의 꿈이 보이는데 눈 앞에는 접혀진 굴곡진 미래가 보인다고 생각해봐. 어떤 기분일까?”

“마치 꿈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기분일까요?”

“그래. 꿈이 접혀서 나에게 오고 있을 때의 상황을 보면 모두 어려워보이는 이유가 바로 그거야. 만약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그 존재로 살아가고 있는데 한 치 앞에 굴곡들이 보인다면 그것은 꿈이 빠르게 나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증거야.”

“위로가 되는 말이네요.”

“그래. 중요한 것은 내가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꿈이 나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야. 그리고 그 꿈은 나의 ‘존재의 순도’에 따라서 속도가 결정돼.”

“존재의 순도요?”

“그래. 존재의 순도. 나의 삶이 이미 그것을 이룬 존재와 일치하는 순간 내 앞에 그것과 관련된 상황들이 펼쳐 지는거야. 잘 생각해봐 지혁. 지혁이 지금 이 카페를 하고 있는 것이 노력에 의해서일까? 물론 출근을 하고 일을 하고는 있지만 모든 것은 지혁이 어떠한 이미지를 먼저 가졌고, 그 이미지에 맞는 존재가 되었을 때 지혁에게 ‘우연’과 ‘상황’이라는 이름으로 눈 앞에 펼쳐졌을 거야. 즉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것은 찾는 것이 아니야. 그것들은 항상 우리 곁에 예전부터 있었던거지. 내가 준비가 되면 그제야 내 앞에 나타날 뿐이야.”

강쌤의 말을 듣고 지혁은 창업하기 전을 생각을 해보았다. 그때 지혁의 핸드폰에 맞춰둔 알람이 울렸다. 밤 10시 40분을 마감 청소를 알리는 알람이었다. 이제 슬슬 설거지와 머신 마감 청소를 해야 될 시간이었다. 포스기 정산도 하고 말이다.

알람 소리를 들은 강쌤은 자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오늘은 정말 우연히 지혁을 만나서 의미 있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네. 물론 이 세상에 우연이라는 것은 없지만 말야.”

“저도 덕분에 좋은 말씀 많이 받고 힘을 얻은 것 같아요. 그렇지 않아도 무엇인가 돌파구가 필요했거든요.”

“지혁의 그 생각이 나를 여기로 오게 만들었나보다. 그나자나 지혁은 쉬는 날이 언제야?”

“저는 매주 월요일날 쉬고 있어요.”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자. 지혁이 쉬는 날 지금 내가 있는 곳으로 한 번 놀러와.”

그러면서 강쌤은 명함을 한 장 지혁에게 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명함에는 ‘갤러리 832’라는 상호명과 주소가 써 있었다.

“덕분에 잘 마셨어. 지혁. 고마워. 그럼 다음에 보자고. 오기 전에 연락 주고~”

“네. 쌤. 저도 덕분에 좋은 시간 보냈어요. 이번 주 쉬는 날 찾아 갈께요.”


벌써 밤 10시 45분이었다. 설거지하고 마감 청소까지하면 조금 늦께 가겠다는 생각을 한 지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웬지 기분이 한결 가벼워진 지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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