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지혁이네 카페는 월요일날 휴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월요일을 싫어한다. 지혁도 직장을 다닐 때는 월요일이 죽도록 싫었다. 지혁의 첫 번째 직장은 서울에 있는 한 디자인 회사였다. 3년제 전문 대학을 졸업하고 지혁은 서울에 있는 회사에 인턴 사원으로 다니게 되었다. 기획 부서였다. 물론 말이 기획부서였지 회사의 모든 일을 다하는 곳이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주어진 업무를 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기획을 한다는 말에 처음부터 지혁은 자신이 없었다. 선배들에게 말로만 듣던 ‘월화수목금금금’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딱 3개월. 지혁은 100일도 못 채우고 첫 직장을 도망치듯 뛰쳐 나왔다. 고2 때부터 미술이라는 것을 준비했으니 시간 상으로는 10년이 넘는 시간이었다. 10년 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던 것이 겨우 100일도 안되어서 박살이 나버린 것이었다. 처참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지혁은 병이 났다. 한 2달은 누워서만 지낸 지혁이었다. 할 수 있는 일도 없었고, 하고 싶은 일도 없었으며, 할 일은 더더욱 없었던 지혁이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없었다. 다시 무엇인가를 해 볼 자신말이다.
그런 지혁을 2달간 지켜보던 지혁의 아버지는 지혁에게 한 해외선교 봉사단체를 소개해주었다. 6개월 과정이었는데 3개월은 국내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3개월은 해외에 가서 봉사를 하는 일을 하는 곳이었다. 딱히 할 것이 없었던 지혁은 아버지가 소개하는 그 봉사단체에 지원을 했다. 무엇인가 변화가 필요했던 지혁이었다. 6개월간의 시간 동안 지혁은 세상과 떨어져 공동체 생활을 했다. 봉사단체에서의 생활은 매우 심플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다 같이 모여서 아침 산책을 갔다 온 후 식사를 한다. 점심이 되기 전까지는 노동을 한다. 여기서 노동이란 몸을 쓰는 모든 활동으로 조별로 돌아가면서 청소, 농사, 점심 식사 준비 등 여러 가지 일을 말했다. 점심을 먹고 저녁이 되기 전까지는 공부를 했고, 저녁을 먹으면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TV도 없고, 책도 없는 곳이었다. 해외 봉사를 가기 전 3개월은 국내에서 훈련을 받고, 나머지 3개월은 해외에서 훈련을 받는 곳이었다. 지혁은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그 6개월동안 앞으로 무엇을 해야 되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다. 딱히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막연히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만 들뿐이었다.
6개월의 시간이 지나가고 다시 지혁은 일상으로 돌아왔다. 똑같았다. 6개월 전과 6개월 후가 여전히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지혁의 마음이 조금 바뀌어 있었을 뿐이었다. ‘도서관에 가서 1년 동안 책만 한 2천권 읽고 작가가 되어 볼까?’ 라는 생각을 하던 중 아시는 분의 소개로 지방의 한 디자인 회사에 취직을 하고 말았다. 아직 지혁에게는 자신의 삶을 결정할 용기가 부족했다. 상황에 밀려서 이도 저도 아닌 선택들을 많이 하는 지혁이었다. 그래도 첫 직장보다는 훨씬 괜찮은 조건이었다. 적어도 주말은 쉬는 곳이었다. 물론 6명의 직원이 1명씩 돌아가면서 토요일에는 아침 9시에 출근해서 점심 12시까지 당직 근무라는 것을 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두 번째 직장에 들어간지 3개월. 또다시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딱 3개월째가 고비인가보다고 지혁은 생각했다. 3개월을 넘기고 나니 금방 6개월이 되었다. 월요일이 싫어진 것은 딱 그때쯤이었다. 왜 모든 직장인들이 월요일을 그렇게 싫어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 지혁이었다. 대신 금요일은 점심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야근만 없다면 말이다. 누군가 그랬다. 월급은 마약이라고. 그 말에 동의하면서 지혁은 회사를 다녔다. 정말 딱 한 달에 한 번 주는 월급은 마약 같았다. 월급이라는 마약의 금단 형상은 항상 4주차 월요일날 나타난다. ‘이번 월급만 받고 그만 두어야지.’라고 생각하니까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든다는 것은 3주까지 월급이라는 마약에 취해있다가 4주째가 되면 그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지혁은 생각했다. 하지만 신기한건 막상 4주가 지나고 월급이 통장에 들어오면 그 전에 했던 생각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었다. 지혁은 두 번째 직장을 다니면서 신용카드라는 것을 만들었다. 월급이 마약이라면 신용카드는 족쇄였다. 마약과 족쇄. 이 것이 엄청난 조합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두 번째 회사생활을 1년을 하고 나서 지혁은 퇴근 후에 블로그에 그림과 글을 1편씩 올리기 시작했다. 방문자 수와 상관없이 그냥 퇴근하고 나서 그리고, 글을 썼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해서. 글이라는 것이 참 묘해서 생각하고 쓰는 것이 아니라, 쓰면 생각을 하게 되는 속성이 있다. 지혁은 글을 쓰다 자신의 인생을 계산해보게 되었다. ‘지금부터 내가 100살까지 산다고 치고.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닌다고 치자. 그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7일. 월요일 10년, 화요일 10년, 수요일 10년, 목요일 10년, 금요일 10년, 토요일 10년, 일요일 10년. 이렇게 70년 정도 남았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내 삶이 아니니까 그렇게 50년. 나머지 토요일 10년, 일요일 10년이면 20년만 내 삶인건가? 그럼 나머지 50년은 내 삶이 아니라 회사의 삶인가? 이게 뭐지?’ 그렇게 막상 글을 써보고 나니 지혁은 답답해졌다.
두 번째 회사의 사장님은 좋은 분이셨다. 딱 지혁의 아버지 세대들의 표본 같은 분이셨다. 자수성가를 하셨고, 책임감이 강했으며, 지혁이 볼 때 정말 일만 하시는 그런 분이셨다. 그때쯤 사장님이 과로로 입원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온 차장님과 함께. 사장님 없는 회사는 회사 입장에서야 위기지만 직원들에게는 낙원이었다. 그때 지혁은 생각했다. ‘만약 내가 이 회사를 10년, 20년을 더 다니게 되어서 인수를 하게 된다면 과연 나는 이 회사의 사장이 되는 선택을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정확했다. ‘NO!’ 지혁이 원하던 삶은 이런 모습이 아니었다. 월요일을 저주하는 삶이라니 너무 슬프지 않은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0년씩 50년은 내 것이 아니고, 토요일부터 일요일까지 20년만 내 삶이라는 이것도 너무 슬펐다.
그렇게 또 6개월이 흘렀다. 1년 6개월. 지혁 위로 있었던 직원 2명이 나갔다. 한 명은 결혼을 해서 나갔고, 다른 한 명은 이직을 했다. 자연스럽게 지혁 아래로 신입 직원 2명이 들어왔다. 다시 바뻐졌다. 신입 직원들에게 업무를 가르치다 보니 또 6개월이 흘렀다. 2년. 지혁 자신도 이 회사에서 2년이라는 시간을 보낼지 몰랐다. ‘아.. 이렇게 2년이 10년이 되고, 20년이 되겠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혁의 나이는 29살이었다. 29살 크리스마스. 지혁은 사표를 냈다. 물론 미래에 대한 구상 같은 것은 없었다. 그저 월요일을 싫어하는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두 번째 회사에 사표를 내면서 지혁은 만약 다음번 직장을 고를 수 있다면 그때는 월요일 출근이 결코 싫지 않은 회사를 고르자고 스스로 다짐을 하였다.
지혁이네 카페는 월요일날 휴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일주일 내내 일할 수 없기에 선택한 요일이 바로 월요일이었다. 지혁이네 카페는 월요일이 휴무다. 그래서 지금 지혁은 월요일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