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지혁의 도서관 생활과 바리스타 아르바이트 지원

by 조성민 바리스타

2-2 지혁의 도서관 생활과 바리스타 아르바이트 지원


지혁이 퇴직금으로 받은 금액은 200만원 정도였다. 사실 퇴직금 같은 것은 기대하지도 안았는데 말이다. 2주일 정도를 집에 가서 쉬고 다시 지혁은 자신의 원룸으로 돌아왔다. 나이 서른. 남들은 모두 자리를 잡고 잘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지혁은 바닥에 가만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무료함이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11시. 지혁은 옷을 챙겨입고 거리로 나왔다. 밤사이 눈이 조금 내려서 그런지 날씨가 많이 풀렸다. ‘왜 눈이 오고 나면 조금은 따뜻하게 느껴지는걸까?’ 실없는 생각을 하며 지혁은 동네 구석에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도서관에서 1년 동안 책읽기를 해볼 생각이었다.


지혁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다. 특히 만화책. 중학교 2학년 때 만화책방이라는 것이 지혁이가 살고있는 동네에 처음 생겼다. 신세계였다. 만화책방에 있는 모든 책을 다 읽고 나니 지혁은 어느덧 고2가 되어 있었다. 진로를 정하라는 담임 선생님의 말에 막연히 그림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고, 그렇게 해서 가게 된 곳이 디자인 전공의 대학이었다.


어느덧 도서관에 도착했다. 도서관은 늘 바쁘다. 다들 무엇인가를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지혁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고 있었고, 지혁보다 더 나이 먹은 사람들도 있었다. 모두들 열심히 무언가를 공부하고 있다. 동네에 있는 도서관이라 책은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지혁이 보기에는 충분했다. 도서관 책장에 있는 책들을 보며 지혁은 생각했다. ‘이 책을 다 보면 진짜 삶이 달라질까?’ ‘삶이 달라지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대체 뭐가 다른거지?’ ‘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를 할까?’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혁이 읽기 시작한 책은 흔히 말하는 자기계발 책이었다. 지혁도 전에는 자기계발 책이라면 치를 떨었던 사람 중에 하나였다. 우선 재미가 없었고, 말이 되지 않았으며, 자기계발이 아니라 자기 자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지혁이 볼만한 책은 그리 많지 않았다. 우선 무엇을 해야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어떤 책을 읽겠는가? 고전? 소설? 과학? 아니면 역사? 지금 읽을 수 있는 분야를 빼다보니 남은 것이 자기계발이라는 분야였을뿐이었다. 그만큼 지혁은 절박했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자신의 절박함이 느껴졌다. 회사를 다닐 때는 느껴보지 못한 삶에 대한 절박함이었다.


도서관에서 책만 보면 엄청 행복할 줄 알았다. 적어도 회사에 다닐때는 그렇게 생각한 지혁이었다. 하루종일 도서관에 앉아서 보고 싶은 책보다가 졸리면 산책 좀 하고. 그런 삶이야 말로 완벽한 삶이 아닐까? 하지만 막상 도서관에 와서 책을 보니 상상과는 달랐다. 딱 3일이 지나고 나니까 지루해졌다. 그리고 그 지루함보다 더 큰 불안함이 스멀스멀 마음 안쪽에서 올라오기 시작했다. ‘과연 1년 동안 책만 본다고 진짜 삶이 변할까? 그냥 뻘짓이 아닐까?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아니 과연 이런 일에 의미가 있을까? 지금이라도 다시 회사로 돌아갈까? 다시 받아줄까? 그냥 이렇게 백수처럼 살다가 먼지처럼 죽는건 아닐까?’ 조용한 도서관, 지혁의 마음은 너무나 시끄러웠다.


도서관 생활이 3개월이 지났다. 책만 보니 하루에 적게는 3권, 많이는 5권의 책을 볼 수 있었다. 지혁은 120권이 넘는 책을 보았다. 자기계발 분야의 책을 50권 정도 넘어가니 다들 하는 이야기가 비슷비슷했다. 꿈을 꿔라. 포기하지 마라. 목표를 가져라. 100권을 넘어가니 모든 책에서 말하는 단 한 가지의 공통점이 지혁의 눈에 들어왔다. ‘꿈을 종이에 적어라.’ 희한하게도 소위 성공했다는 사람들은 모두 인생의 한 시점에 자신의 꿈을 종이에 적은 날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꿈을 종이에 적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거잖아? 그게 뭐 대수라고’ 지혁은 슬슬 자기계발 분야 책에 싫증이 나고 있었다.


책의 권수가 느는만큼 통장의 잔고는 줄어갔다. 가만히 숨만 쉬어도 나갈 돈은 늘 태산같이 많았다. 월세, 전기세, 수도세, 전화요금 등등 벌지 않고 쓰기만 하니 통장의 잔고는 금방 바닥을 보였다.


도서관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지혁은 집으로 왔다. 집에 와서 노트북을 켰다. 한참을 모니터를 노려보다 아르바이트 구인 광고 싸이트에 접속을 했다. ‘그래, 새벽에 하는 알바를 하자. 아주 조금이라도 생활비도 벌고 말야.’ 지혁은 새벽에 하는 아르바이트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문 배달을 해볼 생각이었는데 모두 지혁이 살고 있는 동네와는 너무 먼 곳이었다. 그러다가 지혁에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카페 아르바이트였다.


성별 무관, 나이 무관, 경력 무관, 아침 6시부터 점시 12시까지 6시간 파트타임 바리스타 급구.


바리스타? 낯선 단어였다. 우선 지혁은 이력서를 출력했다. 손으로 쓴 이력서보다는 프린터로 뽑은 이력서가 더 먹히는 법이다. 아무리 알바라도 말이다. 이력란에는 대학 시절 때 아르바이트 했던 일들을 적었다.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해본적은 없지만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했던 것을 떠올려가면 적었다. 그리고 그 날 그 카페로 무작정 찾아갔다.


기차역 안에 있는 작은 카페였다. 5평 정도 될까? 2명의 바리스타가 근무하고 있었다. 지혁이 다가가니 근무하고 있던 한 여자 바리스타가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주문 도와드릴까요?”

“아뇨. 저 구인 광고 보고 찾아온건데.. 혹시 구하셨나요?”

“아.. 네. 방금 구했는데.. 어쩌죠.”

“어쩔 수 없죠.”


그게 뭐라고 실망감이 들었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력서라도 주고 가야지. 사람일은 모르는거니까 말이다.


“혹시 또 사람 필요하면 연락주세요.”


지혁은 이력서를 바리스타에게 주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 버스에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한 통 왔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혹시 방금 다녀가신 서지혁씨 핸드폰 맞나요?”

“아~ 네. 맞습니다. 어쩐 일로 전화 주셨어요?”

“혹시 내일 당장 출근하실 수 있나요? 아까 구했다는 친구가 갑자기 못 나올꺼 같다고 전화가 왔네요.”

“그래요? 그럼 제가 내일 출근 할께요.”

“그래주시겠어요? 그럼 내일은 첫 날이니까 9시까지 매장으로 오시면 되요. 저희 카페 매니져가 있을꺼에요.”

“아~ 그럼 지금 통화하고 계신 분은 누구시죠?”

“저는 이유미 팀장이라고 해요. 저는 대전에서 근무하지 않고 대구에서 근무하고 있어요. 오늘은 인원이 펑크나서 잠시 대전에 왔던거에요. 그럼 내일 9시까지 매장으로 오세요.”


전화를 끊고 잠시 지혁은 버스 창 밖을 보았다. 따뜻한 3월의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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