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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Jan 07. 2022

마음대로 읽어주세요

내가 불친절한 글을 쓰기로 한 이유

브런치에 독일 호스텔에서의 에피소드를 기록하다 보니 유럽 여행 중 하나의 에피소드가 더 떠오른다.


영국 런던에서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구두점, 띄어쓰기, 줄 바꿈 하나도 없는 광고 문구가 눈에 띄었다. 게다가 영어로 쓰여 있어 이해하기 꽤 힘들었지만 지금도 광고 문구는 선명하게 기억난다.  화려하고 읽기 쉬운 다른 지하철 광고 문구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6년이 거의 다 돼가는 지금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지하철 광고 중 이만큼 내 기억에 남는 것은 없었다. 나의 기억력과 초월 번역(?)을 동원하면 문구는 대략 이렇게 생겼었다.

술마시며잠들다깨니전여친한테문자했네아아아아아아주자앙앙거리비행기티켓을싸게끊어야겠다

-한 비행기 티켓 가격 비교 사이트의 광고. 즐거운유목민 마음대로 한국어로 옮김.


문구를 다 읽고 났을 때의 쾌감과 웃음이 피식 쏟아져 나오는 이해의 순간이 함께 기억나서 이 광고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만약 맞춤법 검사 후 구두점에 띄어쓰기를 포함했다면 광고 문구는 나의 눈길을 끌지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 힘주어 말한 것보다 힘 빼며 말한 것들을 더 재미있고 중요하게 들었다는 감사한 피드백을 주었다. 세상은 참 다양해서 신기하고 재밌다. 그래서 나는 강조 효과를 줄여 불친절하게 글을 쓰기로 했다.


독자가 작가의 글을 해석하며 독자 본인만의 글로 바꿀 때의 감동을 전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오늘 나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 그어진 누군가의 밑줄과 사색을 지우개로 슥슥 지우느라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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