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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Feb 07. 2022

혼자 있는 것의 즐거움

외로울 틈이 없어졌다

 요즘 가족이나 친구들이 나한테 많이 하는 질문이 있다.


"여자 친구 있어?"

"그렇게 혼자 보내면 외롭지 않아?"


 사전에서 찾아보니 '외롭다'라는 단어는 의지하거나 사귈 대상이 없어 쓸쓸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의지하거나 사귈 대상이 없는 건 맞는데 쓸쓸하지는 않다. 애인은 물론이고 친구조차 몇 없다는 사실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은 혼자 있을 기회가 많아서 감사하다. 내가 만약 인싸였다면 브런치에 일기를 쓰고, 책을 읽고, 멍 때리며 공상하는 시간을 음미할 수 있었을까.


 어제 도미노 아티스트인 Lily Hevesh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중국의 산아 제한 정책과 남아 선호 사상으로 인해 중국의 어느 고아원에 버려진 여자 아이는 한 미국인 부부에게 입양된다. Hevesh는 중고등학생 때 인싸와는 먼 일상을 살았다고 한다. 그녀는 남는 시간에 접하게 된 도미노에 매료되어 성장기의 대부분을 도미노에 몰입한다. 과거 백인 남자 위주였던 도미노 예술계에서 가장 인정받는 아티스트가 된 그녀는 전 세계에서 각종 재밌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여성과 비주류 인종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녀에게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면 그녀 다운 삶을 살 수 있었을까. 아마도 '나는 내 가족과, 내 친구들과, 내 이웃들과 다르지 않을 거야'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며 남의 생각대로 살지 않았을까. SNS를 통해 만난 도미노 아티스트 친구들 및 콘텐츠 업계의 큰손들과 일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그녀처럼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여정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녀의 명예가 부러워서가 아니다.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악플에 상처받기도 하고, 며칠간 밤새워 작업한 도미노 작업이 몸이나 작업 도구에 부딪혀 단 몇 초 만에 몽땅 부서지는 실패를 겪어도 계속 움직이는 그녀의 원동력이 부러워서다. 몇 초 간의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 본인의 즐거움을 담아 온 정성을 다하는 그녀의 원동력이 부러워서다.


 나도 그녀처럼 즐거움을 받아먹고 즐거움을 전달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에게 즐거움과 영감을 주는 사람들과 만날 것이다. 고로 나는 외롭지 않고, 외롭지 않을 예정이다. 설마 전 세계 80억 사람들 중 나와 맞는 친구가 단 한 명도 없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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