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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Feb 0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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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가 충돌할 때

 요즘 밸런스 게임을 참 많이 한다. 밸런스 게임을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얼굴이 일그러진다. 둘 다 좋거나 나쁜 선택지 중 그나마 덜 나쁜 것을 고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일상 속에서도 나도 모르게 밸런스 게임을 하게 된다.


 동물성 우유보다 식물성 우유가 친환경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여러 종류의 식물성 우유를 비교하게 된다. 이 중에서 어떤 우유가 가장 친환경적인지 알기는 쉽지 않다. 어떤 작물은 물을 비교적 많이 써서 문제고, 어떤 작물은 비교적 많은 땅을 요구해서 문제다. 어떤 작물이나 상품은 한국에서의 재배, 생산 비용이 커서 국외에서 수입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알 수 없는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 나는 어떤 식물성 우유를 구매해야 하는가?


 무인자동차는 갑자기 뛰어든 아이를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히 꺾는 게 맞을까, 아니면 운전자를 보호해야 할까?


 나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들과 일하면서 자괴감을 느끼는 것이 나은가, 아니면 내가 가장 우수한 인재로 존중받으며 소처럼 일만 하는 것이 나은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밸런스 게임을 처음 접한 외국인의 반응이 재밌다.

 "왜 꼭 둘 중에 하나만 골라야 돼? 둘 다 누릴 수 있는 방법들이 충분히 있잖아! 제3의 대안은 없는 거야?"


 내가 밸런스 게임을 접했을 때는 어린 마음에 이런 생각을 했다.

 "문제 상황을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는데 그 지경이 될 때까지 놔둬야 해?"


 세상은 불완전하고 예측 불가하니 어느 정도 밸런스 게임에 익숙해져야겠다. 물론 문제 상황을 줄이고, 선택지를 될 수 있는 한 다양하게 만들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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