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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Feb 03. 2022

아픔을 어떻게 설명하지?

환자의 고민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마다 가장 난감한 일은 내 아픔을 설명하는 일이다.


"어디가 아파요?"

"어떻게 아파요?"

"얼마나 아파요?"


"잘 지내셨나요?"

"오늘은 기분이 어떠세요?"

"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점이 있으세요?"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느끼는 아픔이 아픔인지. 내 아픔을 어떻게 하면 오롯이 전달할 수 있을지. '최근'과 '전'이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의사 선생님의 '많이 아픔'이 나의 '많이 아픔'인지. 나의 아픔이 의사 선생님의 전공 지식과 관련이 있는 아픔인지.

그럴 때면 보통 일기 쓰듯이 내 일상을 요약 없이 묘사한다.

"음,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중략) 이랬고 ...(중략) 저랬어요."


다행히도 대부분 의사 선생님들은 짧은 진료 시간에도 그 얘기를 듣고, 후속 질문을 해나가며 나의 고통을 이해하려 한다. 물론 실패할 때도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 그랬냐는 질문을 받으면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증상 일기라도 따로 작성할 걸 그랬다.


"어? 거기가 아프다고요?"

의사 선생님의 혼잣말이 내 귀에 들어갈 때면 나도 모르게 움찔한다. 내가 아픔을 부정확하게 묘사했나, 내가 너무 과장되게/축소해서 표현했나. 나의 아픔이 모순된 건가. 내가 몸 관리를 잘못해 왔나. 심각한 질병인가.


첫 내원 때 자기 보고식 검사를 했다가 다른 검사로 재검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해 계속 의심하게 된다. 나를 믿지 못하는데 검사가 가능할까? 감각과 감정을 손쉽게 전달하는 도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를 오해없이 그대로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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