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진 않지만 느껴지는
21세기 들어 자카르타 곳곳에 부자, 외국인을 위한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입구에 사설 경비를 두고 '비거주자'들의 출입을 통제하는 주택단지, 이른바 '게이티드 커뮤니티(gated communities)'다. 이런 고급 주거지와 캄풍은 더 이상 교류와 이동이 없는 별개의 세상이 되기 시작했다. (중략) 자카르타의 고급 주택지 (중략)와 (중략) 캄풍 사이에 3미터 높이의 커다란 담장이 설치된 것을 예로 든다.
* 캄풍(kampung): 인도네시아에서 도시 안의 슬럼 지역을 이르는 말. 한국의 달동네와 유사.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中
외국에서도 편 가르기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나와 다른 사람들을 경계하는 것은 본능인 것 같다. 그나마 우리 동네는 편을 가르지 않는 척은 하는 것 같다.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가 묘하게 섞여 있는 우리 동네는 육안으로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를 한 번에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내가 분양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가 같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아차린 것도 자가 수리를 위해 철물점에 들렀을 때였다.
"분양이에요? 임대예요?"
"네?"
"분양이에요? 임대예요?"
분명 동을 알려줬는데도 굳이 다시 물어보는 철물점 주인은 어느 동이 분양 아파트고, 어느 동이 임대 아파튼지 외우기가 귀찮았나 보다. 아니면 내가 어디 사는지 궁금했거나.
같은 듯 다른 이웃이 단결하게 되는 기적 같은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재활용 쓰레기 처리 시설이라든지 사회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들리면 버스 정류장에서 시위를 하기도 하고, 항의의 플래카드를 베란다에 걸어놓기도 한다. 선호 인프라가 들어서지 않았을 때도 비슷한 단결력을 보인다.
이제는 편을 가르고 싸우라고 가르치는 존재들에게 맞서 비슷한 단결력을 보였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