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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Feb 01. 2022

질문

질문은 공포가 아니라 선물

 질문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질문을 하려면 강한 궁금함이 생겨야 하고, 강한 궁금함이 생기려면 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인은 매우 매우 매우 매우 강한 궁금함이 생기지 않는 이상 질문을 삼가는 것이 보통이라는 것이 나의 성급한 편견이다. 솔직하게 질문하기가 버거운 환경에서 자라고, 공부하고, 일해왔기 때문일까. 내 짧은 삶을 돌아보면 시험이나 면접을 제외하고는 질문을 받을 일도 많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 질문은 평가와 비난의 전조였다.

 요즘은 질문이 관심과 애정의 표현으로 들리고, 보이기 시작했다. 볼품없이 더럽게 포장된 선물의 알맹이만 받아먹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너무 반가운데 할 말이 없어 어색하고, 오디오가 비는 건 또 용납되지 않아 툭 던져지는 그 말이 이제는 감사하게 느껴진다. 나한테 질문할 만큼의 용기가 있고 관심이 있기 때문에 나에게 그런 질문들이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의 약점이나 허점만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따끔거리는 때가 있기도 하다. 이 또한 나에 대한 귀중한 정보를 얻게 된 계기이니 감사하다. 내가 어떤 것에 반응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멀리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초등학교 방학 중 한 달 동안 미국의 초등학교를 다닐 기회를 얻었다. 한 달의 추억 속에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히 남아있는 장면이 있다. 학년, 과목, 교사와 관계없이 교사의 말이 끝나는 순간 수많은 손들이 질문할 기회를 얻기 위해 경쟁한다. 한국에 있는 내 또래 아이들은 학원에서 이미 알고 있어서 학교에서 궁금한 것이 없었을까. 학원에서도 질문하는 사람들이 없으니 그 가설은 틀린 것 같다. 대학생 때 MOOC을 여러 개 들었는데 아이비리그 교수들에게도 질문 세션에는 어김없이 학생들의 질문 세례가 쏟아진다. 날카롭디 날카로운 질문들을 여유 있고 진솔하게 받아치는 교수들을 보며 정말 부러웠다.


 나는 최근에 수십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질문을 던지고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나는 정말 운이 좋다. 질문의 즐거움을 이제야 알게 됐다는 것에 후회도 되지만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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