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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유목민 Jan 27. 2022

무슨 일을 하고 싶으세요?

취업 준비를 그만두게 된 계기 1

 작가 설명에 취업 준비를 그만두었다고 썼지만, 왜 그만두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쓰지 않았다. 어느 단 하나의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사건이 모여 그렇게 된 것 같다. 오늘은 그 여러 가지 사건들 중 하나를 공유하고 싶다.


 의무감으로 취업 준비를 해오던 어느 날, 나는 문득 구글의 채용 사이트에 들어가 보았다. 전 세계의 '넘사벽' 급 인재들이 지원하는 회사는 사람을 어떻게 뽑는지 궁금해서였던 것 같다. 직무 검색창에 희망 직무를 입력하려는 데 이 문장이 새로 보이기 시작했다.


What do you want to do?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싶어 할까. 나는 내가 데이터 엔지니어가 되겠다고 말한 적은 있어도, 데이터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고 얘기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의 직무 검색이 의미 없어졌다. '희망' 직무가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채용 프로세스를 설명하는 페이지에 들어가 봤다. 아무런 입력 창이 나타나지 않아서 계속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첫 번째 프로세스만 읽고 더 읽지 않았다. 그 이후의 프로세스를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첫 번째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았다. 전문 번역가가 아니므로 번역의 품질은 보장하지 않는다.


자기 성찰

물론 우리는 당신이 직업 탐색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들이 자주 간과하는 첫 번째 단계부터 시작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바로 당신에게 집중하는 것입니다.

열정은 없지만 잘하는 것을 발견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 대부분은 그럴 것입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작업이 포함돼 있어서 그럴 수도 있고, 이전의 프로젝트나 역할에서 잘해야 했던 것들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스킬이 많을수록 더 좋습니다 - 하지만 당신을 설레게 하지 않는 분야에서 보람과 충족감을 주는 커리어를 쌓기는 어렵습니다. 지원을 시작하시기 전에, 시간을 들여 아래의 질문들 중 몇 개를 골라 여러분에게 질문해 보세요.

 그때는 아래의 질문 중 어떤 것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나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취업을 준비한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하고 힘 빠지게 했다. 그 뒤로 나는 취업 준비를 하지 않았다.

 지금도 역시 취업 생각은 없고, 좋은 대답을 내놓을 자신은 없다. 하지만 대답은 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전해보기로 했다. 대답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어떤 것을 배우고 난 뒤 모든 일이 쉬워진 경험을 한 적이 있으신가요? 그때 어떤 것을 배우셨나요?

 "'그냥'을 따라가라"는 말을 알게 된 뒤에 모든 일이 쉬워졌다. 나의 직감은 내 온갖 역사 및 데이터가 현재와 만나 생기는 결정체라고 생각하며 나에 대해 가장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건 없이도 '그냥' 하고 싶은 것을 따라가면 된다"라는 말을 책에서 읽게 된 뒤에 나는 독서모임에 가입하고, 브런치에 일기를 쓰고, 소설을 준비하고, 공연 준비를 시작했다. 일이 잘 안 풀리더라도 "그동안 정말 좋아하는 것 했으니 됐죠."라는 송길영 대표의 말을 되새길 생각이다.


당신의 성취들을 돌아보았을 때, 팀워크로 이뤄낸 것이 더 많나요, 아니면 혼자 노력해서 이뤄낸 것이 더 많나요?

 내 인생을 돌아보면 혼자 노력해서 이뤄낸 것이 훨씬 더 많았다.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도 버거웠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용기와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팀으로 일하는 것을 꺼려왔다. 팀워크로 성과를 낸 경험이 부족하니 다른 사람에 대한 신뢰도 없었던 것 같다. 요즘은 나와 다른 사람들을 만나니 영감이 많이 떠올라서 감사하다. 직접적, 간접적으로 도움받은 일들도 있었다. 조만간 팀워크로 이뤄낸 것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최근에 '따로 또 같이'라는 말을 좋아하게 됐다. 따로 깊고 느리게 생각한 뒤 같이 공유하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논의를 발전시키는 것 중 어떤 것을 더 즐기시나요?

 논의를 발전시키는 것을 좋아한다. 독서 모임을 시작하면서 나는 대답하는 것보다 질문하는 것을 훨씬 더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의 독후감을 읽고, 의견을 듣고, 공감하며 의견을 제시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를 논의의 결과보다 좋아한다. 논의가 끝난 뒤 머릿속에서 의견들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고, 의견들을 분류, 요약하고 합치는 작업을 자주 하고 있다. 나에게 영감을 준 사람들에게는 감사를 표현하고 명확하게 인용하려고 한다.


거쳐온 직업들 중 가장 보람된 직업은 무엇이었나요? 왜 그런가요?

 아직 사회 경험이 없어 직업이라고 할 만큼 오래 한 일이 없다. 다만, 군 복무 중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된 용사들에게 영어와 사회 과목을 가르쳐준 적이 있었다. 검정고시에는 관심이 없었고, 상관이 준비하라고 해서 온 용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중 한 용사가 내 말을 믿고 따라와 줘서 결국 검정고시에 합격했을 때 행복과 보람을 느꼈다. 그 당시엔 근무가 끝나고도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정확하고 쉽게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저절로 했었던 것 같다. 그 마음을 누군가라도 알아주고 결과로 보답해주어 뿌듯했다.


같이 일했던 팀들 중 최고의 팀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무엇 때문에 그 경험이 눈에 띄었다고 생각하나요?

 학부 수업 내내 zoom으로 소통했던 팀 프로젝트 팀원들이 생각났다. 조장을 하겠다고 한 팀원이 일주일 정도 잠수를 타는 바람에 결국에는 학번이 가장 낮은 내가 나머지 일정을 진행하게 되었다. 잠수를 탄 팀원에게 사정을 물어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두려워서 회피했다고 얘기했다. 그 팀원은 용기를 내서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나는 개인 면담을 통해 문제 해결을 도왔다. 

 나중에는 해당 문제가 그 팀원만의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되어 나에게 질문할 때마다 질문해줘서 고맙다는 답변을 붙였다. 그리고 개념보다는 예시, 글보다는 이미지, 이미지보다는 영상을 통해서 내 생각이 효율적으로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을 했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바로 질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덕분에 파탄 직전의 팀이 마감일까지 온 힘을 다하는 팀이 되었다.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한 팀원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말을 나에게 남겼다. 이 팀은 나에게 감격스러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이제, 잠시 동안 여러분의 역사에 대해 생각해보세요. 여러분 경험의 가장 훌륭하고, 보람된 요소들을 모두 생각해보시고, 그것들을 한데 모아 커리어 여정의 다음이 어디가 될지 그림을 그려보세요.

 나는 사람들이 새로움을 발견하고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을 큰 보람으로 여기는 것 같다. 내가 느끼는 즐거움과 감동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아보고 싶다. 배우고 외운다는 느낌보다는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드는 여정을 남기고 공유하고 싶다. 커리어 여정을 그려보는 일은 아직은 어렵다. 곳곳의 장애물에 대처하며 본인다운 삶을 살게 된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는 나를 희미하게 상상해본다.


왜 시각화 작업을 하냐고요? 여러분의 스킬, 흥미, 목표는 여러분의 삶, 경험, 성공, 실패의 결과입니다. 우리가 당신의 기술을 보고 고용하면 우리는 숙련된 직원을 얻게 됩니다. 우리가 당신의 기술, 계속되는 열정, 당신만이 가진 경험과 관점을 보고 고용하면 우리는 구글러(Googler)를 얻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한다고 구글러가 되지는 않겠지만 뭔가는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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