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을 요청하는 자는 힘이 세다
우울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보던 중 한 심리상담사가 하는 말이 와닿았다.
"저희들 사이에서는 '문고리 잡고 5년'이라는 말을 써요."
"상담을 받을까 말까 하며 고민하다가 적절한 도움을 받아야 할 시기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죠."
문고리 잡고 5년. 얼추 맞는 것 같다. 상담실 문고리를 잡고 4년 정도 고민했고, 정신과 의원 문고리를 잡고 1년 조금 안 되게 고민했으니 나도 문고리 잡고 약 5년을 고민한 셈이다.
도움받기 전에는 이런 고민들을 했다.
"내가 도움을 받아야 할 만큼 아픈 건가?"
"엄살 부리는 건가? 다른 사람들도 당연히 다 힘들 텐데 공부하기 싫다고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는 건가?"
"바빠 죽겠는데 괜히 돈하고 시간만 날리는 것 아니야?"
도움을 받기로 결심한 후에는 이런 고민들을 했다.
"만약에 간다고 해도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설명하지?"
"내가 너무 바보 같아 보이면 어떡하지?"
"상담 뒤에 할 일이 있으면 집중할 수 있을까?"
"상담받기에 이미 늦은 건 아닐까?"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말하는 것이 이렇게까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몰랐다.
도움을 요청해 본 사람만이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의 용기를 알아본다.
약봉지마다 적혀있는 내 이름 석자가 자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