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가 무거워지는 순간
기대라는 말은 대게 호의처럼 건네진다.
잘 될 거야, 넌 할 수 있어, 믿고 있어.
그 말들은 응원의 얼굴을 하고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 말이 남긴 무게를 뒤늦게 알아차린다.
기대는 언제부터 부담이 될까.
그 순간을 정확히 짚어내기는 어렵다.
다만 분명한 건,
기대가 쌓일수록
우리는 점점 잘하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의 기대 앞에서
괜찮은 척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속으로는 조용히 계산해 본 적이 있다.
이만큼의 기대를 감당하려면
나는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하고.
기대는 종종
상대를 위한 말이라기보다
말하는 사람을 안심시키기 위한 선택이 된다.
기대한다고 말함으로써
관계가 흔들리지 않기를 바라고,
불안한 미래를 미리 붙잡아두려는 마음.
그래서 기대는
순수한 호의와 통제 사이의
아주 얇은 경계 위에 서 있다.
기대가 클수록
상대의 속도는 자주 무시되고,
상대의 사정은 쉽게 생략된다.
우리는 종종
기대받고 있다는 사실을
사랑이나 신뢰로 착각한다.
기대가 사라지면
관심도 함께 사라질 것 같아서,
부담스러워도 기대를 내려놓지 못한다.
하지만 기대는
받는 사람보다
버티는 사람을 먼저 만든다.
그리고 버티는 마음은
오래가도
편안해지지는 않는다.
기대가 전부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기대는 때로
누군가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다만 그 기대가
상대의 현재를 보지 않은 채
미래만 앞질러 달려갈 때,
그 힘은 곧 무게로 바뀐다.
그래서 나는
기대 대신 다른 말을
조심스럽게 연습해보고 싶다.
잘 되기를 바란다는 말보다
지금도 충분하다는 말.
믿고 있다는 말보다
천천히 가도 괜찮다는 말.
기대가 사라진 자리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 자리에 남는 것이
무관심인지, 배려인지는
말보다 태도에서 더 분명해진다.
어쩌면 관계에서 필요한 건
기대를 줄이는 일이 아니라,
기대하지 않고도
곁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