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에 모이는 박수
시작에는 늘 박수가 따른다.
결혼식, 개업식, 입학식, 첫 출근.
사람들은 모여 웃고, 사진을 찍고
앞으로의 시간을 좋은 방향으로 단정 짓는다.
시작은 축하받기 가장 쉬운 순간이다.
아직은 실패하지 않았고,
아직 실망시킨 적도 없으며,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왜 시작을 축하할까.
그 사람이 앞으로 잘 해낼 거라는 믿음 때문일까,
아니면 아직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 순간의 가벼움 때문일까.
시작에는 책임이 없다.
의지만 있고, 계획만 있으며,
그 계획이 어그러졌을 때의 얼굴은
아직 상상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작은 누구에게나 관대하다.
반면 지속은 조용하다.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는 날들이
관계와 일상을 채운다.
오늘도 그만두지 않았다는 사실,
오늘도 포기하지 않았다는 선택은
좀처럼 박수를 받지 못한다.
결혼식은 축제이지만
결혼 생활은 기념일이 아니다.
개업식은 성대하지만
문을 지키는 하루하루는
뉴스가 되지 않는다.
우리는 시작을 축하하면서
지속은 너무 쉽게 개인의 몫으로 남겨둔다.
잘 되면 노력 덕분이고,
흔들리면 선택의 책임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시작은 늘 밝고,
지속은 각자의 방 안에서 이루어진다.
아무도 보지 않는 자리에서
다시 선택하고, 다시 버티고
다시 하루를 살아낸다.
나는 가끔
축하받는 순간보다
아무 말 없이 이어진 시간들이
더 진짜에 가깝다고 느낀다.
사진으로 남지 않는 날들,
설명할 수 없는 선택들.
우리가 정말 박수를 보내야 한다면
어쩌면 시작이 아니라
그다음일지도 모른다.
한 번 시작한 것을
다시 선택하기로 한 날들.
시작은 누구에게나 오지만,
지속은 선택한 사람에게만 남는다.
그리고 그 선택은
축하 속에서가 아니라
아무도 보지 않는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