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있음의 체감
함께 있다는 말은
듣기만 해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곁에 있다, 같이 있다, 혼자가 아니다.
그 말들은 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는
안심의 신호처럼 쓰인다.
하지만 함께 있다는 말에는
생각보다 많은 온도가 숨어 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같은 마음에 있는 것은 아니고,
같은 시간을 보내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함께’라는 말을 너무 쉽게 사용한다.
같이 살고 있으니까,
같이 밥을 먹으니까,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까
당연히 함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짜 함께 있다는 감각은
물리적인 거리에 있지 않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나,
말을 해야 할 때 피하지 않는 태도,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순간들 속에 있다.
함께 있다는 말의 온도는
상황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진다.
지쳐 있을 때 건네는 한 마디,
괜찮지 않다는 표정을
모른 척하지 않는 시선,
굳이 묻지 않아도 기다려주는 시간.
그런 순간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사진으로 남기기도 어렵고,
기념일로 표시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관계의 온도는
그 조용한 장면들에서 결정된다.
함께 있다는 말이
차갑게 느껴질 때도 있다.
같이 있지만,
각자의 생각만 지키고 있을 때,
같이 있으면서도
서로의 속도를 전혀 헤아리지 않을 때.
그럴 때 우리는
혼자 있는 것보다
더 큰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함께 있음이
항상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제야 실감한다.
나는 가끔
함께 있다는 말을
얼마나 자주 확인하고 있는지 돌아본다.
불안해서 붙잡고 있는 말인지,
정말로 느껴서 꺼내는 말인지.
함께 있다는 것은
계약이 아니라 감각에 가깝다.
유지하려 애쓴다고
항상 같은 온도로 남아 있지는 않고,
방심하면 쉽게 식어버리기도 한다.
그래서 관계에는
거창한 약속보다
자주 체온을 확인하는 일이 필요하다.
지금 이 거리가
너무 멀지도, 너무 가깝지도 않은지.
함께 있다는 말이
따뜻하게 느껴질 때는
대개 상대를 붙잡고 있어서가 아니라,
놓아도 괜찮다고 느껴질 때다.
그 온도가 유지될 때,
우리는 비로소
함께 있으면서도
자기 자신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