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과제가 될 때
사랑은 흔히 노력이라고 불린다.
이해하려 애쓰고,
맞춰가고,
양보하고,
계속 선택해야 한다고.
그 말들은 틀리지 않지만
어딘가 조금 지치게 만든다.
사랑은 언제부터 일이 될까.
해야 할 말이 늘어나고,
참아야 할 감정이 많아질 때일까.
아니면 사랑을 설명하기 위해
계속 이유를 덧붙이게 되는 순간일까.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사랑을 잘 해내야 할 과제로 다룬다.
잘 유지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문제가 생기면 원인을 찾고,
해결하지 못하면 실패처럼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사랑은 점점 일과 닮아간다.
성과가 필요하고,
태도가 평가받고,
노력이 눈에 보여야 안심되는 구조.
일이 된 사랑은
효율을 요구한다.
얼마나 잘했는지,
얼마나 참았는지,
얼마나 헌신했는지가
기준이 된다.
그리고 그 기준은
사람을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
모든 사랑이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소모하고 있다면,
그 사랑은 이미
일의 영역으로 넘어와 있을지도 모른다.
일이 된 사랑에서는
쉬는 것이 죄책감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이
게으름처럼 느껴지고,
마음이 예전 같지 않다는 사실만으로도
스스로를 책망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에는
쉬어도 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늘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무너지지 않는다는 감각,
잠시 내려놓아도
관계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음.
노력이 전부가 되는 순간,
사랑은 점점 숨을 잃는다.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순간이
함께 존재할 때에야
사랑은 비로소 숨을 쉰다.
그래서 나는
사랑을 일처럼 대하고 있는지
가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마음이
해야 해서 붙잡고 있는 것인지,
하고 싶어서 남아 있는 것인지.
사랑은 분명 선택이다.
하지만 그 선택이
매일의 노동이 되어버린다면,
우리는 언젠가
사랑이 아니라 피로를 지키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