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선택하는 이유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안다.
설렘은 오래가지 않고,
기대는 부담이 될 수 있으며,
시작의 박수는 금세 사라진다.
함께 있다는 말의 온도는 쉽게 변하고,
사랑은 어느 순간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모든 걸 알고도
다시 믿고 싶어진다.
왜일까.
사랑이 언제나 좋기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그렇지 않다는 걸
이미 충분히 겪어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다시 선택한다는 것은
무지해서가 아니라,
알고도 감당하겠다는 쪽에 가깝다.
믿음은 환상이 아니다.
끝없이 달콤할 거라는 기대도 아니고,
아무 문제없을 거라는 낙관도 아니다.
믿음은
문제가 생겨도 도망치지 않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우리는 언제가 깨닫는다.
사랑을 지속시키는 건
설렘도, 기대도,
노력의 양도 아니라는 것을.
그보다 중요한 건
상황이 변했을 때
서로를 다시 바라보는 방식이라는 것을.
그래서 믿음은
감정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기분이 좋을 때가 아니라
애매한 날들에도 남아 있기로 하는 선택.
확신이 없을 때에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선택.
믿고 싶다는 마음은
약함이 아니다.
모든 걸 의심하는 것이
성숙함의 증거도 아니다.
믿는다는 건
상처받을 가능성을 알면서도
그 가능성을 전부 이유로 삼지 않겠다는
결심이다.
우리는 완벽한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
다만 계속 수정 가능한 관계를 원한다.
말이 통하지 않는 날이 있어도
다시 말해볼 수 있고,
어긋난 감정이 있어도
다시 맞춰볼 수 있는 여지.
그래서 결국
우리는 다시 믿는다.
이번에는 조금 덜 기대하고,
조금 덜 설레도 괜찮다고 생각하면서.
대신 더 자주 확인하고,
더 천천히 선택하면서.
믿음은
아무 일 없음을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
일이 생겨도 함께 건너가겠다는 약속이다.
그리고 그 약속이
매번 지켜지지는 않더라도,
우리는 또다시
그 가능성 쪽으로 몸을 기울인다.
아마도 그것이
이 모든 걸 알고도 사랑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