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한청훤
‘일본이 백 년의 적이면 중국은 천 년의 적이다.’ 반중 감정이 격하게 드러나는 이 말을 한 사람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북한 사정이야 알 수가 없지만, 중국에 대한 감정은 우리와 다르지 않은 듯 하다. ‘코로나 팬데믹의 근원지, 황사와 미세먼지 제조국, 세상 모든 짝퉁의 본토, 비상식적 비인권적 사건의 대명사,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국민성, 거만하고 거대한… 이상한 나라’. 중국은 어쩌다 이런 비호감이 되었을까?
한국 전쟁의 이해관계는 뒤로 하고, 지난 약 30년간 한국과 중국은 그런대로 사이가 좋았다. 80,90년대 청춘들에게 홍콩 영화와 대만 여행은 낭만의 한 축이었고, 2000년대 국내 기업들은 새로운 시장이자 파트너로 중국을 1순위로 꼽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와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중국은 ‘숨겨왔던 나의~’ 발톱을 드러냈고, 매력적이고 점잖았던 둘째 형(G2)은 세계적인 양아치로 급부상 중이다.
내 삶이 중국으로 던져지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 책은 검색목록 근처에도 오지 않았을텐데… 우연인지 필연인지, 시대적 흐름인지 운명적 사고인지, 어쩌다 나는 이 광야 같은 땅에 오게 되었다. 생존 중국어 공부와 함께 도대체 이 나라는 어떻게 생겨먹었으며, 어떻게 굴러가는지, 어디로 굴러갈 예정인지를 알고 싶었다. (사실 반중이나 혐중도 아닌 아웃오브안중의 나라였기 때문) 그러다 이 책을 소개받았다. 중국의 현재 위상과 입지, 풀어야 할 대내외적 문제들, 근현대 역사 속에 만들어진 사회문화적 분위기, 그리고 이웃나라들과의 관계와 숙제까지.. 저자는 15년 가까이 현지에서 생활하며 보고 들은 생생한 경험과 기록을 바탕으로 중국에 대한 정보들을 가능한 정확하고 적확하게 쓰려고 했음을 밝힌다.
우리가 몰랐던 나라, 어쩌면 알고 싶지 않았던 나라, 이제는 모르면 안 되는 나라, 중국-
이 책을 읽은 모두의 첫 마디는 고백이었다. 중국에 관해 우리는 모두 ‘장님’이었다고.
1. 전체적인 감상평은?
경 : 진짜 재밌게 읽었다. 사실 꼼꼼하게 못 읽은 것이 아쉬울 정도. 이런 책들은 대부분 무슨무슨 전문가나 교수들이 이론적으로 써서 재미가 없는데, 이 책은 저자가 현지에서 부딪히고 체험한 내용들을 함께 엮어서 생생하게 와 닿았다. 현재의 적대적 감정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한 개인이 고민하고 제시할 수 있는 대안 부분도 공감되었다. 중국에 대한 역사적 사회적 정보들도 통찰력 있게 정리되어 있어 알찬 것 같다. 재밌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쉽게 휘청거리고 무너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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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 아무것도 몰랐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부 다 새로운 정보였다.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얼마전 베트남 여행 같이 간 멤버들에게 어찌나 아는 척 하고 싶던지… 결론은 ‘대만은 여행을 가면 안된다.’
혁 : 무섭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중국인이 강남 아파트를 20억에 사서 100억 만든다는 얘기, IT기술자들 데려가 기술을 카피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삶 속에 생각보다 깊이 파고들어 있어서 놀랐다. 머릿수로, 힘으로 파고들면 답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 : 예전부터 중국에 관심이 많았다. 유튜브에 삼프로TV나 팟 캐스트에서 듣던 단편단편들이 한 번에 꿰어져서 좋았다. 시진핑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짚어줘서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 아쉬운 점은 저자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이 느껴졌달까. 저자가 경험하고 보았던 그림은 리얼하게 제시했지만, 의견이 분분할 수 있는 얘기(대만을 공격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칠 수 있다는 부분 등)들은 다소 전문성이 떨어져 보였다. 다만, 중국과 국제 관계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견은 몹시 수긍이 갔다.
효 : 정말 매 페이지마다 ‘중국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구나.’ 했다. 주어들은 이야기로 이미지를 쌓아왔는데, 싫어하는 것도 뭘 알고 싫어해야겠다 생각했다. 글이 쉽고 편하게 읽혀서 좋았다.
주 : 많이 못 읽었지만, 중국에 대해 많이 몰랐다는 걸 알았다. 나머지 부분도 기대가 된다.
2. 중국에 대한 선호 정도와 이유는?
경 : 너무 싫어
유 : 젊은 사람들처럼 되게 싫은 건 없었다. 오히려 왜 저렇게까지 싫어할까 불편했었다. 중국어 학원에서 일 한 적 있는데, 특유의 느리고 고집 센 부분은 있지만 우리랑 똑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조선 구마사 사태를 보면서도 사람들이 미쳤구나 너무한다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중국이 무서워졌다. 이 책을 계기로 중국에 대한 정보가 확 업데이트 되었다.
주 : 혐중 젊은이 중 한 명이다. 드러내진 않지만 ‘굳이 중국?’ 이었다. 중국 유학 간 친구가 중국정부는 싫지만 중국 사람들은 좋다는 말에도 그냥 그렇구나 했었다. 안 좋은 건 다 중국탓을 했다. 코로나, 미세먼지, 역사왜곡, 질 나쁜 물건 들 등
효 : 혐오에 가까운 마음이다. 선입견이 크다. 인터넷과 언론에서 자극적이고 안 좋은 뉴스들만 보여주고, 그런 것들에 자주 노출되서 그런 것 같다. 차곡차곡 쌓여온 안 좋은 이미지에 이 책을 읽고 공포까지 더해졌다. 특히, 코로나 이후 혐중에 이어 공포, 극혐으로 더해진 것 같다. 다만, 저자의 말처럼 싫어하더라도 잘 알고 싫어하자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왜 싫은지 논리적으로 말하고 싶어서 읽고 있다.
매 : 중국을 싫어하는 이유 중에 제국주의 가 가장 크다. 다른 나라들은 발톱을 감추고 있는데, 야욕을 너무 서슴치 않고 드러낸다. 뭘 알고 미워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혁 : 준비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독도 사례처럼, 역사적 기록은 일본이 훨씬 많다. 광개토대왕비에 대한 기록도 중국에 많은 걸로 알고 있다.
3. 중국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점은?(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것)
공통 : 매 장마다 새롭다. 알고 있던 게 없다는 걸 새삼 깨닫는 중. 코로나 초반 대응이 성공적이었다는데 뭐가 그런지 잘 모르겠다. 우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전쟁이 날 수 있구나를 느낀다.
정 :
후커우 제도 : 태어난 곳이 신분이 된다는 게 놀랍고, 그게 평생 따라 다니며 제약 된다는 게 놀랍다(21세기에!). 중국몽을 이야기하면서 정작 국민들이 꿈꾸지 못하게 하는 것 아닌가.
시진핑 조건부 지지 : 제 1인자의 권력을 가졌지만, 국민의 조건부 지지(대만 수복 조건)라는 게 놀라웠다. 국민들이 대만 수복을 원한다는 것도 놀라웠고.
실패할 기회를 주는 광대한 내수시장 : (발전을 위한)시간적 열세를 극복하는 공간의 힘
한국 전쟁에 대해 중국어 선생님에게 들은 말 : 중국은 한국전쟁이 남침이라고 교과서에서 가르친다고 한다. 한국에 와서 북침이라는 애기를 듣고 놀랐다고. 중국의 공교육 내용이 이렇다는 걸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본의 의도도 그렇겠구나(식민지배와 찬탈 역사 왜곡) 생각했다.
4. 향후 세계 정세에서 가장 걱정되는 중국의 행보는?
공통 : 대만 침공
유 : 우리가 북한 생각한 것처럼, 중국은 대만을 원래 자기네 땅이라고 생각하겠지.
5.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의 외교 방향은? 저자가 말한 ‘일본과 파트너십’은 가능할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아요.
유 : 쉽지 않다. 일본은 야심이 있다. 지금 폭망이란 것만 알겠다. 우리나라는 언제나 역사적으로 살얼음판을 걸어왔다. 지금이 특별히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다. 소련과 미국 냉전보다, 중국과의 냉전이 낫다. 우리나라가 약소국 코스프레 한다는 저자 의견에 동감한다. 13위 경제대국이다.
매 :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시각이다. 가능할까? 일본과의 파트너십은 좀 회의적이다.
경 : 이 사람이 놓친 건 지금 우리가 윤 정부 하에 있다는 거다. 반중, 반일 감정을 정치권에서 부추기거나 이용하는 측면도 있다.
주 : 얼마전 조수미님이 나온 예능 프로그램을 봤는데, 한국 여권이 파워 있다는 얘기를 했다. 세계적으로 출입국이 비교적 쉽게 허용되서 불법 습득된 한국 여권이 비싸게 팔린다는 얘길 하더라. 은근 뿌듯했다.
정 : 얼마전 발리 G20 정상회담하면서 시주석은 한국에 대해 ‘이웃’이라는 얘기를 했다. 잘 지내야 한다는 얘기로 들렸고, 그 비유가 적절하다는 생각을 했다. 지정학적으로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이웃나라다. 층간소음이 심해서 그렇지.
일본과의 파트너십은 당 세대가 지나기 전엔 어려울 것이다. (후손들은 까먹을 테니까 ㅠ_ㅠ)
그러나, 필요에 의해 연합해야 한다면 [중국의 조용한 침공] 저자의 말처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일본, 한국, 호주 등 ‘대 중국 아세안 연합’으로 대응하는 것은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단 둘이 협력은 어렵지만, 친구들끼리 뭉치는데 끼어있는 건 좀 덜 껄끄러우니까. 현재 중국은 우리 뿐 아니라, 미국, 아프리카, 호주, 유럽 등 러시아 빼고 다 적으로 돌리고 있다. 오히려 이 가운데 밸런스를 잡을 수 있는 영향력 있는 나라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얼마 전 중국 관련 컬럼에서 ‘매력외교’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젠틀몬스터가 상하이 멋쟁이들의 힙플레이스라는 소식이었다. 중국의 % 아라비카 커피는 코엑스의 핫플이 되었다는데 나는 서울에 있을 때도 못먹어 본 ‘아우어 베이커리’를 상해에 와서 맛 보았다. 젠틀몬스터, 3CE, 한류드라마 등 매력적인 것들은 국경을 넘는다. 애국외교가 아닌 매력외교로 관점을 바꾸면 길이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
6. 현지인에게 묻고 싶은 것?
Q : 언론에 보도되는 것처럼 반한감정을 체감할 수 있나?
A : 그렇지 않다. 이 동네(외국인이 많이 사는 도시)만의 특수성인가 싶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종종 경험한다는 인종차별 비슷한 것도 느껴본 적 없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당연한 듯 서로 ‘니하오’라 인사하고, 중국말을 잘 못하는 외국인에게 손짓발짓 섞어가며 알려주려고 애쓴다. 자기 일에 열심이고, 중국 내 부당해보이는 일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다. 일상을 사는 중국인들은 우리랑 비슷하다. 영어를 쓰면 좀 더 친절해지는 것까지 ^^;;
Q : 한국과 다른 중국만의 사회문화적 특징이 있나?
A : 첫째, 땅이 넓어서 그런지 상품의 종류가 정말 다양하다. 상품 퀄리티 종류가 한국이 1~10이라면, 중국은 1~100가지 종류가 있는 듯 하다. 다양하다는 건 그 만큼 좋은 것도 좋지 않은 것도 수 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당연히 품질 안 좋은 것들이 많이 보일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싶다. 재미있는 건, 그래서 중국인들도 내수 제품보다 수입 제품을 더 믿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징동’이라고 정품만 판매하는 사이트부터 ‘판뚜이뚜이’ 라는 대놓고 짝퉁을 파는 사이트까지 중국은 체제를 흔들지 않는 한 경제활동에 큰 제제는 없는 듯 하다.
둘째, 보여지는 것에 정말 신경을 많이 쓴다. 한국도 남의 눈 의식하는 건 안 밀리는데, 여기는 스케일이 다르다. 집이 없어도 차는 테슬라나 포르쉐고, 중추절, 국경절, 춘절 등 기념일에는 온 거리와 도시를 붉은 깃발과 황금색 글씨로 장식한다. 제로 코로나 정책과 도시봉쇄 등도 대내외적으로 현재 주석의 치적을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가 싶다. 비슷한 맥락으로 성형 시장이 발달된 것 같다. 정형외과를 검색했더니 성형외과가 주르르… 한국인 의사들이 상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정형외과는 ‘골과’를 검색해야 한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
셋째, 규칙은 규칙이고, 생활은 생활이다. 횡단보도에 파란 보행자 신호가 켜져도 차들은 적당히 서행하며 지나가고, 빨간 신호에도 사람들은 별 눈치 안보고 건넌다. 개인이 종교를 갖는 것은 자유지만, 공공장소에서 종교활동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코로나 밀촉자가 나오면 아파트 동 전체를 봉쇄하는데, 누군가 가서 상위기관에 따지면 또 그냥 풀어지기도 한다. (이게 따지면 풀어지는 거라니…) 뭐랄까…원칙은 있지만, 실생활에선 걸리지만 않으면 되는…그러면서 한 켠에선 코로나 확진된 60일짜리 아기를 혼자 격리시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는… 물리적 크기가 시스템의 한계로 작용하는 나라 같다.
Q. 상하이의 좋은 점은?
지금까지 가장 좋은 점은 나무가 많다는 것. 산이 없는 대신 시에서 정책적으로 녹지 사업을 진행해 풍성한 가로수 길과 공원들이 곳곳에 있다. 에너지 정책의 일환으로 공유 자전거 시스템과 자전거 전용도로가 잘 되어 있어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로 움직이기 좋다. 상하이는 시에서 자동차 수를 제한하는데, 전기차는 번호판 비용을 아주 싸게 받는다고 한다. (일반 휘발류 차량은 차 값이 3천이면, 번호판 값도 3천. 별도로 구매해야 함) 그래서 그런지 테슬라가 많이 보이고, 클랙슨 소리(불법)도 없고, 세계적 대도시(서울, 뉴욕, 도쿄 등)치고는 교통 소음이 비교적 덜 하다.
여기까지가 이번 모임을 메모한 내 기억의 끝이다. ㅠ_ㅠ 나머지 다른 얘기들은 수다떠느라 적지를 못했다. 다들 오랜만에 봐서 넘 반가웠고,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이 완화되면 꼭 한 번 상해로 섬북동 해외원정을 와줬으면 한다. 그때 근사한 와이탄 풍경이 보이는 카페에서 우리가 만나면 또 얼마나 재미있을까. 미래를 추억하는 기분이다.
덧,
보통 책을 읽고 나면, 그 세계를 알게 되고, 이해와 공감을 통해 우리의 마음은 열리고 너그러워졌다. 그런데, 이책은 조금 다른 감정이 든다. 중국을 몰랐을 때는 밉고 싫었는데, 알고나니 무서워졌다. 지구 종말이나 우주 폭발 같은 아주 먼 얘기가 아니라, 근 2~3년 안에 일어날 확률이 아주 높은 전쟁 리스크가 우리의 일상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우리가 뭘 할 수 있을지 대안이 보이지 않아 더 그런 것 같다.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고, 몸을 낮추되 손은 기록하는 것.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일까.
2022년 11월 19일(토) 오전 10시 30분 / ZOOM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한청원 지음 / SIDEWAYS)
참석자 : 경, 유, 매, 혁, 효, 주, 정 (총 7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