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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eokc Jan 24. 2023

소설인가 브랜딩인가

“가녀장의 시대”(이슬아)

이슬아 작가가 펴낸 소설 ‘가녀장의 시대’에는 ‘슬아’라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슬아는 소설 속 인물이지만 책을 함께 읽은 멤버들은 모두 ‘슬아=이슬아’로 받아들였다. 필력을 가지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가녀장 슬아와, 살림력을 인정받아 출판사 정직원으로 일하는 엄마 복희, 그리고 청소와 운전 등 다양한 일을 수행하지만 비정규직인 아빠 웅이, 모두가 이슬아의 실제 모습과 겹쳐져 보였다.  그래서일까, 이번 소설은 기존에 이슬아 작가의 글을 많이 접했던 사람보다 처음 읽는 사람들이 훨씬 재밌게 읽었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작가의 말처럼, 그녀가 만들어낸 ‘가녀장의 시대’는 모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돌봄과 살림을 공짜로 제공하던 엄마들의 시대를 지나,

사랑과 폭력을 구분하지 못하던 아빠의 시내를 지나,

권위를 쥐어 본 적 없는 딸들의 시대를 지나,

새 시대가 도래하기를 바랐습니다.’



1. 책을 읽은 소감


S: 이슬아 작가에 대해 젠체하는 젊은 작가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속으로 괜히 질투하며 일부러 글을 읽지 않았는데, 이번에 보니 짱 재밌었다. 문장력이 좋으니 페이지가 훅훅 넘어가 만족스러울 만큼 빨리 읽었다. 글을 잘 쓰고 열심히 쓰는 작가라 느껴져 좋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게 진짜야 거짓말이야?’ 헷갈리고 의도가 뭔지 궁금했던 부분은 마지막 작가의 글에서 실제에 약간의 허구를 가미를 한 것이란 걸 알 수 있었다. 그녀의 진보적이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며 ‘내가 늙었구나’ 싶었다. 나는 기존 시스템을 욕하기만 했지 새로운 걸 만들 생각은 못했구나, 그런 면에서 ‘젊다’고 느꼈다.


E: 이슬아 작가가 기존에 어떤 글을 쓰는지 알고 있었기에 소설은 어떨지 예상이 안 됐다. 반 정도 읽은 소감은 ‘나도 소설을 쓸 수 있겠다(‘나도 쓰겠다’가 아님!).’ 항상 나는 소설은 아예 쓸 수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가족과 본인 자체를 캐릭터화하고 그걸 좀 더 극화한 걸 보니 나도 언젠가 소설을 쓸 수 있겠다 싶었다. 책은 재밌고 좋았지만 내용 자체보다는 작가가 자기 브랜딩을 잘하고 그것을 위해 지속적으로 뭔가를 만들어 어필한다는 게 더 인상적이었다.


J: 이슬아 작가의 책이라면 웬만한건 다 읽어온 열렬독자인데, 구독 자체를 싫어해서 보지 못했던 ‘일간 이슬아’ 글이 소설로 나온다고 해서 바로 찾아봤었다. 그런데 솔직히 실망했다. 에세이를 잘 쓰는 작가지만 소설은 아니구나, 드디어 좀 다른 이야기를 쓰겠구나 기대 했는데 그동안 썼던 걸 그대로 썼구나 싶었다. 내가 이슬아 작가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 당분간 작가의 글을 보지 않아야겠다 싶기도 했다. 인터뷰를 보니 책의 판권이 팔려서 드라마화 될 예정이고 그 과정에서 작가가 주도를 할 거라고 자부심을 내보이던데…  드라마화되기를 바라고 기대했던 사람으로서 굉장히 실망스러웠다.


K: 소설로 썼다고 했지만 출판사에서 부모님과 함께 일하는 등 이미 실제 작가 이슬아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라 픽션으로 읽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통쾌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가부장’에 익숙했으므로 ‘가녀장’이라는 새로운 개념 자체가 좋았다. 경제력이 없는 가장도 집에서 큰소리를 치고 모두가 자기 말만 듣기를 바라는데, 슬아의 엄마 아빠는 가녀장을 따르지 않나. 그 자체가 견고하게 쌓아온 이념 같은걸 아무렇지도 않게 무너뜨리는 느낌이라 통쾌했다. 방송국 피디가 브레지어를 착용해 달라고 할 때 거부하는 등 사람들이 당연하게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규칙에도 슬아는 ‘왜’라고 묻고, 그걸 깨뜨리고, 능동적으로 자신만의 방식을 만들어 가는 것도 좋았다.


H: 이슬아 작가의 책은 읽지 않았지만 인스타는 봐왔다. 이번 책은 되게 재밌게 읽었지만, 이슬아 작가가 독특하다기 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내용을 연결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20대를 대변한다는 느낌. 회사 임원들이 MG세대 트랜드북이 아니라 이런 걸 읽으면 좋겠다. 웅이와 복희가 뭘 사겠다고 할 때 슬아는 직원의 고생까지 인정해주는 선에서 결정을 한다. 너무나도 바르지만 지키기 힘든 요즘 세대의 기준이다. 그래서 허구로 느껴지기도 했다. 기성세대는 필요와 함께 실질적인 회계 처리, 가성비 등을 다 따지지 않나. 그런 면에서 부족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E: 맞다, 새롭게 창조하는 선구자 보다는 젊은 세대의 골목대장 느낌. 20대 친구들이랑 얘기하면서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 그들이 하고싶은게 이런 거라는 걸 앞장서서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요가나 비건 등 스스로가 하나의 브랜드이자 인플루언서로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려 하는 것 같다.



2. 캐릭터에 대하여


J: 외할머니 준자씨가 48년생이니 나는 대충 엄마인 복희 세대인 것 같다. 그래서인지 복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슬아가 답답한 헛소리를 할 때마다 복희가 한마디씩 하는 게 기분 좋았다. “너 답답한 스타일인거 알아?” 류. 딸 슬아가 복희를 세심하게 관할하고 자세하게 글을 써준 건 참 부러웠다.


K: 복희와 웅이가 방에 들아갈 때마다 재밌었다. 독자가 욕하고 싶은 부분을 미리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나. 슬아 친구들이 왔을 때 복희가 함께 어울리는 장면, 다들 묻고싶지만 무례할까봐 묻지 못하는 것을 물어주는 것도 좋았다. 오히려 편견이 없으니 질문을 받는 사람도 불편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J: 맞다. 요즘은 너무 많은 규칙을 세우고 너무 말하지 못하게 만든다. 슬아는 복희에게 그런걸 물으면 안된다고 하지만, 정작 친구는 물어도 된다고 하고 복희의 질문이 무례하다고 느끼지도 않는다.


K: 복희처럼 단어를 잘못 말하는 경우가 많으면 좀 답답할 순 있는데 하나하나 에피소드가 너무 웃겨서 나중에는 메모를 하게 되더라. 성격이 급해서 일단 뱉고 보는 스타일이라 실수를 하는 것 같다.


J: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창의력이 뛰어나다. 원칙적으로 오타를 체크하고 그런 사람들에게서는 창의성이 나올 수가 없다.


S: 맞다. 시각이 심플해서 오히려 시야가 넓고, 보통은 캐치 못하는 뭔가를 던질 때가 있는 것 같다.


나는 “우리 복희는 똥도 버리기 아까운 사람이에요” 라는 복자의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인 것 같다.



3. 그 외의 이야기들


S: 요즘은 법적으로 엄마나 아빠로 부르지 못하게 하는 것도 있다고 들었다. 그럼 뭐라고 불러야 하나? 다양성도 좋지만 그렇게까지 흔드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K: 이름을 부르면 된다. 실제로 엄마를 이름으로 부르는 친구가 있다. 호칭을다 없애고 이름으로 부르면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J: 슬아는 글을 쓰는 중간에 북토크를 하고 인터뷰를 하고, 그걸 마치고 또 쓴다. 미친거 같다. 그게 가능해? 완전히 다른 뇌를 바꿔 써야하는데.


K: 복희가 슬아를 대신해 거절 메일을 쓰는 것처럼 프리랜서의 페이를 대신 받아주거나, 빨리 달라고 하는 일을 누가 대신해 주면 좋겠다. 월말에 각자 다른 사람의 매니저로 빙의해서 그런 메일을 보내주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S: 10년 전 주변에 그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조합을 만들고 내가 그런 일을 할까 했었다.


H&J: S가 그 일을 맡으면 성격이나 표정이나 지금보다 많이 안좋아질거다~


K: 나이나 경력이 있다고 ‘내가 윗사람인데’ 하면서 무조건 자기 말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조만간 도태될 것 같다.


S: 영화나 드라마에서 ‘내가 누구 시장 국회의원 친군데~’ 하는 것도 없어질 거 같긴 한데, 진짜 없어지려나?


J: 나는 오히려 더 강력해진다고 생각한다. 예전보다 더 끼리끼리 놀지 않나. 예전은 ‘스카이’ 였지만 이제는 서울대 중앙대… 서열을 세부적으로 죽 나눠서 오히려 더 심해진 게 아닌가 싶다. 예전에는 그래도 한 교실에서 같이 지내면 동창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한 교실에 있어도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주공아파트 임대아파트 나누듯이. 방식이 세련되어졌을 뿐이지.


‘가족을 사랑하면서도 그들로부터 멀리 갈 수 있을까. 서로에게 정중한 타인인 채로 말이다.’


‘지구에서 우연히 만난 그들은 무엇보다 좋은 팀이 되고자 한다.

가족일수록 그래야한다는 걸 잊지 않으면서.’


‘복희에게 아름다움이란 계절의 흐름, 맑은 날에나 궂은날에나 자라기를 포기하지 않는 존재들.

웅이에게 아름다움이란 슬픔과 기쁨의 극치를 다 아는 가수의 목소리. 밥하고 글쓰는 두 여자.

슬아에게 아름다움이란 단정하고 힘있는 언어, 그리고 동료가 된 모부의 뒷모습.’



2023년 1월 14일 오전 10시 (ZOOM 모임)

참석자: 7명 ( ENFP J, K, M / INFJ S, E / INTJ H / INFP H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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