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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요 Dec 07. 2022

영생과 자아와 올해의 책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의 <미키7>은 <기생충>에 이은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으로 관심을 모으는 SF소설이다. 원작에서 7번 죽었다 살아나 7을 달고 있는 미키 반스는, 영화에서 17번 죽었다 살아나는지 최근 <미키17>이라는 트레일러를 선보였다.

https://youtu.be/DoXFDZo7JdA

인간들을 대신해 위험한 일을 하고, 위험한 실험에 참여한 뒤 폐기처분(죽음) 되면 다시 단백질 탱크에서 부활하는 '익스펜더블'이라는 역할을 하는 미키 반스의 이야기는 우주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영생과 노동, 자아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Q 전체적인 감상

정확히 두 부류로 갈렸다.

상황은 심각하고, 심도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도 유쾌하고 가볍고 편안하게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는 쪽과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작위적이고 별로 재미가 없었다는 쪽이 팽팽하게 맞섰다. 

좋아하는 쪽은, 세계관을 촘촘히 잘 짜서 흡 빨려 들어가 재밌게 읽었고, 치고 받는 대사의 유머도 좋았으며, 번역도 좋았다고 했다. 

싫어하는 쪽은, 촘촘한 세계관이 짜여져 있는 글을 잘 못 읽는 사람들이었고, 그 세계관에 비해 헐렁한 이야기라 잘 썼다고 느끼지 않는 듯 했다. (이를테면 며칠 동안이지만 아무에게도 안들킨 점 등)

앞부분은 재밌었으나 뒷부분이 너무 설명적이라는 의견과, 로봇을 쓰는 것이 돈이 더 많이 드니 인간을 쓰는 것은 이 소설의 시대나 지금이나 똑같아서 현실풍자적인 측면에서 좋았다는 의견도 있었다.


Q 내가 미키라면 익스펜더블을 선택했을까? 

소설에서 미키는 돈을 빌린 사채업자로부터 세상에 태어나 처음 느껴보는 고통을 당하고 미드가르드를 떠나 우주선을 탈 목적으로 익스펜더블이 된다. 

이에 대해서는 제각각의 대답이 나왔는데 그 고통이 두려워 익스펜더블이 되었을 거라는 옥, 가능하다고 생각했으나 소설 속 묘사가 생생해서 포기했다는 정, 하려고 했다가 젬마의 설명을 듣고 못할 것 같다는 우, 다른 것보다 불가촉천민 대접을 받는 게 싫어서 못하겠다는 영, 그냥 죽는 게 아니라 열심히 죽어야 한다는 게 싫어서 못하겠다는 예, 익스펜더블을 하느니 자살을 택할 거라는 광, 죽음의 기억이 없다면 해보는 걸 생각해보겠다는 진 등 다양한 입장이 나왔다.  

Q 만약 내가 미키라면 기억을 이어갈까? 영생을 선택할까?

이 역시 극명하게 두 파트로 갈렸다. 영생은 싫다는 쪽과 영생할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느냐는 쪽.

그 중간에서 1번 정도 다시 태어날 수는 있겠다, 교통사고 같은 억울한 죽음의 경우 다시 살고 싶다는 중간파도 있었다. 


Q 그래서 질문을 바꿔봤다. 이 소설에는 배 이야기가 나온다. 10년 동안 바다를 떠돌며 모든 부속품이 바뀌었는데, 그 배를 여전히 같은 배라고 할 수 있냐는 질문. 여기에 대한 대답을 들어봤다.

이에 대해서도 역시 윗 질문과 같이 10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다르다고 하는 쪽과 그렇더라도 결국 나는 나이고, 같은 나라는 쪽.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도 함께 주어졌는데, 기억, 내 영혼의 고갱이, 정체성 등의 대답이 나왔고, 그 정체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르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남이 뭐라하든 나를 나로 인식하는 그 자체가 자아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 영생과 자아의 문제는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이자, 우리가 격렬하게 토론했던 주제였다.

이번 스터디에선 모든 질문에 대해 의견이 확고하게 갈리는 두 파가 있어 굉장히 흥미진진했다.


Q 내가 둘이라면 뭘할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 역시 극명하게 갈렸는데, 번역을 하고 시나리오를 쓰는 두 사람은 일을 한다고 대답했다. 내가 둘이면 많은 일을 받아도 2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수 있으니 좋겠다는 쪽. 그 말에 기함하며 노는 걸 두 배로하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뮤지컬덕후인 진은 같은 시간에 하는 두 뮤지컬을 사이좋게 나눠보면 좋겠다고 했고, 이를테면 오늘 같은 날 한 명은 섬북동 뒷풀이에, 한 명은 뮤지컬 관람에 보낼 거라고 했다. 또한 자기가 둘이면 서로 너무 잘 이해할테니 베프가 되지 않겠냐는 말이 나왔고, 그 말에 질색을 하며 절대 나는 나와 보지 않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는 결국 미키7과 미키8이 딴 사람이라는 결론(오랜만에 다들 동의한 대답)과도 일맥상통해 내가 둘이라면 서로 경쟁이 되고 질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곤란하겠다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가장 재밌었던 대답은 소식좌 영이 치킨 한 마리 시킬 때 "내가 둘이면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좋겠다"고 하자, 대식가 은은 "말도 안된다, 사람이 둘이면 치킨도 두 마리를 시켜야 한다"고 했던 대답. ㅋㅋ


미키7에 대한 마인드맵


읽은 책 :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2022년 12월 3일 오후 3시

참석자 - 광, 우, 영, 은, 예, 옥, 진, 정 (총 8명)



이렇게 올해의 마지막 독서모임 <미키7>의 발제와 토론이 끝난 후 송년회가 이어졌다.

우선 올해의 책을 뽑았다.

올해 섬북동에서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책은 일본 소설 <버터>. 8명 중 무려 3표를 받았다.

뚱뚱한 여성이 남성들을 홀려 결혼사기를 치고 죽이는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취재하는 기자가 범인과 만나 인터뷰하며 달라지는 이야기다. 재미의 측면에선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내가 발제자라 이러는 거 맞음. ㅋㅋ)

이 외에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과 <도파민네이션>이 2표씩 획득해 2위에 노미네이트 됐다.


그리고 작년에 ZOOM 송년회를 하면서 각자 2022년 한해 동안 읽을 책과 목표를 정했다. 그 쪽지를 1년간 가지고 있다가 이번 송년회에 개봉했다. 100% 달성자가 둘이나 나오고 50% 이상 달성자가 우수수 쏟아졌던 작년과 달리, 올해에는 75% 달성자 예, 50% 달성자 영. 이 두 사람 외에는 전부 0%였다. ㅋㅋㅋ

예는 부동산 책을 읽고 있으며,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땄다. 영은 메리 올리버의 책을 읽고 있으며,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자기 집을 구했다. 두 사람은 소소한 선물을 골라 가져갔다. 

내년에도 읽을 책과 목표를 각각 써서 냈는데, 과연 1년 후 누가 얼마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년 발제책을 정했다. 일단 제목만 나열해본다.

가녀장의 시대 | 가짜 노동 | 조국의 법고전 산책 | 노멀 피플 | 사라진 저녁 | 아버지의 해방일지 | 히든 스토리 | H마트에서 울다 


이로써 올해 섬북동은 잠깐의 방학을 가지고, 내년 1월 둘째주에 뵙겠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해피 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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