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하지만 각자

더 이상 무언갈 참지 않아도 되는 나에게

by 기억의 틈

요즘 자동차를 탈 때마다 느낀다. 듀얼 에어컨이 참 편리하다고.

나는 몸에 열이 많아 늘 에어컨을 최저 온도로 맞추고 달린다. 겨울 역시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이 히터를 켜고 따뜻함에 감싸일 때,

나는 혼자 더위에 지쳐가곤 했다.

예전엔 그저 참고 달렸다.

“좀만 참아야지, 상대방은 춥겠지.”

그게 어쩌면 배려였고, 같이 이동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온도는 완전히 분리됐다.

누구도 참지 않아도 된다.

누구도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나만의 시원한 공간에서,

옆 사람은 따뜻한 공기 속에서

서로 다른 계절을 살며 같은 차 안에 앉아 있다.

‘자리별로 온도를 다르게 해 준다고?’

이건 정말 획기적인 기술이다.

매번 더위에 지쳐 쓰러지던 나에겐 하늘이 주신 선물과도 같다.


그런데 문득 마음이 조금 외로워졌다.

예전에는 누군가를 위해 조금 덥거나,

조금 추운 걸 견뎠다.

그 순간이 귀찮고 번거로웠던 건 맞지만,

지금 돌아보면 우리는 그 안에 ‘같이’ 있었다.

기술은 점점 개개인을 존중해 준다.

그건 정말 고마운 일이다.

(특히 나처럼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배려'를

조금씩 잊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

같은 차를 타고 있지만,

각자의 공간을 달리는 듯한 요즘이다.

편리함과 거리감 사이,

나는 오늘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생각한다.



진짜 같이 있다는 건

같은 온도를 느끼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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