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지만 또 다릅니다

인덕션 vs 하이라이트

by 기억의 틈

인덕션과 하이라이트는 모양이 비슷하다.

검은 유리판 위에

동그란 표시, 터치식 버튼, 조용한 작동음

하지만 막상 써보면 전혀 다르다.


하이라이트는 열을 낸다.

천천히, 은근히 뜨겁게


인덕션은 자성을 이용해 조리도구 자체를 달군다. 더 빠르고, 더 뜨겁게


둘 다 냄비에 물을 끓일 수 있지만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나는 처음 이 둘을 헷갈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우리도 그런 거 아닐까?”


비슷해 보이는 감정

닮은 듯한 관계

거의 같아 보이는 사람들


하지만 막상 가까이 두고 써보면 아니, 살아보면

그 작은 차이들이 꽤 크다.


둘 다 시원한 공기를 뿜어주는 에어컨과 FCU

둘 다 웃긴 이야기에 웃는 진짜 웃음과 예의상 웃음

둘 다 연락은 오는 친구와 지인

심지어 똑같은 라면을 좋아한다고 해도

누군가는 면부터 누군가는 국물부터 먹는다.



이런 것들을 종종 우리는 “거의 같으니까”라고 묶어버리곤 한다.

그리고는 왜 기대와 다르냐며

서운해하고 오해하고 실망한다.


마치 하이라이트에 인덕션 전용 냄비를 올려놓고

왜 안 되냐고 투덜대는 것처럼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세상에 완전히 같은 것은 없다는 걸

중요한 건 그 차이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는 누군가 나와 조금 다를 때

“어, 넌 인덕션이었구나.”

하고 웃으며 받아들이고 싶다.


거의 같지만 조금 다른

그래서 더 섬세하게 알아가야 하고

그래서 더 오래 기억나는 사이


인생이란 결국 그 ‘조금’을 이해해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 꽤 괜찮은 팀인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