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신치림)

서운한 하루 끝에 들려오는 위로

by 기억의 틈


퇴근길(신치림)

대학생 시절, 도서관에서 늦게 나오면 나는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신치림의 〈퇴근길〉이 흐르고 첫 소절과 함께 “나의 서운한 오늘이 내일을 꿈꾸네”라는 한 줄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팀플 마감과 과제, 취업 준비로 마음이 분주하고 지친 날에도 그 가사는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오늘 하루가 서운하고 버겁더라도 그 마음이 결국 내일을 향한 작은 희망으로 이어진다는 걸 알게 해주었다.


지하철 창밖으로 스치는 불빛과 사람들을 바라보면 각자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정장 차림의 직장인, 팔짱 끼고 나란히 걷는 연인, 졸린 눈으로 스마트폰을 보는 대학생까지 모두가 자기만의 하루를 살아가며 내일을 꿈꾸고 있었다. 그들을 바라보며 문득 깨달았다. 나도 그들의 일부였고 이미 작은 버팀으로 내일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지친 몸을 의자에 기대고, 조용히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속에서 하루의 무게가 조금씩 가벼워졌다.


이 노래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가사 때문만은 아니다. 기타와 하모니카가 부드럽게 깔린 배경은 하루 종일 쌓인 피로를 녹여주고 멜로디 속 작은 울림은 마음 한 켠을 다독여준다. 가사가 없는 순간에도 그 여운 속에서 오늘을 돌아보고 내일을 상상하게 된다. 음악이 주는 따뜻함과 위로는, 듣는 순간 하루를 견뎌낸 나 자신을 토닥여주는 힘이 된다. 그때 느꼈던 마음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마음속 한 구석에서 잔잔히 울림을 준다.


지금은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퇴근한다. 저녁 노을이 스치는 도로 위, 부드러운 차창 너머 도시의 불빛을 바라보며 아내와 잠시 나누는 웃음 속에서 대학 시절 지하철에서 느꼈던 작은 위로가 떠오른다. 하루가 힘들었더라도 오늘의 서운함이 내일의 작은 희망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든다. 아내가 옆에서 부드럽게 말을 건네면 그 작은 순간에도 오늘 하루를 버텨온 나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노래의 마지막 구절이 흐를 때면 나는 자연스럽게 숨을 고른다. “나의 서운한 오늘이 내일을 꿈꾸네.” 오늘 하루가 마음 한켠에서 서운함으로 남더라도 그것은 결국 내일을 위한 작은 준비이자 희망이라는 것을. 하루를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노래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하루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서 조용히 동반자가 되어주는 작은 위로다.


오늘 하루도 힘내서 버틴 모든 직장인에게 나는 이 노래를 퇴근송으로 추천하고 싶다. 창밖의 불빛과 이어폰 속 멜로디가 어우러지는 순간, 오늘을 버텨낸 자신을 살짝 토닥이며 서운한 오늘이 내일을 꿈꾸게 하는 경험을 느껴보길 바란다. 잔잔하지만 확실하게 마음을 어루만지는 노래,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마음속 작은 안식처가 되어주는 노래, 그것이 바로 신치림의 〈퇴근길〉이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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