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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Sep 02. 2018

내년을 알 수 없는 직업

미국 공립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의 서글픈 처지

사전 정보 없이 보내는 곳으로 필요한 곳으로 가야 하는 미국 특수 학습 보조교사의 서글플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이야기





처음 미국 공립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를 시작할 때는 한 번 일하기 시작한 학교와 학급에서 고정적으로 일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고 주변에 있는 보조교사들을 통해 공립학교 특수학급 보조교사라는 자리가 얼마나 불안정한 일인지 알게 되었다.

학기초에 특정 학급에 배정되면 특별한 변동이 없는 한 학년말이 될 때까지 그 학급에서 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혹 보조교사가 특정 아동을 1:1로 맡게 되는 경우 그 아동과 부모가 그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싶어 하는 경우에는 교육구에서 장기적인 1:1 관계가 지속되기도 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학년말까지만 그 자리가 유지되고 여름방학을 맞음과 동시에 당해년도 임무가 끝난다.


새 학년에 일하게 될 곳은 개학날 알게 된다. 가끔은 기존의 학교에 보조교사 수요가 줄어드는 경우 인근의 다른 학교로 갈 의향이 있는지 교육청에서 연락이 온다. 만약 이동을 거부하는 경우 가능하면 의사를 존중해준다고 하지만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그런 상황을 볼 때 이 보조교사는 그냥 보내지는 곳에 가서 일 년을 임무에 임해야 하는 파병군 같은 입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수학급 보조교사는 시급으로 보수를 받는다. 그리고 그 시급은 최저인금(Minimum Wage)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1, 2달러의 차이기는 하지만 교육재정에 여유가 있는 교육구와 그렇지 못한 교육구의 보조교사 시급이 다르다.

 

물론 이런 사정은 내 경험에 바탕으로 알게 된 것이니 다른 지역은 내가 있는 지역과 다른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 수 있다.  미국은 워낙 땅도 크고 주마다 독립된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 주는 또 다른 상황일 수 있다.

개학 첫날 가 봐야 어느 반에 배정이 될지,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될지 알게 되는 게 미국 공립학교  특수 학급 보조교사의 운명이다. 마치 주사위나 복권처럼 던져보고 긁어봐야 내게 주어진 것이 무엇인지 아는 복불복 게임인 것이다. 하지만 ‘꽝’이나 ‘다음 기회에…’는 없다. 새 학년이 될 때마다 어느 반에서 어떤 아이들과 함께 하게 될지 미리 알 수 없다는 것뿐이지 어쨌든 일자리는 보장되니까.






얼마나 다행인가.

요즘같이 실직과 취업의 고단함이 화두가 되는 시대에 어쨌든 방학이 끝나면 돌아갈 일자리가 있다니.

내 시간의 가치가 내 욕심에 미치지 못하는 서운함은 접어두자.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새삼스럽게 찾아오는 서글픔에도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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