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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소풍 Nov 04. 2018

남다르게 별스러운 공원 이야기

남다른 아이들의 남다름을 나누는 삶을 선택한 공원 씨의 별스러운 이야기

공원 씨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작은 공립 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 중 하나인 3번 방에서 Full Time 보조교사로 일하고 있다.

다운증후군이나 행동장애 또는 정서장애로 인한 학습장애 때문에 일반 학급에서 학습이 어려운 4살과 5살 그리고 6살짜리 꼬마들과 마음 아픈 그렇지만 소풍같이 설레고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공원 씨의 3번 방 이야기. 




개학 첫날,  낯선 3번 방의 아이들 앞에서 담임교사와 보조교사들이 돌아가며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했다. 드디어 차례가 되었다.  

“안녕? “

잠시도 가만히 있기 힘든 4살과 5살 그리고 6살짜리 꼬마들이 분주하게 손발을 움직이며 힐끗 쳐다봤다.

“내가 말하는 곳이 어딘지 맞춰볼래? 거기에는 초록색 잔디밭과 벤치가 있고 나무와 꽃이 많아. 사람들이 강아지랑 산책을 하기도 하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

꼼지락거리던 아이들 중 몇몇이 눈을 반짝이더니 손을 번쩍 들면서 외친다.

“I know. That’s a park! (알아요. 공원이에요.)”

“우와! 맞았어. 공원은 모두가 좋아하는 곳이지. 나도 무척 좋아해. 너희들도 좋아하니?”

“Yes! (네)”

“그럼 너희들은 나도 좋아하겠구나. 내가 바로 공원이야.”

아이들도, 같이 듣고 있던 다른 교사들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지만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았다.

“내 이름은 Ms. Park이야. 바로 너희들이 말한 공원과 똑같은 낱말이지. P, A, R, K!”

“Hahaha! She is a park!(하하하, 저분이 공원이야.)”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공원 씨를 가리키며 웃었다. 다른 교사들도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다.  

“Hi, Ms. Park. You are a park!(안녕하세요, 공원 선생님, 선생님은 공원이에요.”

리쳐드 기어처럼 잘생긴 금발머리 란든이 큰소리로 인사했다.

그 날부터 공원 씨는 3번 방 꼬마들에게 공원 씨이자 즐거운 ‘공원’으로 불렸다.




작년부터 공원 씨는 미국 공립 초등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의 보조교사(Assistant Teacher)로 일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겉모습은 멀쩡한데 마음에 장애가 있어 일반학급 아이들과 조금 아니, 많이 다르게 행동하는 특수학급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이 아이들의 ‘남다른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남다른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9월 새 학년이 시작되면서 공원 씨는 남다른 꼬마들이 있는 3번 방에 배정되었다. 3번 방은 자폐나 다운증후군 또는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 장애)로 인해 언어 장애나 학습 장애를 가진  4살짜리 Transitional Kindergarten(유치원 준비반) 아이들과 5살짜리 Kindergarten (유치반) 그리고 6살짜리 1학년 꼬마들이 함께 생활하는 특수학급이다.   

오늘도 공원 씨는 3번 방 담임교사 케리가  5살과 6살짜리 남다른 꼬마들을 데리고 교실로 향하는 것을 도와준 후 네 살짜리 남다른 꼬마들을 마중하러 갔다. 일반 학급 TK 아이들 차 사이로 3번 방 남다른 아이들의 차가 다가오면 공원 씨는 최대한 밝게 웃으며 차문을 열었다. 운전대를 잡은 남다른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가 눈을 뜨면서부터 차가 학교에 들어서기까지 아이와 씨름하느라 이미 녹초가 되었을 것이다. 아이를 학교에 두고 갔지만 차를 마시면서도, 집안일을 하면서도, 직장에서 일을 하는 순간에도 문득문득 떠오를 아이에 대한 걱정과 염려가 머릿속에서 그리고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을 남다른 꼬마들의 부모들의 심정을 공원 씨는 가늠할 수 있었다. 남들과 너무 달라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교문 앞에 내려놓고 간 3번 방 부모들이 마음을 푹 놓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공원 씨는 이른 아침 가라앉은 목소리를 헬륨을 마신 풍선 마냥 최대한 띄우면서 인사했다.

“Good Morning!”   


오늘은 과격한 책벌레 레시네 하얀 승용차가 제일 먼저 도착했다.  

“행복한 월요일이야, 레시.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 될 거야.”

카시트에서 레시가 내리는 것을 도와주며 활기차게 이야기하는 공원 씨에게 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레시 엄마가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사랑한다, 시. 고마워요. 공원 씨.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

“별말씀을요. 레시 엄마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사라지는 레시 엄마에게 레시와 함께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 자폐가 심해서 자신의 영역에 누군가 들어오면 폭력적으로 변하여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고, 심한 경우 깨물기까지도 하는 딸이 자신이 데리러 오기까지 무사히 학교생활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는 레시 엄마의 그 작은 바람이 이루어지도록 진심으로 돕고 싶다고 공원 씨는 생각했다.

레시를 다른 반 TK들이 모여있는 곳에 들여놓고 나자 학교가 시작한 지 한 달이 넘도록 학교에 들어서기만 하면 우는 잭스를 태운 차가 도착했다. 공원 씨가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지으며 차 문을 열었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잭스는 눈물바람이었다.

“나 엄마랑 있을래요.”

“잭스, 오늘은 날씨가 정말 좋지? 우리 재미있게 놀자. 엄마는 4시간 뒤면 오실 거야.”

“잭스, 사랑해.  공원 선생님하고 잘 지내. 바이. 공원 씨, 고마워요.”

공원 씨가 버티는 잭스를 안아서 차 밖에 내려놓자마자 잭스 엄마는 매일 아침 울어대는 아들이 미안해서 어색한 웃음을 던지고 바로 떠났다. 공원 씨는 머뭇거릴수록 잭스가 더 울 것을 알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는 잭스 엄마가 현명하다고 느꼈다.


잭스를 안아주며 달래는데 쇠심줄보다 고집이 센 다운증후군을 가진 소삐를 태운 빨간색 벤이 들어섰다. 차문을 열자마자 소삐가 외쳤다.

“Ms. Park!”

“안녕 소삐. 오늘은 정말 좋은 날이야. 친구들이 기다리니까 얼른 가자.”

소삐 어깨에 가방을 메어주는 나를 향해 소삐 엄마가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인사했다.

“엄마가 사랑해 소삐. 공원 씨, 정말 고마워요.”

소삐를  아이들이 모여있는 곳에 데려다 놓고 보니 여느 때와 다름없이 레시가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있다. 레시는 다른 아이들과 함께 모여 앉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강요하면 도망가버리니 더 멀리 가지 말라고만 하고 잭스와 소삐가 잘 있는지 보는데 마키가 탄 흰색 벤이 들어왔다.


“좋은 아침이야, 마키 씨”

내가 장난스럽게 말하여 차 문을 열자 매일 아침 새로운 장난감을 들고 오는 마키가 오늘도 새로운 장난감을 보여주었다.

“이것 봐요. 공원 선생님.”

“와우! 오늘도 새로운 장난감이네. 넌 정말 운이 좋구나.”

카시트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려는데 뽀로로처럼 장난기가 넘치는 마키는 내릴 생각을 하지 않고 운전석에 있는 엄마에게로 넘어가서 운전대를 잡으려고 했다.

“마키, 친구들이 기다리는데. 봐봐.”

공원 씨가 울타리 안의 아이들을 가리키며 말하자 마키 엄마도 거들었다.

“마키, 공원 선생님이랑 얼른 친구들에게 가봐. 사랑해.”

차에서 내리게 했더니 마음대로 뛰어가려는 마키의 손을 붙들고 마키 엄마와 인사를 나누고 차 문을 닫았다. 겨우 넷이었는데 열네 명의 아이들을 도와준 듯한 피로감을 털어버리며 아이들을 교실로 몰고 갔다.

하지 않겠다고 떼쓰거나 동그라미 하나 그리고 교실을 휘젓고 다니는 남다른 꼬마들과의 알파벳 수업이 마침내 끝나고 휴식시간 가질 차례가 된 공원 씨는 교사 휴게실에서  바나나 한 개를 먹으며 당을 충전하고 있었다. 그 때, 4학년 로리의 1:1 보조교사를 하고 있는 미셸이 들어섰다.  출근한 지 겨우 두 시간이 되었을 뿐인데 늘 피곤하다고 노래를 하는 미셸은 벌써 퇴근해야 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다른 보조교사들을 만나면 다들 남다른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빼앗겨서인지 방전되었다고 깜빡거리는 배터리처럼 기운이 없었다. 그럴 때 교실에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공원씨도 점점 더 교실로 돌아가기가 싫어졌다. 그래서 공원 씨는 가능하면 서로의 기분을 전환할 수 있도록 가볍고 즐거운 이야기를 화제로 꺼내곤 했다.  

오늘도 가만히 있으면 미셀이 로리가 힘들게 한 이야기를 꺼낼 것이고, 투덜대는 미셀의 이야기를 듣다가는 바나나 한 개로 겨우겨우 충전된 당이 사라질 거 같아서 공원씨는 조금 과장된 목소리로 먼저 말을 건넸다.

“좋은 아침이에요. 와우! 미셸 씨. 드레스가 예뻐요.”

“고마워요.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입은 거예요.”

“흠, 내가 로리 봐줄 테니 얼른 바닷가 파티에 가봐요.”

 “하하하. 정말요? 너무 고마워요, 공원 씨. I’m hot. (나는 더워요.) 갱년기 때문에 열이 올라요.”

“아하,  you are hot(당신 섹시하네요), 미셀 씨.  너무 섹시(sexy)하니까 더 더운(hot) 가봐요.”

“하하하. 오케이. I’m sexy, so I’m hot(내가 섹시해서 덥네요). 공원 씨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요.”

“나도 대화 즐거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웃음 가득한 미셀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고 휴게실을 나와 화장실에 들어서는데 화장실에서 나오는 5학년 담임교사 아만다 씨와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아만다 씨. 블라우스 색이 너무 예뼈요.”

“그래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에요. 고마워요. 공원 씨, 좋은 하루 보내세요.”

환하게 웃는 아만다 씨가 화장실을 나가는 모습을 보는 공원 씨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공원 씨가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옷차림이나 장신구를 칭찬해 주면 아주 기뻐하며 고맙다고 하였다. 학교에서 만난 동료들도 입은 옷이나 귀걸이가 멋지다고 이야기해주면 무척 좋아했다.

처음에는 누군가 자신의 옷차림을 칭찬하면 애써 챙겨 입는 것을 알아주어서 좋으면서도 한국사람 특유의 계면쩍음이 느껴져서 만나는 사람이 차림새에 대해 이야기 꺼내는 것이 조금 낯간지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이 친밀하게 다가가기 가장 쉬운 방법이고, 특히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지친 교사들에게 반짝 웃음을 선물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공원 씨는 종종 마주치는 교사들의 옷차림이나 장신구를 조금 과장하여 칭찬하곤 했다.  그러면 칭찬을 들은 교사들은 즐거움 가득한 목소리로 기분 좋게 인사를 해주었다. 그때마다 공원씨는 자신의 사소한 칭찬이 누군가의 기분을 좋게 한다면 그것을 아끼지 말자고 생각하곤 했다


공원 씨가 바나나 같은 웃음을 지으며 교실문을 열었는데 파올은 울고 있고 교실 구석에서 담임교사 케리가 란든을 혼내고 있었다. 곰돌이 푸를 꼭 닮은 눈물범벅의 파올이 공원 씨에게 쪼르르 달려와 언어장애가 있어서 알아듣기 힘든 말로 하소연을 하였다. 공원 씨는 파올의 말을 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상황만 봐도 란든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파올의 크레용을 가져갔고 성미 급한 파올이 잡으려고 가다가 란든에게 한 대 맞은 것임을 다 알 수 있었다.

“파올. 다 알겠어. 걱정하지 마. 일단 얼굴을 좀 닦자.”

세수를 시킨 후, 종이타월을 접어서 물에 적셔서 란든에게 맞았다는 부위에 대주자 파올은 젖은 종이타월을 꼭 붙들고 의자에 앉았다. 교실과 운동장에서 놀다가 수시로 벌어지는 작은 다툼에서 파올은 한 대 맞거나 넘어져서 울면서 보조교사들에게 달려오곤 했다. 처음엔 학교 간호사에게 데려가곤 했는데 좀 지켜보니 엄살이 심한 파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이 억울하다는 것을 알아주면 되는 것이었다. 그 후로 공원 씨는 상처 치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면 물로 씻긴 후 젖은 종이타월을 대주고 옆에 같이 있어주었다. 그러면 파올은 5분도 안 돼서 다 나았다면서 다시 아이들 속으로 들어가곤 했다.

주변을 살피지 않고 큰 덩치로 험하게 노는 것을 좋아해서 툭하면 사고를 저지르는 란든은 결국 점심 식사 후 5분 Time out을 받았다. 미국에서는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Time out을 벌로 주는데,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이 하는 것에 참여하지 못하고 의자에 갇혀있는 Time out을 아주 싫어했다. 하루에 서 너번은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친구들을 때리게 되는 란든이 제일 싫어하는 것도 Time out이었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엉덩이를 들썩이며 공원 씨를 쳐다보는 리처드 기어처럼 잘 생긴 란든의 파란 눈을 들여다보며 공원 씨가 말했다.

“아직 4분 남았어. 란든, 친구를 때리면 안 되지?”

“때리면 안 돼요. 그런데 이제 3분 남았어요?

 잘못에 대한 반성의 기운은 없이 얼른 5분이 지나가서 좋아하는 미끄럼틀 타기에 뛰어들고 싶어 들썩이는 란든의 모습에 한숨도 나오고 웃음도 나왔다. 잔소리는 결코 아이들을, 특히 남다른 아이들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공원 씨는 란든에게 다짐을 받았다.

“란든, 잘할 수 있지? 어제 너 잘 해서 보물 받았잖아.”

“오늘도 보물 받을 거예요.”

“란든,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서 가야 해. 그리고 친구들 밀면 안돼.”

“밀면 안돼요.”

란든이 걷는 척 달려가면서 말했다. 그리고 미끄럼틀에 올라서자마자 미끄럼틀을 타려고 서있는 아이 앞으로 비집고 들어가 새치기를 하며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갔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는 시간, 담임교사 케리는 란든은 친구를 때려서 보물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3번 방에서는 하루 생활에 대한 상으로 작은 학용품이나 장난감을 주는데 그것을 보물이라고 불렀다. 아침에 등교하면 아이들은 보물상자에서 그 날 받고 싶은 것을 골라서 자기 이름이 써진 투명한 봉투에 넣었다. 하루 동안 수업에 잘 참여하고 규칙을 잘 지켜 이름이 “잘했어요” 칸으로 옮겨진 아이들은 집에 가기 전에 아침에 자신이 고른 보물을 가지고 집에 갔다. 보물을 받아오면  남다른 3번 방 꼬마들이 하루를 별 탈 없이 보냈다는 신호인 것을 알고 3번 방 부모들은 무척 기뻐하며 아이를 칭찬했곤 했다. 그래서  3번 방 꼬마들은 이 보물을 아주 소중하게 여겼고 가끔은 그것을 받기 위해 돌아다니고 싶거나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을 참기도 했다.

란든은 항상 받고 싶은 선물로 캐릭터가 그려진 연필을 골라서 자신의 투명한 봉투에 담았다.  그런 소중한 보물 연필을 못 받는다고 하자 란든은 울음을 터뜨렸다. 교실을 나서는데 란든의 보물 연필만 란든 이름이 써진 투명한 봉투에 남아있었다.  맞았지만 보물을 받고 신이난 파올과 때리고 보물을 못 받아서 우는 란든의 손을 잡고 엄마들에게 데려가다가 란든이 울음을 멈추지 않아서 공원 씨는 파올과 란든을 복도에 세웠다.

“란든. 내일은 친구 때리지 말고 케리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보물 받을 수 있어. 오늘 못 받았지만 내일 받으면 되지. 란든은 잘할 수 있잖아.”

공원 씨가 란든의 파란 눈을 들여다보며 말하자 란든은 울음을 그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은 보물을 가질 거예요.”

그런데 엄마를 본 란든은 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 나 보물 연필 못 받았어.”

란든 엄마가 우는 란든을 안아주며 공원 씨를 쳐다보았다. 보조교사는 남다른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일절 말하면 안 된다는 근무 규칙 때문에 공원 씨는 미안한 웃음만 지었다. 하지만 란든의 좌충우돌 심란한 성격을 다 알고 있는 란든 엄마는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당장 TV에 나와도 좋을 출중한 외모를 가졌으나 몸을 잠시도 가만히 못 두고 움직일 때마다 사고를 저지르는 산만한 덩치의 5살 꼬마가 울면서 엄마에게 매달려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공원 씨는 란든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란든, 잘 가. 내일은 보물 받도록 더 잘하자.”

“고마워요. 공원 씨.”

란든 엄마가 란든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공원 씨를 향해 눈을 찡긋하며 웃었다. 다른 아이들과 너무도 남다른 부산함과 분주함에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란든을 키우며 얼마나 몸과 마음이 쪼드라들었을지 가늠이 가는 란든 엄마가 자기 몸무게만큼 무거울 란든을 안고 차로 향하는 뒷모습을 바라보는 공원 씨 가슴에 찌릿한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수요일 아침, 출근 사인을 하고 3번 방 담임 케리에게 가니 아직 아이들이 한 명도 안 왔다.

“좋은 수요일 아침이에요, 케리 씨. ”

“안녕하세요, 공원 씨. 네, 수요일이네요.”

“수요일은 주중이라는 산의 꼭대기라고 생각해요. 오늘을 무사히 잘 보내고 나면 나머지 날은 즐겁게 내려가면 되는 것 같아요. ”

“하하하. 그러네요. 목요일은 단축 수업하는 날, 그리고 금요일.”

“그렇죠? 그러니까 오늘만 잘 보내면 내일부터는 산을 내려가는 거예요.”

“오케이. 좋아요.”

그때 아빠 손을 잡은 마꼴이 바퀴 달린 책가방을 끌면서 자기보다 한 뼘은 큰 남동생과 함께 3번 방 자리에 도착했다.

“안녕, 마꼴.”

“공원 선생님, 선생님은 공원이에요.”

“응, 맞아. 나는 Ms. 공원이고 너는 Mr.마꼴이지.”

“공원 선생님은 웃겨요.”

마꼴이 키득거리며 바닥에 앉았다. 처음에는 아무 말도 없이 의기소침하던 마꼴의 작은 체구는 처음 만났을 때와 변함없지만, 마꼴은 학교생활을 즐거워했고 친구들과 노는 법도 많이 배웠다. 가끔 나에게 장난도 걸 만큼 밝아졌다. 공원 씨는 마꼴 아빠가 마꼴의 변화에 대해 무척 고마워한다고 지난주에 케리 선생님이 이야기해주었던 것을 떠올렸다. 작은 아들보다 작고 빼빼 마른 자신의 큰 아들이 조금 수다스러워지고 친구들과 장난도 치며 읽을 수 없는 글자지만 연필로 뭐라도 끄적이게 된 것에 감사하는 마꼴 아빠의 마음에 자신이 한 일은 아니지만 공원 씨는 가슴이 짠하게 고마웠다.

남다른 아이들을 만난 이후, 공원 씨는 남다른 아이들을 이해하는 방법도 배우고 있지만, 남다른 아이들의 부모들을 통해 너무도 별스럽게 특별한 자신의 아이들을 한결같이 사랑하는 그들의 남다른 겸손한 마음과 단단한 삶의 자세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가끔 3번 방 꼬마들이 유난스럽게 힘들게 한 날, 공원 씨는 자신도 모르게 투덜대려다가 아이들의 부모들이 생각나 불평의 브레이크를 밟는다.  여섯 시간 남짓 함께하는 것에도 불평의 가속페달을 밟는다면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이 아이들을 책임지고 함께해야 하는 부모들은 얼마나 가슴이 무너질까 싶어 미안해지기 때문이다.  

남다른 아이들과의 만남은 공원 씨를 감사하며 살기 위해 노력하는 공원 씨로 바꾸고 있다. 공원 씨의 삶에 버거운 문제나 피로가 몰려올 때, 남다른 아이들과의 시간은 공원 씨 자신에게는 감사해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돌아보게 해 주었다.


주중의 가장 가파른 꼭대기인 수요일 점심시간, 3번 방 아이들의 점심 테이블에는 한 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3번 방 울보 공주 페라가 갑자기 점심을 먹다 말고 바지를 내리더니 소변을 본 것이다. 보조교사들은 그 옆에 앉은 아이들을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학교 관리자를 불러 대강 청소를 했다. 공원 씨가 화장실에 가서 페라 옷을 갈아입히고 왔을 때는 다들 점심을 먹고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페라 도시락 가방을 열어서 가져온 과자와 젤리를 꺼내 주자 페라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No Cookie, No Jelly”

“페라 울지 마. 원하는 게 뭔지 말해봐. I want ….”

페라가 펄쩍펄쩍 뛰다가 공원 씨가 교직원 카드와 함께 항상 목에 같이 걸고 다니는 행동지시 카드 (Behavior Cue cards) 중에서 ‘Stop’ 카드를 골라 보여주자 울음을 멈추면서 손가락으로 카드를 짚었다.

“Stop. I want a hug!”

“OK. You want a hug.”

공원 씨는 페라를 안아주었다. 과자 한 조각과 젤리 두 개를 먹은 페라는 도시락 가방을 밀어내었다.

“No lunch.”

그리고 모래밭에 들어가서 자기 옷자락에 모래를 끼얹으면서 다른 아이들이 노는 것을 쳐다보았다. 밑도 끝도 없이 수시로 울어대는 페라는 3번 방에서 가장 가엾은 소녀였다. 다른 아이들과 교류할 줄을 몰랐고, 장난감을 주어도 노는 방법을 모르는 건지 장난감에 흥미가 없는 건지 장난감을 가지고 재미있게 놀고 있는 다른 아이들 옆에서 장난감을 만지작거리다가 아차 하는 순간 입에 넣고 빨기만 하였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울보 페라의 그 시끄러운 울음소리에도 불구하고 3번 방 꼬마들은 페라를 가엾게 여기는 것 같았다. 귀를 막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다가가서 페라를 안아주려고도 하고 교사들에게 왜 페라가 우는지 걱정하며 묻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공원 씨와 다른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페라를 위로해 주라고 하였다.

“You are okay, 페라.”

페라의 어깨를 토닥이거나 손을 잡아주면서 말하는 3번 방 꼬마들을 볼 때면 공원 씨는 발버둥을 치며 큰소리로 울어대는 페라가 너무도 안됐으면서도 우는 페라를 도와주려고 애쓰는 3번 방 꼬마들의 모습에 가슴이 뭉클하곤 했다.




금요일 아침 학교 주차장은 전체 조회가 있어서 더 복잡했다. 정신없이 담임교사 케리와 5살과 6살 남다른 꼬마들이 강당으로 향하는 것을 도와주고 4살짜리  TK꼬마들을 마중하러 갔다.  일반 TK 반 담임교사 루시도 자기 반 아이들을 마중하기 위해 나왔다.

“안녕하세요, 공원 씨?”

“안녕하세요, 루시 씨. 드디어 금요일이에요. 야호”

루시 씨와 웃음 가득한 인사를 나눈 후, 여느 때와 같이 루시 씨가 이미 도착한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루시 씨네 아이들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Early Birds 조인 아침에 일찍오는 열 네명의 아이들을 혼자 맞이하는 것을 루시 씨가 힘겨워하는 것을 공원 씨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3번 방 아이들을 챙기면서 루시 씨네 아이들도 도와주었다. 아이들을 마중하는 동안 공원씨와 루시 씨는 틈틈이 주말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과 사위가 놀러 올 것이라며 기대에 가득한 루시 씨의 이야기에 공원 씨는 신명 나게 장단을 맞춰주었다. 학교에서는 특수학급 보조교사로 일하지만 집에서는 두 아이의 엄마인 공원 씨의 주말은 늘 다른 분주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주말이 다가오는 기분을 즐겁고 소소한 수다로나마 만끽하고 싶었다.


잭스네 차가 도착했을 때 공원 씨는 차 문을 열면서 차에서 내릴 때마다 우는 잭스가 울음을 터뜨리기 전에 신나는 목소리로 외쳤다.

“잭스, 너 알아? 오늘은 금요일이야. 야호!  내일은 토요일이라서 하루 종일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있어.”

“내일은 토요일이에요?”

울려고 준비하던 잭스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아, 잭스. 그러니까 오늘 하루 공원 선생님하고 재미있게 지내. 사랑한다, 잭스. ”

울지 않는 잭스를 내려놓은 잭스네 차가 가벼운 마음으로 인사를 남긴 잭스 엄마를 태우고 경쾌한 기계음을 내며 떠났다.

"루시 씨, 저희 반 애들 다 와서 이제 갈게요."

"시간이 다 되었네요. 오늘도 도와주어서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딸과 사위와 함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공원씨도 주말 잘보내요."

"얘들아, 이제 교실로 갈 시간이야."

공원 씨는 교실로 가자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쏜살 같이 달려가는 레시를 향해 기다리라고 외치며 소삐와 잭스, 마키를 데리고 교실로 향했다.   


오후 쉬는 시간에 3번 방 꼬마들을 데리고 나가니 텅 빈 놀이터 벤치에 지킴이 소피아 씨와 미아 씨가 앉아서 곧 쏟아져 나올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소피아 씨, 미야 씨.”

“안녕하세요, 공원 씨.”

3번 방 아이들이 잔디밭으로 뛰어가는 것을 보고 소피아 씨가 의자에서 일어나면서 중얼거렸다.

 “나 요즘 늙었나 봐. 너무 피곤해.”

하루에 몇 번이나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의 쉬는 시간마다 큰 놀이터와 작은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말썽을 부리는 아이들에게 시달리는 것은 당연히 피곤한 일임을 공원 씨는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공원 씨는 주말이 다가오는 즐거운 금요일 오후에도 나이 먹는 설움에 젖어있는 소피아 씨를 위로하고 싶었다.

“아니요. 소피아 씨가 늙긴요. 우리는 아직도 충분히 젊어요. 금요일이라서 피곤한 거예요.”

“하하하. 공원 씨, 엄청 긍정적이네. 맞아요. 금요일이라서 피곤한 거야.”

“그럼요. 그렇게 생각하자고요.”

소피아 씨와 웃음을 나누고 모래놀이를 하는 3번 방 꼬마들에게 갔다. 누가 조금만 지적하는 말을 하면 동그란 눈이 빨개지면서 눈물이 고이고 초조해서 안달하는 페톤이 모래를 열심히 파더니 아래쪽에 있는 촉촉한 모래를 자동차 틀에 넣어 자동차를 찍어냈다.

“와우! 페톤. 귀여운 자동차 잘 찍어냈네.”

모래에 누워 자기 몸에 모래를 뿌리는 잼스의 모래를 털어주고 있는데 페톤이 공원 씨를 부른다.

“공원 선생님, 이거 봐요.”

찍어낸 모래 자동차 두 대가 나란히 주차되어있었다.

“페톤 사진 찍어줄까?”

공원씨는 모래 자동차 두 와 자동차 틀을 나란히 놓고 사진을 찍어 보여주었다. 그것을 보고  잼스도 오더니 보여달라고 하였다. 사진을 보며 웃음을 주고받던 둘은 모래 자동차를 더 만들기 시작했다.

“페톤 잘했어. 잼스와 재미있게 놀아.”


페톤에게 엄지 척을 날려주고 공원 씨는 자전거 타기 위해 줄 서있는 아이들 쪽으로 갔다. 3번 방의 여섯 살 꼬마인 하임이 새치기를 해서 다른 반 유치원 아이들과 다투고 있었다. 공원 씨가 다른 아이들 앞에 새치기를 한 하임에게 뒤로 가라고 하니까 줄 서 있던 아이들이 와글와글 하임에 대해 고자질을 늘어놓았다. 하임은 뽀로로에 나오는 크롱처럼 막무가내적인 성향이 강했다. 게다가 자신이 만든 문제 상황에서조차 자신이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임, 줄이 있을 때는 맨 뒤에 가서 서는 거야. 이 친구들이 너보다 먼저 기다리고 있었잖아.”

설명을 해도 까만 눈동자만 동글동글 굴리면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하는 하임 손을 잡아 맨 뒤로 데리고 갔다.  앞에 선 아이들이 차례로 자전거를 탄 후 차례가 된 하임이 탈 자전거가 왔다고 알려주었다.

“하임, 봐봐. 이제 네 차례가 된 거야. 한 바퀴 돌고 와서 다시 줄을 설 때는 다른 아이들 뒤에 서야 해.”

알았다는 건지 몰랐다는 건지 빨리 달리고 싶어 페달을 밟고 앞으로 돌진하는 크롱 같은 하임의 뒷모습을 좇으며 공원 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 것에 대한 개념이나 이해가 부족해서 수시로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하임은 어쩌면 규칙이라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럴 때 공원 씨가 지켜야 할 규칙을 열심히 설명하면 하임은 뜬끔없이 엉뚱한 곳을 가리키며 딴소리를 하곤 했다.

“Look, Ms. Park, there is a crow. (보세요. 공원 선생님. 저기 까마귀가 있어요.)”

그럴 때면 설명을 하던 공원 씨는 어이가 없어서 자기 아들 같았으면 꿀밤 한 대 콕 때려주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하임과 다른 아이들의 다른 점이니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설레는 금요일 오후 스쿨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3번 방 꼬마 삼총사를 스쿨버스에 태우고 교실로 돌아가니 부모들이 데리러 온 아이들을 보내고 돌아온 담임교사 케리와 보조교사 수잔이 오늘 아이들이 만든 작품을  벽에 걸고 있었다.

“와~  케리 씨, 수잔 씨, 우리 이번 주도해냈어요.”

“네. 드디어 주말이에요.”

3번 방 아이들이 색지를 찢어 붙여 만든 사과를 벽에 붙이면서 오늘의 가장 큰 사고였던 페라의 점심 테이블에서의 노상방뇨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주부터는 아직 소변과 대변을 못 가리는 TK아이들과 함께 페라를 간호사실에 있는 화장실에 데리고 가서 화장실 훈련을 시키는 방법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검은색 종이를 댄 벽에 붙은 3번 방 꼬마들이 만든 사과를 바라보니 3번 방 꼬마들처럼 다 제각각 남다르게 생겼다. 공원 씨는 이 사과들을 쪼개 보면 그 안에 씨앗도, 한 입 베어 물면 그 맛도 3번 방 열네 명의 꼬마들처럼 열네 개의 다른 씨앗과 맛이 숨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 잘 보내요. 우리는 주말을 즐길 자격이 있어요.”

“맞아요. 행복한 주말 보내요.”


환하게 웃으며 신나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고 교실을 나서니 눈부신 금요일의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야자나무 잎이 빛나는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공원 씨는 금요일을 닮은 즐거운 하늘과 주말의 설렘을 담은 바람에 콧노래를 부르며 학교를 나섰다.

“TGIF! Thank God, It’s Friday!”

 세상의 어떤 산보다 오르기 힘든 울퉁불퉁한 산을 올랐다가 내려온 듯 피곤함이 밀려오고, 설레며 기다리는 주말과 일요일은 스쳐가는 바람처럼 지나가버릴 것을 공원 씨는 알고 있다. 하지만 금요일 오후 퇴근길의 공원 씨는 자신의 할 일을 무사히 끝낸 것에 대한 감사함과 안도감을 누리고 싶었다. 남다른 아이들을 벗어난 이틀 간의 휴가는 아쉬움을 남기며 지나고 다시 월요일이 오겠지만 그 한 주 또한  발바닥에 힘을 꼭꼭 주면서 한 걸음씩 오르다 보면 즐겁게 잘 내려올 수 있을 거라 믿다.


공원 씨가 누리는 이틀 간의 휴가 동안 남다른 꼬마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남다른 별스러움에 몸도 마음도 지쳐서 월요일 아침 학교 현관문 앞에 서 있는 3번 방 교사들을 얼른 만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평생 오르고 올라도 닿지 않을 것 같은 산 꼭대기를 향해 짊어지고 가야 하는 남다른 아이 부모로서의 삶의 무게를 내가 조금은 나눠지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니 공원 씨의 가슴이 따뜻해지고 멀어지는 학교 운동장이 다정하게 느껴졌다.


그래, 어둠이 희미하게 가시는 월요일 이른 아침, 세상에서 가장 무거울 눈꺼풀을 밀어 올리며 제일 먼저 이 말을 하자.

“TGIM! Thank God, It’s Monday! 제가 누군가를 도우러 갈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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