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제피(Jeffy)는 어디 있니?

3번 방 꼬마들의 제피(Jeffy) 놀이 이야기

by 날마다 소풍

Where is your Jeffy?



“ Hi Jeffy, 블라블라 블라. 우하하하 블라블라……”

보건실의 화장실 안에서 볼일을 보고 있는 잼스의 말소리가 화장실 밖에 있는 나에게 까지 들린다.


잼스는 화장실 안에서 누구랑 같이 있는 걸까?

Jeffy와 같이 있다.


화장실까지 같이 들어가는 Jeffy는 누구일까?

바로 잼스의 손이다.


잼스의 손이 친구로 변할 때 그 손은 Jeffy라는 이름을 가진 존재가 된다.




요즘 3번 방에서 가장 핫한 놀이는 바로 제피랑 놀기이다.

3번 방에서 처음 제피를 만든 것은 페톤이다.

“No”라는 말만 들으면 눈물이 핑 돌면서 눈이 빨갛게 되고 안달하기 시작하는 페톤은 심심한 순간이면 자기 두 손을 가지고 인형놀이 같은 것을 하곤 했다. 혼자 말을 지어가면서 두 손을 등장인물 삼아서 노는 것이었다.


자폐를 가진 아이들은 대부분 작은 돌멩이나 특정한 연필, 정해진 의자 같은 자기만의 것에 다른 아이들보다 심하게 집착하는 성향을 보인다.


잼스는 자신의 우유병과 도시락 가방 그리고 맥퀸 자동차에 몰두하고 있다.

레시는 책에 나오는 문장들과 새로 발견한 글자를 보면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아야 직성이 풀린다.

하임은 작은 돌멩이나 모래알을 만지작거리는 것을 너무 좋아하여 툭하면 몰래 주머니에 모래나 먼지를 숨겨와서 틈만 나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만지고 있다.

푸올은 특정 비디오 게임에 나오는 캐릭터를 심하게 사랑해서 나비를 그리거나 아빠를 그려도 모두 그 캐릭터의 모습을 하고 있다.


페톤의 경우에는 만화 토마스에 나오는 토마스를 그리는 것에 강한 애정을 보인다. 종이만 앞에 있으면 토마스와 친구들을 그리는 것이 페톤의 즐거움이다. 그와 함께 자신의 두 손을 가지고 놀기도 페톤이 틈만 나면 혼자 하는 놀이 중 하나였다.


페톤 혼자 즐기던 그 손 놀이가 언제부터인가 다른 3번 방 꼬마들에게 퍼지기 시작했다.

어느 점심시간에 먹는 것에는 안중 없이 페톤뿐 아니라 잼스와 말로가 손가락을 모은 손을 흔들어대면서 서로를 향해 계속 무슨 이야기를 중얼거리며 장난치는 것을 보았다.

당시에는 또 점심 안 먹고 장난치는구나 싶어서 점심 먼저 먹고 놀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런데 며칠 뒤 잼스가 손가락을 모은 손을 흔들어 대며 페톤을 향해 말했다.

“페톤, Where is your Jeffy?”

그러자 페톤이 똑같은 손 모양을 만들더니 잼스의 손을 향해 인사를 하며 말했다.

“Hi, I’m here.”

잼스와 페톤의 손이 제피라는 이름을 가진 인격체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꼬마들이 손으로 이야기를 만들며 꽁냥꽁냥 거리는 것이 마치 진짜 Jeffy 만화영화나 유튜브에 나오는 한 장면 같이 귀엽고 재미있어서 나는 속으로 큭큭큭 웃었다.

Puppet(손인형) Jeffy는 현재 몇천만 명의 시청자를 거느린 인형극 유튜브 비디오의 주인공이다.
험한 말과 어처구니없는 문제행동을 하는 십 대인 Jeffy는 기저귀를 차고 스케이트 머리 보호용 헬멧 썼으며 한쪽 콧구멍에 연필을 꽂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Super Mario 인형인 아빠를 괴롭게 만드는 것이 Jeffyd의 특기이다.
유튜브는 Jeffy와 Super Mario 그리고 주변 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로 구독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우스꽝스러운 이야기로 Jeffy 비디오가 미국 어린이들 사이에게 점점 인기를 얻으면서 등장인물 캐릭터들은 아이들이 갖고 싶은 인형으로 등극하고 있다.
Jeffy와 Mario 인형 모습의 Jeffy 아빠

그런데 그 놀이가 점점 퍼져서 3번 방 몇몇 꼬마들이 수시로 제피랑 노는 것을 발견했다.

단순히 생각하면 아이들의 장난이려니 싶지만 자폐를 가진 아이들에게는 바람직하지 않은 놀이이다.

그렇지 않아도 자기 마음이 꽂힌 것에 집착이 심하고 타인과 교류하는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들이 신체의 일부에 이름을 붙여 인격체처럼 생각하며 노는 것에 몰입되면 자기 만의 세계에 점점 더 고립될 우려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도 자기 손 하고 노느라고 정신이 팔려 나올 생각이 없는 잼스를 보니 아무래도 무슨 방법을 취해야 할 것 같았다.


제피 놀이하다 딱 걸려서 사진 찍힌 3번 방 꼬마 말로와 아작

결국 유튜브 스타인 제피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3번 방 꼬마들을 제피와 절교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꼬마들 손이 제피로 변하려는 조짐이 보이면 아이들에게 말을 걸거나 다른 것을 하도록 시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요 남다른 꼬마들이 내가 한 눈을 팔 때면 어느새 손가락을 모아서 새처럼 만들고 꽁알 꽁알 거리며 제피 놀이를 하고 있다.

슬그머니 내 눈치를 보면서 말이다.

그러다 내 눈과 딱 마추지면 후다닥 손을 치우면서 딴청을 피운다.


덕분에 요즘 나는 3번 방에서 몇천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유튜브 스타 제피의 적이 되어버렸지만 오늘도 나는 눈을 부릅뜨고 꼬마들의 동태를 살폈다.

“제피, 훠어이 훠어이~”

꼬마들의 손이 제피로 변하려는 순간 바로 3번 방에서 제피를 쫓아내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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