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다른 꼬마들의 농장 소풍

4살, 5살 그리고 6살 꼬마들이 농장으로 소풍 간 날

by 날마다 소풍

7년을 캘리포니아에 살았지만 비 때문에 행사가 취소되는 경험은 처음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평생을 캘리포니아에서 살아온 남다른 꼬마들에게도(길어야 6년을 살았지만) 우천으로 인한 행사 취소는 그들의 인생에서 처음이었을 것이다.


비 때문에 취소된 농장 소풍을 마침내 다녀온 3번 방 남다른 꼬마들의 소풍날 이야기





2월에 예정된 농장으로의 소풍이 비 때문에 연기되었다.

그 날 아침은 정말 폭우가 쏟아져서 미리 소풍 취소를 공지하길 잘했다고 교사들끼리 고개를 끄덕였다.

농장에 소풍 간다고 미리 동물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농장에서 하는 일에 대해 배웠는데, 소풍이 연기된 소식에 남다른 꼬마들의 실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창 밖의 비를 원망스럽게 쳐다보며 짜증을 내는 꼬마들도 있었다.

물론 새로운 환경에 극도로 예민해지는 몇몇 꼬마들은 소풍에 긴장하고 있다가 안도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다.




다시 돌아온 소풍날.

멀쩡하던 날씨가 계속되더니 하필 다시 잡힌 소풍날 또 비 예보가 떴다.

그래도 폭우는 아니라니 웬만하면 가는 걸로 정했지만 비가 많이 올까 봐 내심 걱정이었다.

그런데 소풍 전날 밤에 진짜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날에는 일기예보가 정확하다는 슬픈 사실!

밤새 내리던 부슬비가 아침까지 계속되었다.


늘 가뭄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에서 비 때문에 행사 연기라니!

비가 드문 이 곳에서 정말 드문 일이다.

그런데 다시 잡힌 소풍날도 부슬부슬......

부슬비니까 괜찮다고 일기예보대로 곧 비가 갤 거라 기대하며 소풍은 예전대로 진행되었다.

나는 부슬거리는 비를 걱정스레 바라보는데 며칠 전부터 소풍 간다고 흥분했던 3번 방 꼬마들은 비와 상관없이 와글와글 신이 났다.

Kinder 2반, TK1반 그리고 K와 TK 그리고 1학년 혼합 특수학급 3번 방 네 학급이 커다란 노란 스쿨버스 두 대에 나누어 올랐다.




미국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안전벨트 없는 스쿨버스였다.

물론 안전벨트가 있는 버스나 휠체어 고정장치나 카시트까지 달린 버스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Field trip때 단체로 데려가는 버스는 안전벨트 없는 경우가 많았다.

아무리 스쿨버스가 도로에서 우선시되고 운전사가 안전운전을 한다지만 전좌석 안전벨트 착용이 일찌감치 법제화된 미국에서 이해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일 중 하나이다.


어쨌든 우리는 안전벨트 없는, 의자에 팔 받침도 없는 노란 스쿨버스에 올랐다.

"등받이 꽉 잡아, 잼스" "마꼴, 너도 손 놓으면 안 돼."

주의사항 설명하던 운전기사가 앞 의자 등받이를 잡으면 된다며 그것이 보호 쿠션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3번 방 꼬마 잼스와 마콜은 가는 내내 앞 의자 등받이를 잡고 있었다. 귀여워~


톨 로드를 나가는데 카메라가 번쩍이자 갑자기 하람이 "치즈"하며 포즈를 취했다.

하람은 번쩍이는 톨 로드의 감시 카메라가 자신을 찍는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하람의 생각을 눈치챈 교사들이 와하하 웃었다.


농장 주차장으로 들어설 때쯤 부슬거리는 비가 멈췄다.

깡총거리며 버스에서 내리는 남다른 꼬마들은 줄을 서라는 교사들의 말을 듣지 못할 만큼 농장을 뛰어다닐 생각에 흥분해 있었다.

새로운 곳에 두려움을 느끼는 푸올과 감기에 걸린 란든이 소풍에 못 온 건에 나도 모르게 감사했다.




농장에 도착하자 가이드 농부 아저씨와 병아리 집에 들어갔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농장으로 소풍 갈 거란 얘기만 나오면 "I want to go to class."라고 했었고, 오늘 아침에도 계속 교실에 가겠다던 렉스가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

렉스는 새로운 곳을 싫어하고 극도로 예민해진다.

그런 것을 잘 알기에 쌍둥이를 임신한 렉스 엄마 대신 소풍에 따라온 렉스 아빠가 다른 3번 방 꼬마들이 농장의 채소들과 동물을 견학하고 다니는 동안 렉스와 함께 따로 있었다.


평소에는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들이 가득한 병아리 집이 조류인플루엔자 때문에 텅 비어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농장의 하이라이트라는 병아리 만지며 놀기는 못한 채 달걀이 부화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만 듣고 채소밭으로 갔다.

양파와 파, 당근과 비트 그리고 양상추와 토마토를 구경하다가 농부 아저씨가 따준 블루베리도 한 알씩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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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는 걸 먼저 먹으란 말이야 / 농부 아저씨, 저건 뭐예요?


양과 염소, 리모와 말, 소와 돼지 그리고 닭과 오리 등을 둘러보며 신이 나서 동물 흉내를 내는 남다른 꼬마들은 농장의 새끼 동물들처럼 귀여웠다.

농장에서 가장 큰 뿔을 가진 소가 모두가 잠든 밤 넘어져서 한쪽 뿔이 부러진 이야기를 듣고 남다른 꼬마들은 커다란 소를 쓰다듬어 주었다.

소 젖은 짜는 곳에 가서 젖소 한 마리가 한 번에 여섯 통이나 우유를 생산한다는 이야기에 우리 교사들만 "와우" 탄성을 질렀다.

농부 아저씨의 설명에 지루해진 남다른 꼬마들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우유통을 세고 있거나 주변의 기구들을 갖고 놀려다 교사들에게 걸리기도 했다.


짧은 다리로 거의 두 시간 동안 농장을 돌아다녀서 피곤하다던 남다른 꼬마들은 점심을 먹고 나자 금방 기운이 솟구치는지 테이블 주변을 뛰어다녔다.

기력을 다한 교사들은 친구들이 다 먹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꼬마들을 붙잡아다 앉히느라 진이 빠졌다.


점심을 먹는 동안에도 렉스는 아빠에게 "I want to go to class."라며 계속 징징대로 있었다.

견학 후 점심을 먹고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스쿨버스를 타러 갔을 때 다들 노란 스쿨버스를 보고 박수를 쳤다.

그중에 버스를 보고 가장 기뻐한 것은 렉스였다. 어쩌면 렉스 아빠였을지도 모른다.




학교로 돌아오는 길, 톨 로드 카메라가 번쩍할 때 버스 안의 교사들과 아이들이 하람과 함께 외쳤다.

"치이이즈"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잼스와 마꼴은 여전히 앞 의자의 등받이를 꼭 붙들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 농장에서 심은 빨간 무 씨앗이 담긴 작은 화분을 들고 데리러 온 아빠와 엄마를 향해 걸어가는 남다른 꼬마들의 발걸음에는 의기양양함이 가득했다.

3번 방 꼬마들이 다 돌아가고 빈 교실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고 나니 피로감이 밀려왔다.




비 때문에 사연 많았던 3번 방 꼬마들의 농장 소풍은 이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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