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날마다 소풍 Jun 02. 2019

인맥이 취업의 통로인 나라 미국

어줍은 영어로 미국 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한국 아줌마 취업 이야기 18


안녕하세요? 저 영어 진짜 못하는 한국 아줌마예요. 그런데 미국 학교에서 일해요.

어떻게 하냐고요? 유창한 영어는 안 되지만 대책 없는 용기와 아줌마의 뻔뻔함이면 되더라고요.



8개월 간의 보따리 장사 같았던 미국 학교에서의  임시 교사 생활(Substitute Teacher)은 나에게 대담한 용기와 끝없는 뻔뻔함 그리고 나 스스로가 잘하고 있다고 믿어야 하는 끝도 없는 자신감을 요구했다.


부딪혀보자고 각오하고 시작한 임시교사 일이었지만 나의 부족한 영어로 인해 가끔 부끄러움을 느껴야 했다. 사실 가끔이 아닌 자주 내 영어의 부족함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나는 마흔 가까운 나이에 미국에 와서야 진짜 영어와 부딪히는 것이니 당연하다면서 스스로를 용납해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다른 학교의 다른 교실에서 새로운 학생들 앞에 서기 위해서는 매일 아침 용기가 필요했다. 게다가 낯선 학교에서 그 안에 속할 수 없는 내가 학교 직원들이나 다른 교사들과 한 공간에 있는 상황이 생기면 나 자신이 마치 맛있는 개밥에 홀로 방치된 도토리나 깊은 호수에 둥둥 뜬 기름방울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8개월 동안 거의 매일 임시교사로 출근한 이유는 영어에 서투른 도토리나 기름방울 같은 하루를 무사히 마친 후 느껴지는 뿌듯함과 스스로에 대한 대견함으로 인한 만족감 때문이었다. 또 매월 월급날이면 큰돈은 아니어도 나의 노동과 수고에 대한 가치가 통장에 들어오는 것을 보는 것이 기분 좋았다.

그렇지만 떠돌이 생활은 그 정도면 되었다고 생각된 어느 날, 한 곳에 정착해서 직장 동료와 정해진 일터를 갖고 싶은 소망이 생겨서 특수학급 보조교사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미국에서 임시교사를 시작하면서 사실 나는 미국의 정규교사에도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혼자 꿈을 꾸기도 했다. 그런데 임시교사를 하는 동안 학교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하면서 정규교사는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졌다.

내가 지금 영어를 아무리 열심히 파더라도 내가 맡게 될 학급이나 수업을 잘 감당할 자신이 없었고 오히려 맡게 될 학생들에게 피해가 갈 것 같았다. 특히 수시로 면담이나 이메일을 통해 영어로 학부모들을 상대하는 일에 겁이 났다.

무엇보다 대학에 편입하여 어찌어찌하여 교원 자격(Cridebtial) 과정을 마쳐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학교에 취업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왜냐하면 미국은 특히 미국 학교는 끈과 연 그리고 인맥 취업의 끝판왕이라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미국 학교에 임시교사로 출근하면서 고개 넘어 듣고 배운 것이 바로 미국 교육계가 한국교육계에 비해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한국 공립학교에서는 임용고시를 거치고 일련의 과정을 통과한 사람들을 성적 순서대로 발령을 낸다. 그래서 인맥이나 관계가 다소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그 영향이 절대적이지는 않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공립학교임에도 아는 사람이나 어떤 관계로 연결된 사람이 있어야 채용이 된다. 대기하고 있는 발령 대기자 순서대로 발령을 내는 것이 아니라 Student Teacher(교생실습)을 하며 친해진 교사가 추천을 한다거나 해당 학교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누군가 퇴직을 해서 자리가 비는 경우 교장의 직권으로 채용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100% 그런 조건으로 채용되는 것은 아니고 Student Teacher을 하는 동안 담당 교사와 교장의 평가와 지원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일단 Student Teacher를 하기 위해서도 원하는 학교에 아는 사람이 있어야 유리하다.  또한 그런 인맥을 통해 원하는 학교에서 교사를 채용하는 정보를 듣게 되며 그 과정을 통해 해당 학교의 지인이나 인맥을 통해 추천을 받는다. 그렇게 임용되는 과정이 진행되는 것이 공공연한 미국 학교 교사들의 취업 현실인 것이다.


사실 미국의 교원들은 방학 동안 월급이 나오지 않아서 방학에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교직에 대한 대우가 한국에 비해 좋지 않다. 그래서 교사를 희망하는 우수한 인재들의 숫자가 적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근래에는 미국도 취업이 어려워서 그런지 교사로 채용되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이 꽤 많아졌다. 그중에는 다른 일을 찾아보다가도 이런저런 이유로 교사가 되는 이들도 있다. 아마도 교직 과정이 있는 대학에서 교직 이수를 하고 미국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충분히 통과할 수 있다는 CBEST라는 교원 자격시험만 통과하면 되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가 되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자격을 소지하기 쉽고 채용만 되면 대우가 매우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다소 안정적인 직업이기 때문에 교직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워낙 땅덩어리가 크니 이것 또한 주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살고 있는 인근 지역은 교사가 되고 싶어 이 학교 저 학교에 지원서를 넣고 기다리는 동안 Substitute Teacher를 하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 임시교사를 하면서 만난 어느 이십 대 초반의 백인 임시교사는 자신은 지금 3년째 주변의 학교뿐 아니라 한 시간도 더 떨어진 도시에까지 지원서를 내고 있지만 번번이 임용에서 미끄러지고 있다고 했다. 아마도 캘리포니아는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지역이고 대부분의 도시가 인구밀집 지역이다 보니 퇴직하려는 교사도 적고 퇴직한 자리에 미리 예정된 사람들이 채용되는 경우가 많아서 지원을 한다고 해당 학교에 교사로 채용되기는 쉽지 않은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실례로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의 신임 교사는 자기가 잘 아는 선생님을 통해 Student Teacher를 할 수 있었고, 마침 한 교사가 퇴임하면서 그 자리에 고용이 되었다. 공고를 통해 지원자를 받지도, 다른 지원자들과 경쟁도 없이 Student Teacher 때 담당한 교사의 추천과 교장의 좋은 평가로 임용된 것이다. 물론 그 교사는 지금 열심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임시교사를 할 때 만난, 3년 동안 임용에 미끄러졌다는 그 이십 대 초반의 임시교사가 떠올라서 마음이 허탈했다.


그것은 관계의 끈도 없고 인맥의 빽도 없으면 지원하는 학교에 채용되는 일이 매우 어렵다는 의미일 것이다. 반면에 이곳에서는 교사의 실력이나 능력과 별개로 지인의 힘이나 인맥의 자산이 있으면 교사로 채용되기 어렵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Tip 


혹시 미국에서 학교생활을 한 적이 없지만 미국 학교의 정규교사가 되려고 준비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영어공부나 교직 과목 수강을 통해 자격만을 갖출 것이 아니라 지원하고 싶은 학교 교장이나 교사들과 두터운 인간관계와 신뢰를 쌓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예로 우리 학교를 비롯하여 자기 집 주변의 서너 학교에서만 Sub를 하던 임시교사가 있었다. 워낙 성격이 좋고 직원들과도 잘 지내며 아이들에게도 인기가 좋아서 매우 평판이 좋았다. 2년가량 그 서너 개의 학교에서 인기 있는 임시교사로 지내던 그는 그중 한 학교의 교사가 퇴직을 하자 그동안 좋은 관계를 쌓았던 그 학교 교장이 그를 교사로 채용하는 행운을 누렸다. 그 이야기를 듣고 우리 학교 교사들도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러니 미리 가진 인맥과 관계가 없다면 임시교사를 시작하여 사교성을 발휘하여 인간관계를 쌓으면서 그 학교의 지정된 임시교사가 되어 교장이나 교사와 인맥과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쉽지 않다면 교사가 부족해서 지원만 하면 임용이 가능한, 경쟁이 적은 지역에서 교사를 시작하는 것도 방법일 듯하다. 그 지역에서 경력을 잘 쌓은 후 원하는 지역의 경력직 교사로 지원하는 것이 초임교사로 지원하는 것보다 어쩌면 나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 교사 채용의 현실을 보면서 Substitute Teacher를 시작할 때 인근 대학에서 추가 과목을 수강하여 교사를 해볼까 감히 욕심을 살짝 냈던 마음을 일치감치 접었다.

물론 Substitute Teacher 하면서 내 어설프고 서투른 영어로는 도저히 정규교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철저히 깨달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대신, 한 학교에 정착하여 내가 감당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특수학급 보조교사가 되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전 17화 장애학생 사회적응 프로그램 운영 학교에 간 임시교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